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인생, 당신에게 배웁니다 - 시골의사 박경철이 만난 아름다운 사람들
박경철 지음 / 리더스북 / 2007년 12월
평점 :
품절


 <시골의사의 아름다운 동행> 과 <시골의사의 부자 경제학>이라는 서로 전혀 다른 분야의 두가지 책으로 익숙한 저자가 새롭게 내놓은 책입니다. 내용으로 본다면 아름다운 동행과 더 가까운 이 책에는 마흔개의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그 중에는 저자 자신의 이야기도 있고, 가족의 이야기도 있고, 자신이 만났던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도 담겨 있습니다. 언젠가 저자의 블로그에서 보았던 내용도 두세개가 담겨 있으니, 어디선가 저자가 언급한 것처럼 이전의 칼럼이나 게시글들을 모아서 새로이 책으로 펴낸것이 맞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책을 통해서 본 그의 블로그에서 읽었던 글들은 그때의 느낌이나 감정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습니다. 아마도 마흔개의 이야기에 담긴 성실하고 착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쌓이고 쌓여서 더 큰 깊이로 다가오기 때문이겠지요. 한편으로는 의사라는 직업을 가졌지만, 자신의 직업에 매몰되지 않고 자신이 만나는 환자들과 사람들과의 만남과 헤어짐 속에서 놓치지 않고 잡아낸, 삶의 희노애락에 대한 섬세하고 포근한 정서가 글속에 그대로 묻어났기 때문이라고도 하겠습니다.

 글을 읽고 있노라면 오랫동안 잃고 살았던 내 삶의 뿌리나 근원, 아니면 삶이란 어떤 것이었는가를 삶의 어디쯤에서 망각하고 만 나 자신의 모습을 생각하게 됩니다. 조금 거창한 표현이기는 하겠으나 여기 나온, 저자가 착한 사람이라고 표현한 이들은 한 시대를 어렵게 살아낸 내 아버지 어머니의 이야기이고, 내 누이와 내 형제, 그리고 나의 어릴적, 시골 한 구석에서 친구들과 몸을 부딫히면서 자랐던 그 시절의 내 이야기와 겹치는 부분이 있음을 문득 문득 느끼게 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 시절을 잊고, 앞만보고 달려가던 내게 저자는 아직도 그런 고단하고 힘든 삶이지만 이리 곱고 아름답게 살고 있는 이들이 있다는 사실을 일깨워주기도 합니다. 바로 그 부분이 내 삶의 강퍅한 부분이 마모되고, 콧등이 시큰해지고 눈물이 핑돌게 되는 부분들이었던 듯 합니다. 좀처럼 책을 읽으며 -아이들 동화책 속에서는 예외이지만- 어떤 감정적 흔들림이나 눈물의 자취를 찾아볼 수 없었던 스스로에게 억지로 단단해지려고 꾹꾹 눌러담아 두었던 그러한 억눌림의 감정이 불쑥불쑥 튀어나오려고 요동치게 만드는 책이었다고나 할까요. 이런 삶도 있구나!, 이렇게 사는 이들도 있는데... 하는 생각을 몇번이나 하면서 책장을 넘기고 또 넘기며 그들의 아픈 삶을 동정하기도 하고 고달픈 삶을 안타까워하기도 하였습니다. 교만하게도 어쩌면 좀 더 배우고 아득바득 우기며 살지 않았다면 그런 삶이 내 삶이 되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하였구요.....

 하지만 책을 다 읽고 나서 묵묵히 곰삭히는 시간 속에서, 책속 주인공들의 삶에 대한 공감의 마음은 갈수록 사그러지고, 그들의 삶에 대한 안타깝고 애틋함만이 마음을 더 채우고 있습니다. 그들의 착한 인생에 박수를....보낸다지만 나의 삶이 그런 삶이라면 순순히 받아들이고 그들처럼 긍정하며 살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이르면 냉정하게 그리는 안 살거라는, 그리 순박하고 어리숙하게 살면 안되지라는 생각이 앞서는 것을 어찌할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주인공들의 삶이 안타깝다면 그런 삶들을 위해서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라는 상투적인 질문을 스스로에게 해보지만 나의 감정은 행동으로 더 나아갈 길을 아직 발견하지 못하고 마음속을 방황하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저자는 능란한(?) 글솜씨로 자신이 소개한 착한 인생들에게 배운다고 하였지만, 배움의 다음에 해야 할 행동은 오롯이 책을 읽어낸 나같은 독자들의 몫으로 남아 있습니다. 그래도 착한 인생들의 삶이 소리없이 세상의 한 구석을 밝히던 빛이었음을 많은 사람들이 기억하기를..... 그리고 그러한 빛들이 있었기에 우리 사회가 아직도 희망을 이야기하며 건강할 수 있는 것은 아닌지.... 그들의 삶을 보며 박수를 쳐주고 싶지만, 여전지 가슴 가득히 안타까움이 남는 것은 어찌할 수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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