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사히야마 동물원에서 배우는 창조적 디자인 경영
이병욱 지음 / 국일미디어(국일출판사) / 2008년 1월
평점 :
품절


 세상 돌아가는 일에 귀를 닫은 사람이 아니라면, 이제는 디자인 시대라는 말에 낯섦을 느낄 이는 없을 것입니다. 삼성전자의 이건희 회장은 수년전 부터 디자인의 중요성에 대한 전도사 역할을 마다하지 않았던 듯 하고, 그 뒤를 이어 우리나라의 여러 기업들에서도 디자인이라는 분야의 중요성이 누누히 강조되었던 듯 합니다. 삼성의 애니콜, LG의 초콜릿폰, 삼성의 보르도 TV 등이 우리가 디자인하면 쉽게 떠올릴 수 있는 우리 제품들일 듯 하고, 아마도 모토로라의 레이저폰이나 애플의 아이팟 등이 최근에 하나의 물결을 이루었던 디자인의 가치를 증명한 제품들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물론 이 책에 소개된 3M, 애플의 스티브 잡스, 코메론이나 핑크베리 등은 예전에 신문기사나 탤리비젼에도 소개된 적이 있으니까, 많은 사람들이 기억하고 있을거구요.

 <아사히야마 동물원에서 배우는 창조적 디자인>. 이 책은 단지 어떤 한 제품에 한정된 디자인이라는 분야를 이야기 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그보다는  좀더 총괄적인 측면에서의 디자인의 의미를 아사히야마 동물원의 변신과 성공을 통해서 들여다 보고자 한 것이라고 하는 것이 옳겠습니다. 일본의 북쪽 추운지방의 폐원 위기의 한 동물원이 어떻게 일본 제일이라는 동경 우에노 동물원을 앞지르고 최고의 동물원이 되었는가를 살펴보는 것에서 시작한 이 책은, 아사히야마 동물원의 변신과정 자체를 하나의 커다란 디자인이라는 관점에서 보고 있습니다. 즉 현재 동물원 변화된 모습속에서 어떤 모습이 디자인이라는 측면에서 뛰어난 감각을 나타내는 것인지를 주로 살펴보는 것이 아니라 그러한 변화를 이루기까지의 과정 -학습모임 통한 아이디어의 창출과 실천, 직원들의 헌신적인 노력에서  최고 경영자의 안정적인 지원에 이르기까지- 자체를 디자인 경영이라는 관점에서 분석하고 있다고 하겠습니다. 그래서인지 읽는 사람으로서는 실질적이고 감각적인 느낌이나 변화에 대한 체험보다는 책내용이 추상적이고 이론적인 면으로 치우친 느낌을 버릴 수가 없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읽는 사람의 입장에서 아시히야마 동물원에 우리가 평소 무심히 지나쳤던 동물원들과 다른 색다른 변화가 있었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장면은 책에 삽입된 몇몇 사진과 동물의 입장에서 본래 야성을 느끼게 하는 '행동전시 디자인'이라는 용어, 그리고 각 전시장의 이름인 어린이 목장, 늑대의 숲, 침팬지 숲, 오랑우탄 공중방사장 등과 그것들의 특징에 대해서 책 중간중간에 언급된 내용들을 통해서 입니다. 우리에 갇힌 수동적인 동물들이 아니라 야생에 가까운 환경을 만들어 주고 역으로 관람객을 구경하게 한다거나 생각보다 더 가까운 곳에서 동물들과 접촉하게 만드는 방식 등을 통해서 관객들에게 감동을 선사하는 부분은 분명 우리의 동물원에서 쉽게 느낄 수 없었던 체험과 감동을 주는 세밀한 배려 덕분일 듯 합니다. 그리고 거기에 이르기까지는 사육사와 동물원 종사자들의 십수년의 땀과 노력이 모여서 이루어진 것이겠지요. 그런 측면에서 디자인이라는 것은 단순히 어떤 모양의 제품이 눈앞에 전시되었다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 그 물건을 만든 이의 철학과 혼이 담긴 것이라는 말이 더 옳겠습니다.

 책내용은 물론 아사히야마 동물원의 디자인 경영이라는 면에서의 분석이 밑바탕이 되었지만, 분량의 반정도는 서울시나 삼성전자, LG전자, 금호아시아나그룹, 일본의 요코하마시, 애플의 스티브 잡스 등 주요 디자인 경영사례에 대한 예와 설명, 그리고 디자인 한국을 향한 저자의 제언으로 채워져 있습니다. 하지만 일반 독자의 입장에서는 이러한 구성보다는 차라리 아시히야마 동물원 각각의 전시장의 특징과 관객들이 감동할 만한 이유 등에 대한 세밀한 사진과 설명을 곁들이고 그러한 변화가 일어난 과정에 대한, 구체적인 의견제안에서 전시장의 건립에 이르기까지의 일련의 과정을 알차게 설명하였다면, 훨씬 더 디자인의 의미에 대해서 많은 느낌을 가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 사실입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강조된 디자인 경영의 중요성은 알겠는데, 책이 배우고자 했다는 아사히야마 동물원에 대해서 독자들이 책을 통해서 갖게 되는 실질적인 체험이나 감동은 미미한 수준이어서 저자가 <아사히야마 동물원의 디자인 경영요소>라고 잘 정리한 부분에 이르러서는 감질나게 보여주지 말고 동물원의 현재 실체를 보여주세요! 라는 하소연이 절로 나올 정도이니까요. 여러번 강조된 아사히야마 동물원이 잘나가고 있다는 것은 알겠으니까, 관객들이 감동적인 체험을 한 현장을 보여주었으면 하는 바람이지요. 그랬다면 나같은 독자들에게는 조금 더 살이 되고 피가 되는 독서가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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