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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징 이야기 - 진귀한 그림, 사진과 함께 보는 상징의 재발견
잭 트레시더 지음, 김병화 옮김 / 도솔 / 2007년 7월
평점 :
품절
상징이란 사전적인 의미로는 '추상적인 개념이나 사물을 구체적인 사물로 나타냄. 또는 그렇게 나타낸 표지·기호·물건 따위'를 이릅니다. 하지만 이러한 사전적인 의미보다는 서문에 표현된 것처럼 '상징은 인간의 언어로 표현할 수 없는 감정적 정신적 속살을 보여주는 창문같은 것이다'라는 표현이나 칼 융의 '상징이나 원형은 인류의 심리에 뿌리박고 있어서 우리는 그것에 본능적으로 반응하게 된다'는 표현이 우리가 '상징'이라는 단어에서 느끼는 어감을 훨씬 더 잘 살렸다는 느낌입니다. 이 책은 인간의 문화속에 깃든 상징과 그 의미에 관한 책입니다. 내용을 읽다보면 상징의 사전적인 의미처럼 어떤 의미를 담은 상징에 대한 무미건조해 보이는 백과사전식 나열로 구성되어 있어서, 상징이라는 어감에서 기대했을 전설처럼 신비롭고 동화처럼 아름다운 이야기에 대한 기대가 무참히 무너지는 느낌을 많이 받은 것이 사실이지만, 책의 원제인 'Simbols And Their Meanings'에 충실한 책이라는 것을 인정할 수 밖에 없을 듯 합니다.
책의 구성을 보면, 7개의 장으로 나눠진 주제들은 다시 소주제들로 나눠져서 그 주제를 나타내는 세계 여러나라의 문화속에 깃든 상징들에 대한 예와 설명으로 채워져 있습니다. 1장은 '형체를 얻은 정령'이라는 주제하에 '창조', '여성 원리', '남성 원리', '몸', '머리카락', '심장, 피, 머리', '손과 눈', '수명'이라는 소주제들로 나눠지고, 각각의 소주제에 대한 상징물의 예와 설명이 곁들여집니다. 예를 들면 창조를 나타내는 상징물은 '알', '물', '거인들'과 연관성이 있는데, 이러한 상징물을 통해 창조의 신비를 표현하는 세계 여러나라와 부족들의 문화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2장은 '영혼, 마음, 초자연'을 주제로 '천국과 지옥', '선과 악', '마법' 등의 상징에 대해서, 3장은 '동물 세계'라는 주제하에 '상상속의 동물', '말과 사슴', '뱀 숭배', '용', '코끼리, 원숭이, 곰, 멧돼지' 등의 다양한 동물에 담긴 상징에 대해서, 4장은 '식물의 왕국'이라는 주제하에 각종 식물과 연관된 상징들에 대한 이야기들이 담겨 있습니다. 5장은 우주와 시간과 계절, 불과 공기, 비와 구름, 안개와 폭풍우 등과 연관된 상징에 대한 내용이고, 6장은 예술과 예술 작품속에 깃든 상징의 세계에 대해서, 그리고 7장은 선, 십자, 원, 색채, 형태와 기호, 그리고 기하학적인 형상과 패턴 등에 담긴 상징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앞에서 이야기 하였듯이, 처음 책을 대하면서는 상징에 대한 재미있는(?) 이야기 즉, 동화나 전설속에서 느끼는 아름다움이나 신비로움을 기대한 것이 사실이었습니다. 하지만 책장을 넘길수록 그러한 아름다움과 신비로움보다는 인간의 다양한 문화속에 담겨있는 방대한 양의 상징에 대한 난해함을 느끼게 된 것이 사실이었습니다. 저자가 의도한 바는 아마도 자신이 모은 자료를 정리하고, 또한 그 방대한 상징에 대한 정보를 전달하고자 하는 것이었을텐데, 책을 읽게 되는 나의 기대가 맛갈스러운 이야기 쪽으로 먼저 투영된 탓이겠지요. 하지만 난해함은 난해함대로 남기고 마지막까지 저자가 말하는 상징 이야기에 귀기울인 덕에, 인간의 문화속에 담긴 상징의 다양성에 대한 안목이나 시간이 흐름에 따라 변화된 상징물에 대한 이해, 우리와 다른 문화속에 깃든 또 다른 의미의 상징물들에 대한 지식-완전한 것은 아니지만-등을 얻을 수 있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과학이 발전한 만큼, 신비로움을 지닌 상징이 우스개소리처럼 공허해지기도 해버렸다는 사실이 아마도 우리 인간이 지닌 중요한 문화적인 소중함 하나를 잃어가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는 것도 저자의 이야기 속에 담긴 고대인의 천지만물에 대한 믿음이 담긴 상징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일 겁니다. 그리고 한가지, 이 책을 보면서 이내 아쉬웠던 점은 중국과 일본의 문화속에 나타난 다양한 상징물에 대한 언급과 달리, 우리의 문화와 상징에 대한 이야기는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는 것과 삼족오에 대한 이야기가 두번인가 나오는데 그것이 중국의 문화와 역사 속에 깃든 상징체계로 소개된 부분에서 였습니다. 아마도 우리의 것에 대한 연구나 소개가 미흡함으로 인한 것이겠지만, 그래도 마지막까지 아쉬움이 남는 부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