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자가 자기 발등을 찍는 30가지 실수
빌 리 지음, 박수철 옮김 / 예문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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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봄바람에 돋는 파릇파릇한 새싹처럼 활기있고 능동적으로 돌아가는 조직과 더위에 시든 나무처럼 활력을 잃고 수동적으로 겨우겨우 지탱되고 있는 조직. 관리자라면 당연히 전자의 조직을 기대하면 자신의 일을 수행하겠지요. 하지만 실제가 그렇지 못하다면, 관리자가 솔선하여 한번 들여다 보면 좋은 내용들이 이 책에 적혀 있습니다. 저자는 이 책에서 관리자들이 너무도 소홀하기 쉬워서 실수하고 있는(을) 것들, 하지만 결국 조직 자체에 치명적인 독버섯이 될 수 있는 것들에 대해서 말하고 있습니다.  

 관리자들이 알지 못하며 저질러왔고, 지금도 저지르고 있는 사소해보이지만 치명적인 실수들. 이 책이 말하고 있는 요점입니다. 물론 30가지의 각 개별 사례를 통해 하나하나 되짚어 보는 것이 더 중요한 부분입니다. 저자는 주급 200달러의 세일즈맨으로 시작하여 세일즈 매니저가 되고, 한 회사의 공동 소유주가 되었다가 '리 리소스 Lee Resource'라는 컨설팅 및 트레이닝 전문기업을 이끌고 있는 사람입니다. 이 책은 자신의 인생역정의 그러한 과정에서, 관리자로서 자신이 저질렀던 실수와 교육을 통해서 배웠던 관리기법, 기업컨설팅을 하며 지켜보았던 실수를 바탕으로 관리자가 은연중에 하고 있는(을) 잘못된 태도와 행위 등에 대한 구체적이고 실제적인 내용을 담은 실용서입니다.

