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사히야마 동물원에서 배우는 창조적 디자인 경영
이병욱 지음 / 국일미디어(국일출판사)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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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 돌아가는 일에 귀를 닫은 사람이 아니라면, 이제는 디자인 시대라는 말에 낯섦을 느낄 이는 없을 것입니다. 삼성전자의 이건희 회장은 수년전 부터 디자인의 중요성에 대한 전도사 역할을 마다하지 않았던 듯 하고, 그 뒤를 이어 우리나라의 여러 기업들에서도 디자인이라는 분야의 중요성이 누누히 강조되었던 듯 합니다. 삼성의 애니콜, LG의 초콜릿폰, 삼성의 보르도 TV 등이 우리가 디자인하면 쉽게 떠올릴 수 있는 우리 제품들일 듯 하고, 아마도 모토로라의 레이저폰이나 애플의 아이팟 등이 최근에 하나의 물결을 이루었던 디자인의 가치를 증명한 제품들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물론 이 책에 소개된 3M, 애플의 스티브 잡스, 코메론이나 핑크베리 등은 예전에 신문기사나 탤리비젼에도 소개된 적이 있으니까, 많은 사람들이 기억하고 있을거구요.

 <아사히야마 동물원에서 배우는 창조적 디자인>. 이 책은 단지 어떤 한 제품에 한정된 디자인이라는 분야를 이야기 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그보다는  좀더 총괄적인 측면에서의 디자인의 의미를 아사히야마 동물원의 변신과 성공을 통해서 들여다 보고자 한 것이라고 하는 것이 옳겠습니다. 일본의 북쪽 추운지방의 폐원 위기의 한 동물원이 어떻게 일본 제일이라는 동경 우에노 동물원을 앞지르고 최고의 동물원이 되었는가를 살펴보는 것에서 시작한 이 책은, 아사히야마 동물원의 변신과정 자체를 하나의 커다란 디자인이라는 관점에서 보고 있습니다. 즉 현재 동물원 변화된 모습속에서 어떤 모습이 디자인이라는 측면에서 뛰어난 감각을 나타내는 것인지를 주로 살펴보는 것이 아니라 그러한 변화를 이루기까지의 과정 -학습모임 통한 아이디어의 창출과 실천, 직원들의 헌신적인 노력에서  최고 경영자의 안정적인 지원에 이르기까지- 자체를 디자인 경영이라는 관점에서 분석하고 있다고 하겠습니다. 그래서인지 읽는 사람으로서는 실질적이고 감각적인 느낌이나 변화에 대한 체험보다는 책내용이 추상적이고 이론적인 면으로 치우친 느낌을 버릴 수가 없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읽는 사람의 입장에서 아시히야마 동물원에 우리가 평소 무심히 지나쳤던 동물원들과 다른 색다른 변화가 있었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장면은 책에 삽입된 몇몇 사진과 동물의 입장에서 본래 야성을 느끼게 하는 '행동전시 디자인'이라는 용어, 그리고 각 전시장의 이름인 어린이 목장, 늑대의 숲, 침팬지 숲, 오랑우탄 공중방사장 등과 그것들의 특징에 대해서 책 중간중간에 언급된 내용들을 통해서 입니다. 우리에 갇힌 수동적인 동물들이 아니라 야생에 가까운 환경을 만들어 주고 역으로 관람객을 구경하게 한다거나 생각보다 더 가까운 곳에서 동물들과 접촉하게 만드는 방식 등을 통해서 관객들에게 감동을 선사하는 부분은 분명 우리의 동물원에서 쉽게 느낄 수 없었던 체험과 감동을 주는 세밀한 배려 덕분일 듯 합니다. 그리고 거기에 이르기까지는 사육사와 동물원 종사자들의 십수년의 땀과 노력이 모여서 이루어진 것이겠지요. 그런 측면에서 디자인이라는 것은 단순히 어떤 모양의 제품이 눈앞에 전시되었다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 그 물건을 만든 이의 철학과 혼이 담긴 것이라는 말이 더 옳겠습니다.

