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고집쟁이들
박종인 글.사진 / 나무생각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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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집쟁이'라는 말자체는 분명 긍정적인 면보다는 부정적인 면이 더 많이 느껴지는 단어입니다. 그리고 자신의 일에 대해서 또는 직업에 대해서 고집스럽다는 표현을 듣는다면, 거기서는 아마도 세상살이에서 인정받지 못하고 손해를 많이 본다거나, 세상사람들이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출세나 성공에 이르지 못한 것들에 대한 느낌을 가지게 하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래서 이 책의 제목을 들여다 보면서도 문득 그런 이들의 삶을 생각하였습니다. 어찌보면 고집스럽다고 표현하기보다는 외로운 길을 걸었다고 표현하는 것이 훨씬 현실적인 것이라는 생각도 들지만, 왠지 후자의 표현에는 능동적인 면보다는 수동적인 느낌이 많이 담겨서 그래도 책의 제목대로 그들이 삶이 고집스러운 것이었다는 말에 더 마음이 가게 됩니다. 

 우리 사회의 주류가 아닌 곁길로 들어서서 자기 길을 고집해서 살고 열매맺고, 결국은 주류사회의 인정을 받기까지 그런 삶을 살아낸 23명의 기록-사진과 글-이 바로 이 책의 내용입니다. 우리가 보통 말하는 성공이나 출세와는 거리가 있지만, 그래도 이제는 그들의 삶이 결코 주류사회의 시각에서 보더라도 가볍지 않은 무게를 지니고 있음을 인정하게 되는 이들의 삶의 기록이지요. 온몸의 화상을 딛고 교육자로서 불꽃처럼 살다 간  채규철 선생이나 식물원을 만든 한의사 이환용 선생처럼 어디선가에 소개되어 이미 낯익은 이름들도 몇이 있어 반갑기도 합니다. 다만 아직까지 우리사회에 그들이 삶이 소개되면 잠시 신선한 충격을 가하고, 사람들의 눈길을 끄는 것이 사실이지만, 결국 시간이 조금 지나면 찻잔속의 태풍처럼 성공과 출세-특히 물질적인-를 향해 달려가는 사회의 큰 흐름에 묻혀버리곤 한다는 점에서는 안타까움이 일곤 하는 것도 사실입니다.

 철학자보다 더 현실에 침잠하고 실천하는 농부, 다른 장애인을 위해서 하나뿐인 손으로 세상에 하나뿐인 구두를 만들어 내는 장인, 이젠 지나버린 유행가처럼 시대의 뒤안으로 사라진 고전음악감상실을 여전히 운영하고 있는 여인, 세상으로 출가한 스님, 대를 이어 엿을 만들고 파는 가족, 장애로 비틀린 손이지만 그 손을 이용해 맑은 영혼을 노래하는 청년 시인 등..... 23명의 모습이 이렇게 우리가 생각하는 평범한 삶과는 거리가 먼, 호강하며 사는 것보다는 바닥에 더 가까운 곳의 삶의 모습들입니다. 하지만 하나같이 절망보다는 하루하루에 성실했고, 자신의 삶에 고집스럽게 충직한 모습들이었고, 결국 그러한 자세가 이리 하나의 이야기 꽃을 피워냈습니다. 각기 다른 향기와 빛깔과 모양을 가진 삶의 꽃을 피워낸 것이지요. 그리고 그것을 맡는 사람으로 하여금, 자연스럽게 자신의 삶에, 자신의 삶의 향기와 빛깔과 모양에 눈길을 돌리게 합니다. 저들의 향기와 비교했을 때, 나의 삶에서는 어떤 향기가 묻어나오는 걸까.......

