첫 단추 - 내가 커서 어른이 되어도 변하지 않을 이야기
고정욱 지음, 유준재 그림 / 샘터사 / 2007년 6월
평점 :
품절


 부모가 아이들을 보면서 인생에 대해서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를 모아보면 아마도 저자가 말하고 있는 내용과 닮아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저자처럼 맛갈스럽게 표현하지는 못하겠지만, 전체적인 맥락에서는 일맥상통하는 내용이 될 듯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저자의 이야기는 상투적인 것일 수도 있지만, 여러 위인들의 삶의 모습을 통해서 저자가 전하고자 하는 덕목들을, 단지 많이 듣고, 여러사람이 강조하고, 옛날부터 있었다는 사실만으로 그리 몰아붙일 것만은 아니겠지요. 아마도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가치들은 인류가 살아가는 내내 지키고, 유지하기 위해서 교육되고 강조되어야 할 내용들이니까요.

 저자의 작품중에 '가방들어 주는 아이'를 처음 대했을 때는 저자가 장애인이라는 사실을 알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작품에 담긴 저자의 진실보다는 모 신문 기사에서 읽었던 어린이 책에 담겨진 부조리함들에 대한 지적이 더 앞선것이 사실이었지요. 당시 기사에서는 '아무리 몸이 불편한 친구지만 한 아이에게 1년간을 아침저녁으로 가방을 들어주라고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식으로 언급되었던 기억인데, 냉정하게 생각하면 그 지적이 맞지만, 그 1년을 견딘 주인공은 아마도 그가 시간적으로 잃은 것보다는 더 많은 인생의 보화를 1년동안의 그의 삶에서 얻었을 것이라는 생각에 이르러서는 내 아이가 다니는 학교에서도 그런 아이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는 실없는 생각도 들게 됩니다. 그리고 저자가 얼마전에 쓴 책을 보면서 그가 장애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그의 글에 배어있는 장애에 대한 날카롭지만 따스한 시선이 곧 그의 삶 자체였다는 것을 알게 된 후로는 그의 글에 담긴 한 장애인의 삶을 읽게 됩니다. 그런 의미에서 저자에 대한 관심이 다른 작가들에 대한 관심과는 또다른 면이 있다고 해야겠지요. 이렇게 여러 동화책을 통해서 아이들에게 의미있는 이야기들을 들려주고 있는 저자가 이번에는 이리 직접적으로 아이들에게 인생의 교훈을 들려주고 싶어한 이유가 무엇일까에 대한 궁금증과 내용에 대한 관심이 책을 받아드는 내 마음속에 자연스럽게 자리잡았습니다. 저자가 하고 싶어하는 특별한 이야기에 대한 관심이지요. 

 책 제목의 첫단추의 의미처럼 '인생에 있어서의 첫단추를 잘 끼우기 위해서 필요한 조언들'..... 이 책에 대해서 부제를 달아보라고 한다면 이리 달겠습니다. 삶에 정답은 없지만 선인들의 삶에서 힌트는 얻을 수 있다는 저자의 말처럼 인생의 첫단추를 끼우는 청소년들에게 뭔가 도움을 주고 싶다는 바람이 고스란히 담겨있음을 느끼기 때문입니다. 저자는 사랑과 용기, 긍정적인 마음가짐, 노력등의 가치를 통해 '가장 먼저 알아야 할 것들에 대해서'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다음은 외국어 공부와 독서, 상상력과 창의력, 예의와 호기심, 다른이에 대한 배려 등을 예로 들면서 '어린시절부터 시작하면 좋은 습관들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마지막 단원에서는 '어른이 되어서도 잊지 말아야 할 것들에 대해서' 이야기 합니다. 친절과 유머, 리더십과 존엄성, 겸손과 부조에 대한 이야기들인데 어른인 나를 먼저 부끄럽게 만드는 이야기들이기도 합니다. 저자는 각 단원의 각 이야기마다 내용과 어울리는 위인들의 실화를 담고 있습니다. 자신의 주장을 좀더 실감나게 하기 위해서겠지요.

 저자가 말하는 이야기들은 새로운 것이라고 할 수는 없는 것들입니다. 아이들이 자라면서 한번쯤 고민하고 난감해 할 수 밖에 없는 문제들에 대해 도움을 주고 싶어하는 저자의 소박한 바람이 담겨 있을 뿐이지요. 그리고 저자의 그런 소박한 바람과 차분히 들려주는 스물 아홉편의 이야기가 어우러진 모습이 이 책의 은은한 향기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화려한 것도, 자극적인 것도, 아주 특별한 그 무엇도 아니지만, 눈앞에 두고 조용히 읽어가노라면, 어려움을 겪는 아이의 인생 어느 한 구석에서 불쑥 얼굴을 들이밀고, 그 마음을 격려해 줄만한 향기로움은 지녔다는 생각입니다. 그리고 저자의 말처럼 한번뿐인 인생이 중요한 만큼 첫 단추를 잘 잠그는 것이 중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첫 단추가 잘못끼워져 있더라도 그걸 깨닫는 순간 다시 처음부터 단추를 다시 채울 수 있는 용기와 지혜를 알도록 아이를 인도하는 것도 그 무엇보다 중요하겠지요. 이 책의 이야기에 귀기울인 아이라면 그러한 지혜도 알게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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