 책내용은 물론 아사히야마 동물원의 디자인 경영이라는 면에서의 분석이 밑바탕이 되었지만, 분량의 반정도는 서울시나 삼성전자, LG전자, 금호아시아나그룹, 일본의 요코하마시, 애플의 스티브 잡스 등 주요 디자인 경영사례에 대한 예와 설명, 그리고 디자인 한국을 향한 저자의 제언으로 채워져 있습니다. 하지만 일반 독자의 입장에서는 이러한 구성보다는 차라리 아시히야마 동물원 각각의 전시장의 특징과 관객들이 감동할 만한 이유 등에 대한 세밀한 사진과 설명을 곁들이고 그러한 변화가 일어난 과정에 대한, 구체적인 의견제안에서 전시장의 건립에 이르기까지의 일련의 과정을 알차게 설명하였다면, 훨씬 더 디자인의 의미에 대해서 많은 느낌을 가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 사실입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강조된 디자인 경영의 중요성은 알겠는데, 책이 배우고자 했다는 아사히야마 동물원에 대해서 독자들이 책을 통해서 갖게 되는 실질적인 체험이나 감동은 미미한 수준이어서 저자가 <아사히야마 동물원의 디자인 경영요소>라고 잘 정리한 부분에 이르러서는 감질나게 보여주지 말고 동물원의 현재 실체를 보여주세요! 라는 하소연이 절로 나올 정도이니까요. 여러번 강조된 아사히야마 동물원이 잘나가고 있다는 것은 알겠으니까, 관객들이 감동적인 체험을 한 현장을 보여주었으면 하는 바람이지요. 그랬다면 나같은 독자들에게는 조금 더 살이 되고 피가 되는 독서가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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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흐린 날엔 그림책을 펴세요
야나기다 구니오 지음, 한명희 옮김 / 수희재 / 200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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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을 읽는 내내 나에게  아이들이 있어서 그 아이들과 함께 그림책을 읽고 살았던 시간이 얼마나 큰 축복이었는가를 생각하였습니다. 아이들이 자라는 동안, 아이들이 손에 들고 읽은 만큼 나 자신도 그 아이들의 책을 손에 들고 살았습니다. 이제는 아이들이 보는 책들의 분량이 늘어서 그 내용들을 차분히 다 음미하지는 못하지만, 적어도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전까지는 아이들이 볼 책은 꼭 나도 읽어보고는 하였습니다. 그리고 그 많은 책속을 거닐면서 이 책은 참 좋은 책이구나, 아이들 책에도 깊은 감동과 의미를 느낄 수 있네.... 등등의 지극히 개인적인 감상을 가지곤 하였던 기억입니다. 한데, 이 책을 보면서 그런 나의 감상보다 더 나아가 적극적으로 어른들에게 그림책의 세계로 돌아갈 것을 권하는 작가의 열정을 보게 됩니다. 그림책이 어린이만을 위한 것이 아니고, 글만으로는 이해하지 못하는 어린이를 위해 그림을 곁들인 보조적인 의미의 책이 아니고, 그 자체만으로도 하나의 세상을 멋지게 표현하고, 또 하나의 생각을 훌륭하게 빗어낸 완성된 작품으로서의 의미가 있다는, 그래서 그 그림책을 나이가 들어서 인생의 경험을 쌓고 나서 찬찬히 읽으면 실로 또 다른 깊은 맛을 찾아낼 수 있다는  확고한 신념과 열정을 말입니다. 