 저자가 쓴 글과 사진속에 표현된 각자의 삶의 이야기는 생각만큼 깊이있게 다가오지 못한것도 사실입니다. 이부분은 아마도 기대가 컸던 것에 대한 반작용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는데, 여하튼 좀더 깊이 있는 삶의 이야기와 감동을 기대했는데, 각자의 멋진 삶의 이야기는 밋밋하게 진행되고, 사진속 인물과 풍경에는 그들의 고집스런 모습보다는 일상에 가까운 또는 연출된 것이 훤희 보이는 것들이 더 많이 담겨 있다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아마도 십여 페이지의 공간으로 한 사람의 인생을 이야기 한다는 것의 한계였겠지요. 한권으로 엮어도 모자랄 이야기들이 그들의 삶속에 가득하겠지만, 저자는 그저 그렇게 그들의 삶의 향기를 이야기 속에 슬쩍 묻혀 놓았을 뿐입니다. 그리고 나머지.... 그들의 인생 깊숙이에 담겨있는 삶의 향기는 결국 독자 자신들이 스스로의 삶속에서 묵히면서 찾아야 할 해답이라는 듯이 말입니다. 결국은 책에서 만난 이들의 삶을 조용히 대면하며 자신의 하루하루의 삶속에서 하나씩 만나며 깨달아가는 것이 이 책을 진정으로 읽기 시작한 것이라는 생각을 문득하게 됩니다. 이 책의 내용을 진정으로 완성시키는 것은 그들의 삶도, 저자의 필력도 아닌 가치있는 삶을 바라는 내 자신이라는 사실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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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 변신 수학에 풍덩 빠지다 집요한 과학씨, 웅진 사이언스빅 19
세야마 시로.박영훈.고광미 지음, 다테이시 다이가.김수현 그림, 오병승 감수 / 웅진주니어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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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흐물흐물 세계를 둘러보다 보면, 무슨 마법의 세계에 들어온 듯한 느낌이 듭니다. 커피잔과 도넛이 같은 성질을 가진 물체라고 한다면 선뜻 이해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이야기 속에서 흐물흐물 늘어나고 모양을 바꾸어 가던 커피잔이 어느새 도넛의 모양으로 변해버렸습니다. 흐물흐물 세계의 마법이 걸린 것이지요. 아버지가 위상 기하학에 대해서 학생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듣게된 두 주인공 민호와 민지는 흐물흐물 꿈나라로 나비(고양이 이름)를 찾아 떠나는데, 심술궂은 흐물흐물 세계의 신이 둥굴게 부푼 풍선모양의 고양이, 튜브처럼 구멍이 하나 뚫린 고양이, 구멍이 세개나 뚫린 고양이를 보여주면서 나비를 찾으면 돌려주겠다고 약속합니다. 고양이가 흐물흐물해지면 어떤 모양으로 변하게 될까요? 참고로 앞에서 도넛과 거피잔은 구멍이 하나씩이었습니다. 모양은 다르지만 위상기하학의 눈으로 보면 성질이 같은 즉 연결 상태가 같은 것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찰흙처럼 흐물흐물하게 만지다가 보면 같은 모양을 만들어 낼수가 있다고 합니다.

 이 책은 이처럼 흐물흐물 세계라는 마법같은 세계를 통해서 위상 기하학에 대해서 이야기해 주고 있는 책입니다. 수학을 전공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용어부터가 낯선 것이 사실인데 책 뒷표지를 보니까 초등 2학년의 '도형과 도형 움직이기'와 연관된 책이라고 소개되어 있습니다. 그러고 보니 아이가 2학년때 같은 모양을 뒤집어도 보고 회전시키기도 하는 식의 단원이 있었는데, 바로 그 내용과 연관된다는 것인 듯 합니다. 당연한 거라고 생각하고, 괜히 머리만 복잡스럽게한다는 생각도 있었던 것이 사실인데, 그 내용은 아마도 위상 기하학의 가장 기초적인 내용이었을 것 같습니다.-잘은 모르지만 말입니다- 그리고 이 책의 내용이 위상 기하학에 대해서는 교과서보다 훨씬 재미있고 흥미롭게 씌여진 것이 사실이라는 생각입니다.