 저자가 본문에서 지적하는 30가지 실수에는, 직원 채용을 위한 가이드라인의 미작성, 채용과 해고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나 과단성의 부족, 의사 소통의 경색, 무의미한 평등주의적 태도, 아랫사람의 권한에 대한 침범, 장기 및 단기 계획의 부재, 여러가지 것들에 대한 기준의 부재, 그리고 규칙을 어기는 것 등.... 사소하게 보이지만 결국 조직에 치명적인 해를 입힐 수 있는 이야기와 실례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모든 것들을 계획적이고 구체적으로, 명확하고 투명하게, 그리고 엄격하고 과감하게 실행하라는 식으로 추상화 할 수 있는 이야기들이지만, 그러기 보다는 한 이야기, 한 이야기를 차분하게 들여다보는 것이 더 많은 도움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부록에는 면접의 기술, 직위 설명서 그리고 인센티브 보상규칙 등이 수록되어 있어, 잘 활용하면 읽는 이에게는 아주 실질적인 도움을 주리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러한 책에 관심을 갖는 이는 아마도 직/간접적으로 관리자라는 자리나 역할에 속해 있는 이들일 겁니다. 거창한 대기업이나 중소기업이 아니더라도, 직원을 데리고 자영업을 하는 소규모의 상인 등의 경우에도 관리자로서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고 또한 실질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구요. 또한 내용을 약간만 확장하고 일반화한다면, 각 가정 - 물론 가정은 이윤추구를 최고로 삼는 사업장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의미와 특징을 가졌지만-에서도 많은 부분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겁니다. 결국은 거대한 기업의 경영자가 아니더라도, 자신이 속한 조직에서의 자신과 동료, 그리고 상사와 부하직원들을 돌아보며 읽는다면, 자신이 속한 조직을 훨씬 활력있고 능동적인 조직으로 만들어가는데 아주 실제적인 도움을 얻을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발등에 불이 붙어있지 않은 이들이 읽게된다면 상당히 인내를 요구하는 딱딱한 내용일수도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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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를리외르 아저씨 쪽빛그림책 2