  저자는 일본에서 NHK의 사회부 기자, 논픽션 작가로 일하였으며, 위기관리 분야에 관한 저서를 집필하고 그외의 종말 의료 등의 다양한 분야의 책도 써 내었다고 합니다. 그런 그가 그림책에 관한 에세이와 캠페인에 심혈을 기울이게 된 것은 아마도 그의 삶속에서 그림책을 재발견한 것이 이유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죽음을 앞둔 한 첼로 연주자의 마지막 공연모습에서의 인상과 자신의 어린시절 읽었던 플란다스의 개의 소년 네로의 마지막 죽음의 과정속에서 겹치는 인생의 마지막 순간 자신의 인생과 그 종결에 대한 긍정적인 납득의 모습을 보고서는 새롭게 그림책에 대한 관심을 가진 듯 하다고 적고 있습니다. 그리고 서점에서 차례로 발견해 가는 그림책 속의 깊은 세계와 또 다른사람들의 활동을 통해 보게 되는 그림책의 가치를 느끼면서 '어른이야말로 그림책을' 읽어야 할 때라고 확신하고 자신의 확신을 따라 여러 활동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책의 내용은 바로 저자가 그림책을 재발견하고 그 가치를 깨달아가는 과정과 그런 자신의 깨달음을 도한이라는 대형 출판도매회사와 요미우리 신문사, 하쿠후토라는 광고대행사를 통하여 전국적인 프로그램으로 진행하는 프로젝트를 시행한 것에 대한 이야기들로 채워져 있습니다. '마음의 사막에 물을~'이라는 테마의 1차 프로젝트와 '마음과 언어의 위기 시대'라는 주제의 2차 프로젝트에서 소개했던 각각의 책들에 대한 자신의 감상과 포인트를 정리하였고, 그러한 책들속에 담긴 글과 그림의 주제가 어떤 의미가 있는가에 대한 정리, 그리고 두차례의 프로젝트를 통해서 편지를 보내온 이들의 사연속에서 그러한 활동의 성과와 실질적인 의미를 되짚어 주기도 합니다.

 아이들의 책을 읽을 때면, 이 책은 그림이 고운 책, 이 책은 내용이 좋은 책, 이 책은 많은 고민과 생각을 하게하는 깊이 있는 책 등등의 느낌을 가질 때가 많았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리고 가끔씩은 어른이 되어서도 어린이 그림책의 매니아가 되었노라고 고백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기도 하였는데, 저자와 같은 안목과 깨달음을 가졌던 이들이 아닐까 하는 생각입니다. 저자가 나나 그들보다 더 나아간 점은 그러한 가치를 혼자서만 간직하지 않고 자신의 활동을 통해서 그리고 이런 책을 통해서 사회에 돌려주고 있다는 것이겠지요. 요즈음 우리 서점가를 보면 어른들에게 히트를 쳤던 자기계발서류의 책들이 -자기계발서가 아니더라도 어른들에게 인기가 있었던 책들이- 앞에 '어린이를 위한~ '이라는 제목을 붙이고 어린이용으로 발간되는 것이 붐이 아닐까 할 정도로 많이 보이고 있습니다. 그중에 몇몇은 잘 팔리는 책의 앞자리를 버젓이 차지하고 있기도 하지요. 하지만 그러한 흐름이라는 것이 결국 우리 사회가 아이들에게 바라는 것이, 어른들이 달려가는 길에 대한 축소판으로서의 시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역설적인 자기고백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어른들의 이런 처세술이나 지식, 지혜를 미리 배워서 성공을 향해서 발빠르게 경주하기를 바라는 어른들의 욕심이 숨어 있기도 하겠구요. 이 책을 보면서 우리사회의 그런 모습이 더더욱 건강해 보이지 못한다고 한다면 너무 과한 비판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아이들에게 어른들이 보던 베스트셀러들을 미리 탐독할 것을 권하는 세상을 보는 외눈박이 시각에서 벗어나, 물이 말라 사막이 되어버린 마음 밭을 애처롭게 가꾸고 있는 마음과 언어의 위기를 겪고 있는 어른들이 먼저 지금 아이들의 손에 들려 있는 책에 다가가 잃었던 감성과 눈물과 순전함을 회복하는 것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저자의 말처럼 앞만보고 달려가던 우리에게 잊어버리고 있던 삶의 감성을 채워주는 샘이 거기에 숨어버린 듯 하니까요. 책의 제목처럼 이제는 마음이 울적한 날엔 그림책을 펴 보아야겠습니다. 인생에 적어도 세차례 -어렸을 때, 부모가 되어 아이와 함께, 그리고 노년에 (이때는 손자와 함께 할지도 모르겠네요^^)- 그림책을 펼치자는 저자의 말처럼 그 안에 담긴 세상은 내가 세상에서 다 배우지 못한 것들, 세상에 다 펼치지 못한 것들을 아직도 가득 품고 내 손길을 기다리고 있음을 믿으면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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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 한국사 생생 교과서 - 외우지 않아도 쏙쏙 들어오는 초등 생생 교과서 시리즈 3
이정범 지음, 유남영 그림, 김용만 감수 / 스콜라(위즈덤하우스)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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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사>하면 아직도 가슴아픈(?) 기억중의 하나는 대입시험에서 국사과목 처음부터 세개를 연달아 틀렸던 기억입니다. 좋은 기억은 대학교때 교양과목으로 배우던 한국사에서 기대하지도 않았는데 A+를 받았던 것....^^ 당시 시험에 노트에는 두세줄로밖에 정리되지 않은 아주 작은 범위에 국한된 문제가 제시되고 그것에 대한 당시 시대의 상황이나 주변여건과의 관계, 자신의 생각을 논하라는 몇개의 문제가 주어졌던 기억인데, 하여간 쓰다 보니까 답안지 가득히 뭔가를 적고 있었던 기억입니다.^^ 두가지 기억 모두 살아있는 한국사에 대한 지식이라기 보다는 시험과 관계된 것인데, 하여간 대학때의 일은 두고두고 내가 우리나라 역사에 대한 애정과 관심을 가지게 하는데 기여를 한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한 애저오가 관심의 연장으로 내 아이들에게 한국사에 대한 책을 사준 것은 아직 초등생이 되기전 어서 자라서 들여다 보기를 바라면서 마련한 '한국 생활사 박물관' 시리즈와 다섯권짜리 '사진과 그림으로 보는 한국사 편지'입니다. 꿈과 희망이 원대했던 만큼 아이들 책장 제일 윗구석에서 아직까지 펼쳐지질 못하고 잠들어 있는 모습이 안되긴 했지만 언젠가는 -앞으로 1-2년 안에- 멋지게 부활하겠지요. 이처럼 아직까지 초등생들이 개론적으로 대하기에는 한국사라는 분야 자체가 방대하기도 하고 어렵기도 할 듯 합니다. 또 너무 쉽게 쓰다보면 내용의 요점이 흐려지거나 지지부진해질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구요. 그래서 아이들이 주로 우리 역사를 대하는 방식은 인물중심의 위인전이나 사건과 관련된 책들을 통해서 우리의 역사 일부분을 알아가는 방식인 듯 합니다.