 삼각형과 사각형, 또는 커피잔과 도넛처럼 연결상태가 같은 것을 같은 무리라고 부를 수 있다는 것은 분명 기존의 사람의 감각에 의존해서 세상의 물건을 구분하는 방식과는 다른 점이 있습니다. 그런 점이 신기하고 마법에 걸린 듯한 느낌을 주기도 하구요. 하지만 곰곰히 생각하면, 우리가 상상하면 세상을 보는 눈은 참으로 다양할 수가 있다는 새삼스러운 사실을 깨닫게 되는 시간입니다. 그리고 마법같은 위상 기하학의 눈으로 물건을 분류하고 세상을 바라보는 -상상으로 구축했던- 세계가, 지도를 그리고 네온사인의 글자를 만들고 복잡한 전기회로도를 그리게 되고 컴퓨터를 통한 다양한 입체영상의 세계와 연결된다는 사실은 그러한 상상의 세계나 마법같은 세상이 실제 우리의 삶과 동떨어진 것이 아닌, 우리의 삶을 훨씬 풍요롭고 다양하게 만들어준 기초였다는 깨달음에까지 이르게 됩니다. 이 책에서 이야기로 진행되는 흐물흐물 세계로의 탐험을 통해 위상 기하학이라는수학분야가 만들어내는 새롭고 신비로운 세계를 둘러봄으로써, 상상력이라는 것이 무엇이고 그것을 통해 나오는 창조성의 세계라는 것이 어떤 것인지에 대한 소중한 경험을 할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또 다른 상상이 현실이 되는 세상을 기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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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버블경제의 붕괴가 시작됐다
마쓰후지 타미스케 지음, 이연숙 옮김 / 원앤원북스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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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융계나 주식시장에서 비관론이란, 특히 경제가 잘 나갈 때 그런 경보음을 발하는 것은 많은 용기가 필요하고 무수한 돌팔매질을 각오해야하는 일이라는 생각입니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실제로 외환위기나 IT 거품붕괴, 최근의 주식시장의 출렁임 등에 이르기까지 미리 앞서서 그런 경고를 발했던 이들은 거대한 파도가 밀려오기 전까지는 이상한 취급을 받았다는 이야기를 여기저기서 많이 접하게 됩니다. 하지만 파도가 밀려간 뒤에 그들은 대부분 선견지명이 있는 대단한 이들로 다시금 새로이 자리매김하게 되는 것도 사실이고, 그들에게 돌팔매질을 했던 이들은 조금의 쑥쓰러움은 있겠지만, 여전히 꿋꿋하게 자리를 지키고 전문가 행세를 하는 것도 일본이나 우리나라가 동일한 듯 합니다. - 저자는 미국이나 구미 선진국에서는 그런 사람이 전문가 행세를 계속하며 그렇게 버티지 못한다고 말하고 있어서 저자의 말을 따라 우리나라와 일본을 이야기 한 것입니다- . 이쪽 분야에 대한 지식이 깊지 못하여 가타부타 말하기는 어렵지만, 지금 우리 주식시장이나 미국을 비롯한 여러 주식시장이 크게 출렁이는 가장 큰 이유 즉 뉴스거리는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의 여파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물론 다른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겠지만 모든 불안과 공포의 맨 앞에 서서 투자자들을 위협하고 있는 단어이니까요.... 저자는 바로 이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이라는 사태에서부터 이야기를 시작하여 세계 버블경제가 붕괴하기 시작하고 있다고 경고합니다. 비관론이란 항상 마음에 담기 번거롭고, 피할 수 있다면 멀리 내동댕이치고 싶은 이야기이지만, 폭풍이 지나기 전까지는 귀기울이고 준비하는 유비무환의 마음가짐이 필요하다는 생각입니다.

