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한 날 읽는 행복한 책
마크 길로이 지음, 크티시스 옮김 / 가치창조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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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오는 날

- 헨리 워즈워스 롱펠로우-

날은 춥고 어둡고 스산한데 비는 오고

바람은 멎지 않는다.

포도 넝쿨은 여전히 무너져가는 담에 매달려있지만

바람 불 때마다 마른 잎들은 떨어진다.

날은 어둡고 스산한데.

내 삶은 춥고 어둡고 스산한데 비는 오고

바람은 멎지 않는다.

내 마음은 잊혀져가는 과거에 아직도 매달려있지만

부는 바람에 청춘의 희망들은 자욱한 안개 속으로 사라진다.

날은 어둡고 스산한데.

평온하라, 슬퍼하는 마음이여! 불평을 멈추어라.

구름 뒤에는 여전히 태양이 빛나고 있고

너의 운명도 모두가 겪는 그런 것

누구의 삶에든 얼마간 비는 오기 마련이니

때때로 어둡고 스산한 날도 있으리.

 

 <우울한 날 읽는 행복한 책> 롱펠로우의 이 시처럼, 인생의 흐리고 비가 내리는 어둡고 스산한 날, 여전히 구름 뒤에는 태양이 빛나고 있음을, 그리고 인생길에서 겪는 운명적인 어려움들이, 우리가 사는 날동안 얼마간은 비가 내리듯이, 우리의 삶속에 섞여 있는 것이고, 그 시간이 지나면 다시 비가 개일 것이라는 소망을 말하고 있는 책입니다. 아마도 이 시에서 느끼는 감정들이 이 책을 읽으면서 맞보는 그러한 감정과 일맥상통할 듯 합니다. 하지만 책속에서 대하게 될 우울한 날의 행복한 이야기들이 훨씬 밝고, 명랑하고, 즐거움을 주는 내용들입니다. 그 이유는 이야기속 주인공들의 사연이, 시인의 눈길만큼 진지하기는 하지만, 시인처럼 자신의 짐을 다 내려놓지 못하고 인생을 관조하고 있는 듯한 모습이 아니고, 무거운 짐을 지고 찾아가서, 그 짐을 의탁할 이를 찾았기 때문이지요. 

 '우리는 종종 '은혜'를 성경에서 나오는 인물들의 삶에서만 발견하려는 듯하다. 그러나 은혜란 것이 항상 겉으로 보여야 하는 것은 아닐터, 우리는 매일의 삶 가운데 우리 주변에서 은혜의 흔적을 찾을 수도 있다. 오늘 같은 날에도 우리는 영혼을 어루만지시는 전능자 하나님의 부드러운 손길을 느낄 수도 있는 것이다. 은혜가 반드시 소리가 크거나 영적이거나 한 것만은 아니다. 극적인 개입, 급진적인 개종, 초자연적인 치유만을 의미하지도 않는다. 하나님은 항상 우리 주변에 계신다. 우리는 은혜의 바다에 있고 우리가 숨쉬는 공기 중에서도 은혜를 느낄 수 있다.'

 본문의 <하나님의 은혜 발견하기>에 나오는 위의 이야기처럼, 이 책은 우리의 일상속에 담긴 하나님의 손길과 보살핌, 그리고 그러한 소소한 일상속에서 쏟아져 들어온, 넘치는 은혜에 대한 소담스런 이야기들이 담겨 있습니다. 신앙적인 열정과 다짐, 기도와 찬송과 예배 가운데서만이 아닌, 우리가 아프고, 슬프고, 외롭고, 우울함을 느끼는 그러한 순간에도 은혜가 넘치는 하나님의 손길이 함께 하셨다는 고백들을 담은 이야기입니다. 거창한 일들이 아니라 각 개인의 소소한 일상에까지 세밀한 손길을 주시는 하나님에 대한 은혜와 감사의 기록들입니다.

  '그녀가 자신의 삶이 참으로 비참하고 어렵다고 말하는 데 아무도 이의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예수님이 그녀의삶에 등장하자 여인의 삶은 180도 바뀌었다. ....'

 요한복음에 나오는 우물가에서 예수님을 만난 사마리아 여인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당시 유대 사회에서 사마리아인이었고, 여인이었으며, 결혼을 다섯번이나 하였지만 여전히 남편이 없었고, 남들이 쉬는 뙤약볕을 마다하지 못하고 물을 길어야 했던 처지의 이 여인의 삶은 예수님을 만나고 정말로 새로와졌습니다. 그리고 이 책은 우리의 삶도, 어찌하여 황량하게 느껴지는 그 때에도 우리에게 찾아오시는 예수님을 발견할 때, 그가 약속한 생수가 넘쳐 흐를 것이라는 소망을 기억하게 해 줍니다. 인생에서 부드러운 비가 내리는 날, 구름 낀 날, 예측할 수 없는 소나기가 쏟아지는 날, 천둥 번개가 내리치는 날, 우울한 날 그리고 화창한 날과 무더운 날의 빗방울 속에서도, 자신들에게 주어진 작은 일상에서 감사와 기쁨의 이유들을 발견하고, 넘치는 은혜에 미소짓는 평범한 이들의 삶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그들이 느꼈던 감사와 기쁨이 내게로 전염되고 있다는 전율을 느끼게 해 줍니다. 그리고 그들의 삶을 포근히 안아 주셨던 예수님이, 나의 삶도 또한 포근히 안아주고 계신다는 사실을, 나의 가족과 친구, 이웃, 그리고 주위 환경과 만물들을 통해서 소소한 나의 일상에 넘치는 은혜로 채우고 계심을 깨닫게 만듭니다..... 이 책을 읽은 오늘 하루의 시간들은, 아마도 시간이 많이 지난 후에라도, 내 삶이 다시 권태롭게 느껴지고, 지치고 피곤할 때, 때로는 우울하고 슬픈 날에 다시 손에 들더라도, 책 속 이야기들을 통해, 오늘 느꼈던 행복을 다시 한 번 내게 감염시켜줄 거라는 소망을 간직하게 하는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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