이세 히데코 지음, 김정화 옮김, 백순덕 감수 / 청어람미디어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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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려하지는 않지만, 이야기에 어울리게 차분하고 깔끔한 색채로 파리의 곳곳의 풍경과 를르와르 아저씨의 작업실과 작업하는 모습이 그려진 이 책은 자신이 소중하게 여기는 식물도감이 망가져서 그것을 고치고 싶어하는 소녀의 이야기입니다. 소녀는 새로운 책보다는 자신이 귀하게 여겼던 책을 다시 고치고 싶어서, 파리의 이곳저곳을 헤매다가 를르외르 아저씨를 만나게 됩니다. 를르외르가 제본가라는 의미라고 하니까 책의 제목은 "나의 제본가 아저씨"라고 해도 되겠습니다. 내부가 뒤죽박죽인 아저씨의 작업실에서 소녀는 아저씨가 책을 낱낱이 분해해서 다시 말끔하게 제본을 하는 과정을 통해서, 책에 새 생명이 불어넣어지는 모습을 바라보게 됩니다. 손으로 하나하나의 과정을 정성들여 처리하고, 마지막으로 표지를 만들 가죽을 얇게 펴는 모습까지 본 뒤에 소녀는 를르외를 아저씨와 공원을 산책하며 공원의 아카시아 나무의 나이 만큼이나 오래된 아저씨의 를르외르라는 가업에 대한 이야기도 듣습니다. 소녀에게 이름을 묻고 헤어진 아저씨는 소녀와의 만남을 통해 책에 새 생명을 부여하는 마법을 지녔던 아버지의 손과 가르침을 기억하고선, 아마도 그런 마법을 이젠 자신의 소녀의 책에도 부여하고 싶었던지 밤늦게까지 작업실의 불을 켜놓고 일을 하셨습니다. 소녀가 새 싹이 난 화분을 가지고 아저씨의 작업실에 들렀을 때, 소녀의 책에도 새 생명이 불어넣어졌습니다. 다 망가져 버려질 뻔한 책이 "ARBRES de SOPHIE" - 소피의 나무들-이라는 멋진 금박 글씨에, 파릇한 아카시아 그림의 표지를 입고 다시 태어났답니다. 소녀는 새로운 자신만의 책속에서, 들고 온 화분 속의 싹이 아카시아라는 사실을 찾아내고선, 어느 새 잠들어버린 를르외르 아저씨의 손에 조용히 전해 드립니다.... 아저씨가 마법을 부려 생명을 준 책은 다시는 뜯어지지 않았고.....  소녀는 이제 식물학 연구자가 되어 를르외르 아저씨와 함께 보았던 그 아카시아 나무앞에 책을 펴들고 서 있습니다. 

 다 읽은 후 내내, 를르외르 아저씨가 책을 다시 제본한다는 것, 그래서 책에 다시 한번 새 생명을 덧입힌다는 것의 의미를 생각하게 됩니다. 적어도 400여년을 장인으로서 이어져 온 가업을 성실하고 묵묵하게 계속하는 를르외르 아저씨의 모습속에서 그리고 그 책을 통해서 새싹의 이름을 찾고, 또한 식물학자가 된 소녀 소피의 모습속에서, 책이 제본가의 손을 통해서 매번 새 생명으로 다시 태어난다는 것의 의미를 찾을 수 있습니다. 그 의미가  단지 겉표지가 멀쩡해졌다거나 너덜거리던 책장이 다시 정상적이 되었다거나 하는 단순함을 넘어선, 한 사람의 삶이 되고 미래가 된다는 그런 속깊은 이야기를 작가는 이 짧은 이야기를 통해서 하고 싶었을 거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런 의미에서 저자는 를르외르 아저씨가 다시 제본을 한다는 것은 책을 다시 분해하고, 크기를 맞추기 위해 가장자리를 자르고, 너덜거리는 책장을 실로 땀땀이 떠서 다시 꿰매고, 풀칠을 하고... 하는 등의 눈에 보이는 일련의 과정에 담긴 정성과 장인의 혼,  그 이상의 의미와 가치를 지니고 있다는 깨달음을 아마도 독자들에게 전해주고 싶었을 듯 합니다. 