 <초등 한국사 생생 교과서> 이 책은 아이들에게 한국사를 소개한다는 것의 몇가지 어려움을 감수하고, 많은 생소한 단어와 제도 등을 담고 있는 한국사의 전체적인 맥락을 아이들이 어렵지 않게 다가서고, 둘러볼 수 있도록 꾸며진 초등생을 위한 책입니다. 그래서 내용을 보면 전체적으로 단순화하고 각각의 내용에 대한 설명도 요약에 요약을 거듭해서 간략하게 하고, 그러한 몸글에 그림이나 도표, 사진 등의 장치를 이용하여 요즈음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싫증내지 않고 끝까지 둘러보게 하려는 노력의 흔적들이 보입니다. 한국사를 크게 고조선, 삼국시대, 발해와 통일신라, 후삼국, 고려, 조선, 개화기, 일제 강점기, 대한민국과 북한으로 나누어 소개하고 있는데, 사료가 부족하거나 과도기였던 경우에 해당하는 고조선, 발해, 후삼국, 북한에 대해서는 핵심내용을 간략하게 소개하고 있고, 나머지 시대의 국가에 대해서는 건국과 변천과정, 정치와 제도, 산업과 경제, 문화와 예술,   풍습과 신앙, 주요 인물, 연표, 이렇게 7가지 키워드를 가지고 체계적으로 소개하고 있어서 서로의 특징과 차이를 나름 비교하면서 한국사를 익혀갈 수 있도록 꾸미고 있습니다. 어른의 눈으로 본다면 너무 간략하게 되어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우리나라 역사를 처음 대하는 어린이의 눈으로 본다면 각 나라의 체재나 제도, 풍습 등을 설명하면서 나오는 난해하게 느껴지는 용어의 어려움이 있을 것 같고, 내용의 방대함 또는 각나라의 제도나 체재의 유사한 부분 등으로 인한 혼돈을 느낄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이 책의 최대한의 장점은 간략한 요점정리와 7가지 키워드를 통한 체계적인 설명, 그리고 요점에 집중한 그림과 사진 등을 통한 설명이 아닐까 합니다.