 저자가 이 책에서 세계경제가 붕괴하고 있다고 예측하는 핵심은 -서문에서 말하고 있듯이- 다음의 세가지입니다. '첫째, FRB가 금리를 인하할 때 다우지수는 폭락할 것이다. 둘째, 미국 달러가 일시에 폭등한 후 오랜 시간에 걸쳐 하락할 것이다. 셋째, 다우지수와 상반되게 금가격이 폭등하고, 금을 중심으로 한 실물경제가 투자의 주역으로 부상할 것이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이러한 예측의 최전방에는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있습니다. 서브프라임 사태로 치솟은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기 시작했고, 이것은 금융회사들의 부실로 이어지고, 이것은 다시 FRB 금리인하로, 그리고 거품을 유발했던 제로금리의 엔화자금이 금리 인하의 여파로 미국에서 빠져나오기 시작하면 미국 증시와 부동산 거품을 지탱하던 자금의 이탈로 인해 미국 증시가 붕괴로 이어질것이라는 이야기입니다. 금리가 내리면 주가가 오른다는 일반적인 상식을 벗어난 금리인하에 따른 주가폭락이라는 거품의 본모습이 드러나게 될 것이라는 주장이지요. 이것은 거품이 꺼지며 일본이 겪었던 잃어버린 10년을 통해 저자가 체험했던 것에 기대어 예측하는 것인데, 일본의 거품은 한 국가만의 일이었지만 미국시장에서 시작하는 거품붕괴는 전세계를 강타할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현금을 준비할 때이고, 기회는 바로 폭락장에서 대세를 거스르는 역발상의 투자에 있으며, 지금 투자한다면 상품 특히 금에 대한 투자가 가장 유망하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저자의 주장들을 읽으며, 개인들이 귀담아 들어야 할 몇가지 것들을 먼저 정리해봅니다. 먼저는 가장 멋진(?) 그리고 의미있는 주장이라고 생각되는 것은 바로 제목 자체인 듯 합니다. '세계 버블경제의 붕괴가 시작되었다'는 다소 도발적인 제목이 독자들에게는 가장 중요한 내용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현재의 시장이 만만하지 않다는, 그리고 돌다리도 두드리는 조심성을 가지고 준비 하라는 경고가 마음 편한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장밋빛 청사진을 제시하는 이들에 비해 훨씬 솔직하고 유효한 권고가 아닌가 합니다. 두번째는 주가폭락의 시기가 바로 기회가 될것이라는 역발상의 투자방식에 대한 저자의 의견인데, 이 부분도 조용히 마음에 담아 둔다면 두려움의 벽을 타넘고 새로운 기회를 만들수 있는 계기를 잡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세번째는 투자의 3요소로 대국관, 트렌드, 타이밍을 언급하고 있는데, 투자자라면 이 부분에 대해서는 저자의 말처럼 자신만의 대국관과 트렌드 독법을 가지고 적절한 타이밍을 잡기 위한 공부와 노력을 기울이는 것은 당연지사라는 생각이 듭니다. 저자의 주장의 많은 부분들은 결국 시간이 옳고 그름을 알려주겠지만, 저자의 염려나 경고가 단순한 겁주기나 과잉반응이라기 보다는 자신만의 대국관과 트렌드를 통한 시장을 보는 타당한 연결고리를 가진 시각의 하나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물론 책 자체나 내용에 대한 부족하다거나 불만족스러운 부분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먼저는 책제목 자체가 '세계 버블경제의 붕괴가 시작됐다'는 대단히 도발적인 문구이고, 그로 인해서 많은 눈길을 끄는 것도 사실인데, 기본적으로 이 책은 일본의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씌여진 것이라는 사실입니다. 즉 우리 시장현실에 그대로 적용하기가 어려운 부분이 있는데, 금투자에 대한 저자의 권고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에서는 일반 투자자가 금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기는 어려운 것이라든가, 미국과 일본의 시장변화에 따른 대처에 대한 내용은 큰 줄기는 우리 시장에서도 적용될 수 있을 수도 있겠지만 각론에서는 결국 많은 혼란을 줄 수도 있을거라는 생각입니다. 그런데도 책 표지에 '한국 자산시장도 예외는 아니다'라는 도발적인 문구를 써서 독자의 눈길을 사로잡기 위한 노력을 보인 것에 대해서는 출판사의 상술(?)을 먼저 느끼게 되는 대목입니다. 또 한가지 금에 대한 투자를 지속적으로 강조하는 저자의 이야기를 듣고 있노라면, 저자가 현재 금광산을 소유하고 있다는 사실과 이를 일본 주식시장에 상장시키고 싶다는 저자의 소망과 겹치면서 자신의 사업을 위한 책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생기는 것도 사실이구요. 자신이 사업을 하다보니가 금 투자가 정말 유망하다는 것인지, 아니면 금 투자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더 끌어잡아 자신이 투자하는 분야에서 거품을 만들어 이득을 보겠다는 것인지..... 물론 다양한 경험을 가진 저자의 자신감의 발로이겠지만, 자신의 투자상품에 대한 과도한 이야기들이 그러한 의구심을 가지게 만드는 것도 사실입니다.