60여 페이지가 채 못되는 그림과 짧은 이야기 속에, 그 그림과 이야기가 겉으로 말하는 것 이상의 많은 의미와 따뜻함이 담겨 있음을 느낍니다. 어린이들을 위한 그림책이라고는 하지만, 이 안에 담긴 작가의 정성과 따뜻한 시선, 그리고 를르외르 아저씨의 제본가로서의 묵묵한 삶은, 단순하지만 깊은 울림을, 다 읽고 나서도 내내 마음속에 남겨줍니다. 아마도 이 책을 읽는이가 어린이든, 청년이든, 장년이나 노년의 영혼이더라도 나와 동일한 울림을 가슴으로 느끼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감히 해 봅니다. 그의 마음 문이 열려 있기만 하다면 말입니다. 그리고 우리 주위에서는 이야기 속의 를르외르 아저씨처럼 제본을 하는 책을 찾기도 어렵고, 한편으로는 소피처럼 책 한권을 귀히 여기기에는 책이 너무 흔한 시대가 되어버렸지만, 내 손에 쥐어지는 책에 대해서 그리고 그 책에 내 손때가 묻어간다는 의미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하고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또 한편으로는 나의 아이들에게도 내게 들려준 그런 속깊은 이야기를 속삭여 주리라는 엉뚱한 기대를 하게 되는 시간이기도 하였습니다. 부디 내가 들은 이야기보다 더 풍성한 속삭임을 나의 아이들이 이 책을 통해서 들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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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한 날 읽는 행복한 책
마크 길로이 지음, 크티시스 옮김 / 가치창조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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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오는 날

- 헨리 워즈워스 롱펠로우-

날은 춥고 어둡고 스산한데 비는 오고

바람은 멎지 않는다.

포도 넝쿨은 여전히 무너져가는 담에 매달려있지만

바람 불 때마다 마른 잎들은 떨어진다.

날은 어둡고 스산한데.

내 삶은 춥고 어둡고 스산한데 비는 오고

바람은 멎지 않는다.

내 마음은 잊혀져가는 과거에 아직도 매달려있지만

부는 바람에 청춘의 희망들은 자욱한 안개 속으로 사라진다.

날은 어둡고 스산한데.

평온하라, 슬퍼하는 마음이여! 불평을 멈추어라.

구름 뒤에는 여전히 태양이 빛나고 있고

너의 운명도 모두가 겪는 그런 것

누구의 삶에든 얼마간 비는 오기 마련이니

때때로 어둡고 스산한 날도 있으리.

 

 <우울한 날 읽는 행복한 책> 롱펠로우의 이 시처럼, 인생의 흐리고 비가 내리는 어둡고 스산한 날, 여전히 구름 뒤에는 태양이 빛나고 있음을, 그리고 인생길에서 겪는 운명적인 어려움들이, 우리가 사는 날동안 얼마간은 비가 내리듯이, 우리의 삶속에 섞여 있는 것이고, 그 시간이 지나면 다시 비가 개일 것이라는 소망을 말하고 있는 책입니다. 아마도 이 시에서 느끼는 감정들이 이 책을 읽으면서 맞보는 그러한 감정과 일맥상통할 듯 합니다. 하지만 책속에서 대하게 될 우울한 날의 행복한 이야기들이 훨씬 밝고, 명랑하고, 즐거움을 주는 내용들입니다. 그 이유는 이야기속 주인공들의 사연이, 시인의 눈길만큼 진지하기는 하지만, 시인처럼 자신의 짐을 다 내려놓지 못하고 인생을 관조하고 있는 듯한 모습이 아니고, 무거운 짐을 지고 찾아가서, 그 짐을 의탁할 이를 찾았기 때문이지요. 