 우리 역사를 처음 대하는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각각의 정확한 역사의 내용보다는 전체적인 맥락을 이해시키는 것이 그 중의 하나일 것입니다. 물론 개별 역사와 전체적인 내용에 대한 이해가 통합된다면 더더욱 좋겠지만 말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시험을 위해 역사적인 사건이나 각 사회의 특징이나 제도를 외워야하는 부담없이 아이들이 처음부터 끝까지 우리의 역사를 둘러볼 수 있는 역할을 할 수 있으리라는 생각입니다. 다른 책이나 위인전을 통해 알게된 인물이나 사건이 어느시대 어느때쯤의 일인지 직접 찾아보고 관심있는 분야를 다시 한번 뒤적여 읽어볼 수 있는 훌륭한 참고서의 역할도 할 수 있을 겁니다. 그리고 그러한 시간이 쌓여서 우리 역사에 대한 관심과 흥미가 되고, 과거를 통해 미래를 볼 수 있는 안목도 키워지겠지요. 이 책을 통해 아이들이 우리역사가 고조선에서 시작되어 고구려, 백제, 신라를 통해 발해와 통일신라로 이어지고, 후삼국을 거쳐, 고려, 조선, 개화기와 일제 강점기, 그리고 대한민국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여행하며, 그 안에 담긴 소중한 의미와 교훈들도 하나씩 깨우쳐 갈 수 있는 생생한 시간들로 채워질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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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아라 펭귄! 까치발 문고 1
아네테 블라이 지음, 이동준 옮김 / 예림당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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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펭귄이 나는 방식. 이 책은 아기 펭귄이 각고의 노력끝에 펭귄중에서 가장 우아하고 아름답게 날게 된 이야기입니다. 다른 펭귄들도 모두 놀라 격려의 박수를 칠 만큼, 하늘을 나는 갈매기들도 부러워 할 만큼 멋지게 펭귄만의 방식으로 바닷속으로 날아들어간 아기 펭귄 브루노의 이야기입니다. 물론 다른 펭귄들이나 갈매기들이 처음부터 브루노의 날기 위한 노력에 경의를 표한 것은 아니랍니다. 처음에는 비웃기도 하고, 과연 펭귄인 네가 날 수 있을까 하는 회의적인 시선을 보낸 이들도 많았습니다. '전 하늘을 날 거예요!'하며 용감하게 떠나는 브루노를 보면 아빠는 껄껄 웃으며 용감한 생각을 했다고 하시지만 바라보는 표정이 못내 철없는 아이에게 보내는 시선입니다. 걱정스러운 얼굴을 보이는 엄마는 말리지는 못하고 '날개가 너무 작아서  날 수 없을 텐데...'라는 걱정만 늘어놓고 맙니다. 브루노의 기를 꺽지 않기 위해서 말리지 않은 것이 아닐까 합니다. 자기 동족은 작은 날개때문에 아무도 날수 없기에 갈매기들에게 가서 브루노는 정말 날기 위한 피나는 노력을 합니다. 갈매기들을 관찰하고 시도하고 실패하고, 다시 관찰하고 시도하고 실패하고.......하루도 쉬지않고 바위산 꼭대기에서 힘차게 날아오르기를 반복하고 수많은 연습으로 날개가 튼튼해지기도 했지만 여전히 브루노는 갈매기들처럼 날아오르지 못하고 물속으로 풍덩 고꾸라집니다. 실패... 실패..... 또 실패........ 아무리 해도 날아오르지 못해 울고 있는 브루노에게 드디어 아빠가 먹을 생선을 가져와 안아주며 말씀하십니다.

"갈매기처럼 하늘을 날 수 있는 건 갈매기뿐이란다. 너는 너만의 방법으로 날게 될 거야 브루노."