 '우리는 종종 '은혜'를 성경에서 나오는 인물들의 삶에서만 발견하려는 듯하다. 그러나 은혜란 것이 항상 겉으로 보여야 하는 것은 아닐터, 우리는 매일의 삶 가운데 우리 주변에서 은혜의 흔적을 찾을 수도 있다. 오늘 같은 날에도 우리는 영혼을 어루만지시는 전능자 하나님의 부드러운 손길을 느낄 수도 있는 것이다. 은혜가 반드시 소리가 크거나 영적이거나 한 것만은 아니다. 극적인 개입, 급진적인 개종, 초자연적인 치유만을 의미하지도 않는다. 하나님은 항상 우리 주변에 계신다. 우리는 은혜의 바다에 있고 우리가 숨쉬는 공기 중에서도 은혜를 느낄 수 있다.'

 본문의 <하나님의 은혜 발견하기>에 나오는 위의 이야기처럼, 이 책은 우리의 일상속에 담긴 하나님의 손길과 보살핌, 그리고 그러한 소소한 일상속에서 쏟아져 들어온, 넘치는 은혜에 대한 소담스런 이야기들이 담겨 있습니다. 신앙적인 열정과 다짐, 기도와 찬송과 예배 가운데서만이 아닌, 우리가 아프고, 슬프고, 외롭고, 우울함을 느끼는 그러한 순간에도 은혜가 넘치는 하나님의 손길이 함께 하셨다는 고백들을 담은 이야기입니다. 거창한 일들이 아니라 각 개인의 소소한 일상에까지 세밀한 손길을 주시는 하나님에 대한 은혜와 감사의 기록들입니다.

  '그녀가 자신의 삶이 참으로 비참하고 어렵다고 말하는 데 아무도 이의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예수님이 그녀의삶에 등장하자 여인의 삶은 180도 바뀌었다. ....'

 요한복음에 나오는 우물가에서 예수님을 만난 사마리아 여인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당시 유대 사회에서 사마리아인이었고, 여인이었으며, 결혼을 다섯번이나 하였지만 여전히 남편이 없었고, 남들이 쉬는 뙤약볕을 마다하지 못하고 물을 길어야 했던 처지의 이 여인의 삶은 예수님을 만나고 정말로 새로와졌습니다. 그리고 이 책은 우리의 삶도, 어찌하여 황량하게 느껴지는 그 때에도 우리에게 찾아오시는 예수님을 발견할 때, 그가 약속한 생수가 넘쳐 흐를 것이라는 소망을 기억하게 해 줍니다. 인생에서 부드러운 비가 내리는 날, 구름 낀 날, 예측할 수 없는 소나기가 쏟아지는 날, 천둥 번개가 내리치는 날, 우울한 날 그리고 화창한 날과 무더운 날의 빗방울 속에서도, 자신들에게 주어진 작은 일상에서 감사와 기쁨의 이유들을 발견하고, 넘치는 은혜에 미소짓는 평범한 이들의 삶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그들이 느꼈던 감사와 기쁨이 내게로 전염되고 있다는 전율을 느끼게 해 줍니다. 그리고 그들의 삶을 포근히 안아 주셨던 예수님이, 나의 삶도 또한 포근히 안아주고 계신다는 사실을, 나의 가족과 친구, 이웃, 그리고 주위 환경과 만물들을 통해서 소소한 나의 일상에 넘치는 은혜로 채우고 계심을 깨닫게 만듭니다..... 이 책을 읽은 오늘 하루의 시간들은, 아마도 시간이 많이 지난 후에라도, 내 삶이 다시 권태롭게 느껴지고, 지치고 피곤할 때, 때로는 우울하고 슬픈 날에 다시 손에 들더라도, 책 속 이야기들을 통해, 오늘 느꼈던 행복을 다시 한 번 내게 감염시켜줄 거라는 소망을 간직하게 하는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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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징 이야기 - 진귀한 그림, 사진과 함께 보는 상징의 재발견
잭 트레시더 지음, 김병화 옮김 / 도솔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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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징이란 사전적인 의미로는 '추상적인 개념이나 사물을 구체적인 사물로 나타냄. 또는 그렇게 나타낸 표지·기호·물건 따위'를 이릅니다. 하지만 이러한 사전적인 의미보다는 서문에 표현된 것처럼 '상징은 인간의 언어로 표현할 수 없는 감정적 정신적 속살을 보여주는 창문같은 것이다'라는 표현이나 칼 융의 '상징이나 원형은 인류의 심리에 뿌리박고 있어서 우리는 그것에 본능적으로 반응하게 된다'는 표현이 우리가 '상징'이라는 단어에서 느끼는 어감을 훨씬 더 잘 살렸다는 느낌입니다. 이 책은 인간의 문화속에 깃든 상징과 그 의미에 관한 책입니다. 내용을 읽다보면 상징의 사전적인 의미처럼 어떤 의미를 담은 상징에 대한 무미건조해 보이는 백과사전식 나열로 구성되어 있어서, 상징이라는 어감에서 기대했을 전설처럼 신비롭고 동화처럼 아름다운 이야기에 대한 기대가 무참히 무너지는 느낌을 많이 받은 것이 사실이지만, 책의 원제인 'Simbols And Their Meanings'에  충실한 책이라는 것을 인정할 수 밖에 없을 듯 합니다.

 책의 구성을 보면, 7개의 장으로 나눠진 주제들은 다시 소주제들로 나눠져서 그 주제를 나타내는 세계 여러나라의 문화속에 깃든 상징들에 대한 예와 설명으로 채워져 있습니다. 1장은 '형체를 얻은 정령'이라는 주제하에 '창조', '여성 원리', '남성 원리', '몸', '머리카락', '심장, 피, 머리', '손과 눈', '수명'이라는 소주제들로 나눠지고, 각각의 소주제에 대한 상징물의 예와 설명이 곁들여집니다. 예를 들면 창조를 나타내는 상징물은 '알', '물', '거인들'과 연관성이 있는데, 이러한 상징물을 통해 창조의 신비를 표현하는 세계 여러나라와 부족들의 문화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2장은 '영혼, 마음, 초자연'을 주제로 '천국과 지옥', '선과 악', '마법' 등의 상징에 대해서, 3장은 '동물 세계'라는 주제하에 '상상속의 동물', '말과 사슴', '뱀 숭배', '용', '코끼리, 원숭이, 곰, 멧돼지' 등의 다양한 동물에 담긴 상징에 대해서, 4장은 '식물의 왕국'이라는 주제하에 각종 식물과 연관된 상징들에 대한 이야기들이 담겨 있습니다. 5장은 우주와 시간과 계절, 불과 공기, 비와 구름, 안개와 폭풍우 등과 연관된 상징에 대한 내용이고, 6장은 예술과 예술 작품속에 깃든 상징의 세계에 대해서, 그리고 7장은 선, 십자, 원, 색채, 형태와 기호, 그리고 기하학적인 형상과 패턴 등에 담긴 상징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앞에서 이야기 하였듯이, 처음 책을 대하면서는 상징에 대한 재미있는(?) 이야기 즉, 동화나 전설속에서 느끼는 아름다움이나 신비로움을 기대한 것이 사실이었습니다. 하지만 책장을 넘길수록 그러한 아름다움과 신비로움보다는 인간의 다양한 문화속에 담겨있는 방대한 양의 상징에 대한 난해함을 느끼게 된 것이 사실이었습니다. 저자가 의도한 바는 아마도 자신이 모은 자료를 정리하고, 또한 그 방대한 상징에 대한 정보를 전달하고자 하는 것이었을텐데, 책을 읽게 되는 나의 기대가 맛갈스러운 이야기 쪽으로 먼저 투영된 탓이겠지요. 하지만 난해함은 난해함대로 남기고 마지막까지 저자가 말하는 상징 이야기에 귀기울인 덕에, 인간의 문화속에 담긴 상징의 다양성에 대한 안목이나 시간이 흐름에 따라 변화된 상징물에 대한 이해, 우리와 다른 문화속에 깃든 또 다른 의미의 상징물들에 대한 지식-완전한 것은 아니지만-등을 얻을 수 있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과학이 발전한 만큼, 신비로움을 지닌 상징이 우스개소리처럼 공허해지기도 해버렸다는 사실이 아마도 우리 인간이 지닌 중요한 문화적인 소중함 하나를 잃어가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는 것도 저자의 이야기 속에 담긴 고대인의 천지만물에 대한 믿음이 담긴 상징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일 겁니다. 그리고 한가지, 이 책을 보면서 이내 아쉬웠던 점은 중국과 일본의 문화속에 나타난 다양한 상징물에 대한 언급과 달리, 우리의 문화와 상징에 대한 이야기는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는 것과 삼족오에 대한 이야기가 두번인가 나오는데 그것이 중국의 문화와 역사 속에 깃든 상징체계로 소개된 부분에서 였습니다. 아마도 우리의 것에 대한 연구나 소개가 미흡함으로 인한 것이겠지만, 그래도 마지막까지 아쉬움이 남는 부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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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에게 보내는 편지
대니얼 고틀립 지음, 이문재.김명희 옮김 / 문학동네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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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속의 글은 할아버지가 자신의 손자에게 쓴 편지들입니다. 하지만 외형적으로 두사람은 평범한 사람이 아닙니다. 그렇다고 비범한 것은 더더욱 아니구요. 할아버지는 서른이 갓 넘었을 때 교통사고를 당해 전신마비로 30여년이 넘는 세월을 휠체어에서의 눈높이로 세상을 살아온 이입니다. 중간에 당연히 삶에의 절망도 겪었고, 부인과의 이혼도 겪었고, 또한 그 부인을 먼저 저 세상으로 보내기도 했지만, 다른 한 편으로는 심리학자이자 임상심리의로서 환자들을 대면하며 그들의 성공과 실패, 희망과 절망을 보면서 15년이 넘게 자신의 자리를 지켜온 이입니다. 편지를 받는 샘은 저자의 두번째 딸이 낳은 아이입니다. 손자에 대한 기대와 희망으로 그에게 들려줄 이야기들을 편지로 쓰기 시작했다는 할아버지는 손자가 두돌이 되던 무렵에 사랑스런 딸의 아들 샘이 자폐증이라는 소식을 접하게 됩니다. 그리고 '어렸을 때는 장애를 가진 아버지를 보살펴야 했던 딸이 이제는 장애를 가진 아들을 평생동안 보살펴야 한다는 사실에 눈물을 흘렸다' 고 말하고 있습니다. 아마도 이것은 장애자로서의 자신의 삶과 그리고 심리학자로서 자폐증에 대해서 누구보다도 더 많이 이해하고 있는 저자이기에, 그가 말로 표현하는 것보다도 더 깊은 아픔이 이 말속에 담겨 있을 것입니다. 저자는 또한 자신의 사랑스런 손자 샘을 보면서 눈물을 흘렸다고 합니다. 세상에서 다르게 산다는 것을 30년이 넘게 겪은 그이기에 '다름'의 의미를 누구보다도 더 잘 이해하고 있었서였겠지요.