생선을 먹으며 곰곰히 생각하던 브루노가 아빠의 말을 이해했을까요? 실망해서 얼음위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진 브루노..... 그러던 어느날 브루노는 물속을 훨훨 날아다니는 펭귄들을 보면서 깨닫습니다. 아빠가 말씀하신 너만의 방법으로 날게 될 거라는 의미를......

"갈매기는 하늘을 날지만 나는 바다에서 날면 돼!"

그리고 그동안 갈고 닦은 실력으로 브루노는 가장 멋지고 우아하게 그리고 아름답고 훌륭하게 바닷속으로 날아 들어갑니다. 드디어 다른 이들이 인정하는 '바다의 비행사'가 된 것입니다.

'우리 브루노가 정말 훌륭한 펭귄이 되었구나!'

 아빠의 말처럼 바다를 나는 브루노는 정말 훌륭한 펭귄으로 자랐습니다.

 아직 어리다는 것, 자라고 있다는 것은 하늘을 날기로 작정한 브루노처럼 많은 가능성과 꿈과 도전을 가지고 있다는 것, 그리고 반복되는 실패속에서도 여전히 꿈을 향해 돌진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할 것입니다. 주변사람들이 안된다고 말려도, 갈매기들처럼 비웃는 소리를 해 대더라도 기어이 이루기 위해 시도하고 실패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할 것입니다. 그리고 그러한 과정은 때론 어이없는 망상이기도 하고 결코 이루어질 수 없는 것들일 수도 있지만, 브루노가 멋지게 바다를 날 수 있는 기초체력이 되었듯이 인생의 다른 시기에는 또 다른 면에서 자양분이 될 것입니다. 그리고 브루노가 자신이 날아다닐 공간은 바닷속이라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은 어린아이가 성숙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을 듯 합니다. 브루노처럼처럼 누군가가 성숙해졌다는 것은 자신의 한계와 가능성의 범위에 대한 현실적인 자각이 생겼다는 것, 하지만 원대하던 꿈을 수정하고 현실적으로 다듬은 것이지 포기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 현실을 냉정하게 받아들일 줄 알고 그 안에서 새로운 길을 발견한다는 것.... 그것이 누군가가 더 성숙해졌다는 의미의 일부가 아닐까 합니다.  또한 다른 사람이 인정하는 훌륭하게 자랐다는 것은 바다의 비행사가 된 브루노처럼 자신의 거창한 꿈을 현실에서 멋지게 이루어내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닐는지.....

 아이들에게 이 책이 이런식으로까지 이해되기는 어려울것 같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브루노가 바닷속을 멋지게 날아다니게 된것을 아이들이 '결국은 헤엄치기 밖에 아니잖아!'라는 식으로 받아들이지 않았으면 합니다. 작가의 의도도 그런것은 아니었을게구요. 아마도 작가가 말하고 싶은 것은 '송충이는 솔잎을...'이 아니라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는 것이었겠지요. 브루노는 분명히 바닷속으로 날았고, 이 책을 읽는 우리아이들도 브루노를 보면서 자신만의 방식으로 날기위한 연습을 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곳이 어디일지는 모르지만, 뜻이 있는 곳이 길이 있으니까요...... 우리아이들의 멋진 비상을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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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인생, 당신에게 배웁니다 - 시골의사 박경철이 만난 아름다운 사람들
박경철 지음 / 리더스북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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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골의사의 아름다운 동행> 과 <시골의사의 부자 경제학>이라는 서로 전혀 다른 분야의 두가지 책으로 익숙한 저자가 새롭게 내놓은 책입니다. 내용으로 본다면 아름다운 동행과 더 가까운 이 책에는 마흔개의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그 중에는 저자 자신의 이야기도 있고, 가족의 이야기도 있고, 자신이 만났던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도 담겨 있습니다. 언젠가 저자의 블로그에서 보았던 내용도 두세개가 담겨 있으니, 어디선가 저자가 언급한 것처럼 이전의 칼럼이나 게시글들을 모아서 새로이 책으로 펴낸것이 맞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책을 통해서 본 그의 블로그에서 읽었던 글들은 그때의 느낌이나 감정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습니다. 아마도 마흔개의 이야기에 담긴 성실하고 착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쌓이고 쌓여서 더 큰 깊이로 다가오기 때문이겠지요. 한편으로는 의사라는 직업을 가졌지만, 자신의 직업에 매몰되지 않고 자신이 만나는 환자들과 사람들과의 만남과 헤어짐 속에서 놓치지 않고 잡아낸, 삶의 희노애락에 대한 섬세하고 포근한 정서가 글속에 그대로 묻어났기 때문이라고도 하겠습니다.

 글을 읽고 있노라면 오랫동안 잃고 살았던 내 삶의 뿌리나 근원, 아니면 삶이란 어떤 것이었는가를 삶의 어디쯤에서 망각하고 만 나 자신의 모습을 생각하게 됩니다. 조금 거창한 표현이기는 하겠으나 여기 나온, 저자가 착한 사람이라고 표현한 이들은 한 시대를 어렵게 살아낸 내 아버지 어머니의 이야기이고, 내 누이와 내 형제, 그리고 나의 어릴적, 시골 한 구석에서 친구들과 몸을 부딫히면서 자랐던 그 시절의 내 이야기와 겹치는 부분이 있음을 문득 문득 느끼게 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 시절을 잊고, 앞만보고 달려가던 내게 저자는 아직도 그런 고단하고 힘든 삶이지만 이리 곱고 아름답게 살고 있는 이들이 있다는 사실을 일깨워주기도 합니다. 바로 그 부분이 내 삶의 강퍅한 부분이 마모되고, 콧등이 시큰해지고 눈물이 핑돌게 되는 부분들이었던 듯 합니다. 좀처럼 책을 읽으며 -아이들 동화책 속에서는 예외이지만- 어떤 감정적 흔들림이나 눈물의 자취를 찾아볼 수 없었던 스스로에게 억지로 단단해지려고 꾹꾹 눌러담아 두었던 그러한 억눌림의 감정이 불쑥불쑥 튀어나오려고 요동치게 만드는 책이었다고나 할까요. 이런 삶도 있구나!, 이렇게 사는 이들도 있는데... 하는 생각을 몇번이나 하면서 책장을 넘기고 또 넘기며 그들의 아픈 삶을 동정하기도 하고 고달픈 삶을 안타까워하기도 하였습니다. 교만하게도 어쩌면 좀 더 배우고 아득바득 우기며 살지 않았다면 그런 삶이 내 삶이 되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하였구요.....

 하지만 책을 다 읽고 나서 묵묵히 곰삭히는 시간 속에서, 책속 주인공들의 삶에 대한 공감의 마음은 갈수록 사그러지고, 그들의 삶에 대한 안타깝고 애틋함만이 마음을 더 채우고 있습니다. 그들의 착한 인생에 박수를....보낸다지만 나의 삶이 그런 삶이라면 순순히 받아들이고 그들처럼 긍정하며 살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이르면 냉정하게 그리는 안 살거라는, 그리 순박하고 어리숙하게 살면 안되지라는 생각이 앞서는 것을 어찌할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주인공들의 삶이 안타깝다면 그런 삶들을 위해서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라는 상투적인 질문을 스스로에게 해보지만 나의 감정은 행동으로 더 나아갈 길을 아직 발견하지 못하고 마음속을 방황하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저자는 능란한(?) 글솜씨로 자신이 소개한 착한 인생들에게 배운다고 하였지만, 배움의 다음에 해야 할 행동은 오롯이 책을 읽어낸 나같은 독자들의 몫으로 남아 있습니다. 그래도 착한 인생들의 삶이 소리없이 세상의 한 구석을 밝히던 빛이었음을 많은 사람들이 기억하기를..... 그리고 그러한 빛들이 있었기에 우리 사회가 아직도 희망을 이야기하며 건강할 수 있는 것은 아닌지.... 그들의 삶을 보며 박수를 쳐주고 싶지만, 여전지 가슴 가득히 안타까움이 남는 것은 어찌할 수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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