  '책에서 배운 심리학 지식은 얼마되지 않는다. 오히려 휠체어에서 더 많은 것을 배웠다. 전신마비가 내게 가르쳐 주었다. 가만히 앉아 귀를 열고, 마음을 열고, 다른 사람의 말에 귀기울이는 법을 말이다.'

 전신마비 장애자로서, 심리 상담자로서, <가족의 소리>라는 라디오 방송 상담자, 그리고 칼럼리스트로서의 삶을 살면서 그가 배운 지식의 원천에 대한 저자의 고백입니다. 삶의 재앙이었던 전신마비가 그를 더 지혜롭게 하고 겸손하게 한 축복이었다는 고백처럼 들리기도 합니다. 이건 물론 저자의 겸손함, 그리고 자신의 삶에 대한 긍정의 결과로 얻어진 것이기에 그에게 닥쳤던 뼈를 깎고, 영혼을 갉아먹었던 일들을 과소 평가하는 것은 아닙니다. 저자의 고백에서 자신이 가장 낮은 곳에 처했을 때, 세상의 비밀들을 알게 되었다는 부드러운 목소리를 듣게 됩니다.

 '샘이 태어나던 날부터 나는 얘기해주고 싶었다. 인생과 사랑에 대해, 그리고 부모 또한 상처받기 쉬운 연약한 인간이라는 것, 학교가 어떤 곳인지, 친구가 얼마나 소중한지, 간혹 못된 친구도 있을수 있다는 사실은 물론이고 성, 연애, 일, 돈, 마약에 이르기까지 세상 모든 것을 다 말해 주고 싶었다. 나 자신에 대해서도 들려주고 싶었다.'

 세상에 태어난 샘에게 편지를 쓰기 시작한 이유들입니다. 특별한 삶을 산 할아버지이지만, 아직은 정상적으로 여겨지던 샘에게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아마도 세상의 모든 할아버지들이 자신의 손자들에게 들려주고 싶어하는 이야기와 크게 다르지 않은 듯 합니다. 적어도 저자가 편지를 쓰기 시작할 때까지는 저자가 전신마비이기는 하지만, 여느 집의 할아버지와 다를바 없는 마음이고, 손자도 여느 집의 아이와 다를바 없는 사랑스런 아기였으니까요. 하지만 이만큼만으로도 충분히 많은 사람들의 가슴을 따뜻하게 할 만한 편지들이 될 수는 있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깨달았다. 샘에게 해줘야 할 이야기가 훨씬 많아져다는 것을. 나는 샘에게 다른 사람과 '다르다'는 것의 의미를 말해주고 싶었다. 내가 매일같이 겪어왔고 앞으로 샘이 겪게 될 역경을 알려주고 싶었다. 그리고 그 역경에 맞서 싸우면서 내가 꺠달은 바를 들려주고 싶었다. 그리고 싸움을 멈추는 것만으로 어떻게 평화가 찾아오는지도 말해주고 싶었다.무엇보다도 사랑에 대해서 말해주고 싶었다....'

 샘이 자폐증을 진단받고, 저자가 그의 딸과 손자를 생각하며 눈물을 흘리는 중에 고백하는 말입니다. 아마도 이 책에 실린 30여통의 편지가 특별함을 지니게 되는 이유가 될 수 있겠지요. 단순히 인생의 지혜와 사랑을 담은 편지가 아닌 진실로 삶에 대한 아픔과 통찰이 담긴, 사랑과 위로와 지혜가 담긴 글이 되고, 자신의 손자 샘만이 아닌, 샘과 같은, 저자와 같은, 그리고 저자가 자신의 삶속에서 만났던 많은 아픔을 가진 사람들과 같은 이들에게 동일한 사랑과 위로와 지혜를 전달할 수 있는 힘이 이 글속에 담기게 된 사연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저자의 이러한 동병상련의 아픔과 혈육간의 사랑, 그리고 담담하게 세상을 바라보는 지혜와 겸손함이 세상의 그늘진 곳에 움츠리고 있는 많은 샘의 영혼을 위로하고 울릴 수 있는 이유가 되었을 것입니다.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 책의 중간에 저자가 인용을 하였던 책입니다. 벌써부터 많은 이들에게 삶을 돌아보게 하는 책이었지요. 그래서인지 어디선가 두 책을 서로 비슷한 범주로 비교한 이야기를 보았습니다. 어려움 속에서도 인생에 대한 지혜와 사랑 그리고 긍정을 담았다는 면에서 많이 닮아있는 모습이지요. 모쪼록 많은 이들이 -나를 비롯하여-, 특히 세상의 음지에 가려져 있을 모든 샘과 모리가, 이 책을 통하여 사랑과 위로를 얻기를 기원합니다.

  사랑은 모든 것을 변화시킨다 - 앤드루 로이드 웨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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