 여하간 지금 시장에 빨간 불이 깜빡이고 있다는 사실과 그 안에 새로운 기회가 잉태되고 있다는 이야기만으로도 많은 이들에게 유비무환이라는 격언을 삶속에서 실천할 수 있는 기회를 주리라는 생각입니다. 결국 모든 것은 시간이 말해 주겠지만, 지금과 같은 시장 상황에서는 듣기 싫은 저자와 같은 비관론자의 목소리가 더 설득력이 있고 호소력이 있을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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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크놀로지, 창조와 욕망의 역사
토머스 휴즈 지음, 김정미 옮김 / 플래닛미디어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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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핸드폰을 통해서 집의 냉/난방을 조절하고, 애완동물에게 먹이를 주고, 보안상태를 점검하고.....' 우리가 생각하는 테크놀로지가 머지 않은 미래에 우리가 살고 있을 것이라고 보여주는 세상살이의 한 단면입니다. 적어도 '테크놀로지'하면 이러한 첨단 무선통신이나 컴퓨터, 인터넷 등을 먼저 생각하고 그러한 세계로 한정짓는 것이 나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의 생각일 듯 합니다. 또한 그러한 것들로 인한 편리함의 증가나 꿈으로만 여기던 또 다른 세상의 열림은 염려보다는 열광과 환희로, 그리고 열심히 따라 익혀야 할 문화의 첨단으로 여겨지는 것도 사실인 듯 합니다. 이 책은 테크놀로지에 대해 그러한 단편적인 생각에 빠져있는 나 같은 이들에게 테크놀로지가 무엇이며, 그러한 과학과 문명의 발달, 그리고 문화의 변화 등을 통해 우리에게 전해지는 의미가 무엇인지에 대한 진지한 물음과 몇 가지 대답들을 들려주는 책입니다. 단순한 정보통신의 발달이라는 의미 이상의 것들에 대한 고찰과 역사적인 흐름에 대한 세밀한 조사, 그리고 각각의 발달에 따른 사회문화의 변화에 대한 의미와 세상의 가치관 등에 대한 변화까지를 아우르고 있기에 읽어내고 이해하기에 간단하지 않은 책이라는 이야기도 하고 싶습니다.

 어지럽고 복잡하고 이해하거나 정의하기에도 난해한 테크놀로지. 저자는 자신이 생각하는 테크놀로지란 '기술자, 기계 전문가, 발명가, 엔지니어, 설계자, 과학자들이 각종 도구와 기계, 지식으로 세상을 재창조하고 인간이 만든 이 세계를 통제하는 것과 관련되어 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정보통신에만 한정된 것이 아니고, 정보통신이 나타나기 오래 전부터 발휘되었던 '인간의 독창성 및 발명 능력과 관련된 창조적 과정'을 테크놀로지라고 말하고 있으니까, 인간이 도구를 만들어 다른 동물과 차별화하기 시작했을 때부터 어떤 의미로는 테크놀로지가 존재했다고 할수도 있겠습니다. - 물론 이것은 저자의 생각과 정의를 내 자의적으로 부풀려 해석하고 확대한 것입니다-

 서문을 제외하고 다섯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테크놀로지를 통해 거친 신세계의 황무지를 에덴동산으로 바꾸려는 야심가득한 희망을 품었던 미국의 이야기를 담은 '테크놀로지와 두번째 창조', 미국인이 꿈꾸었던 두번째 창조를 통한 에덴의 재건이 아닌 산업혁명이라는 기계혁명을 통해 절정을 이루었던,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유기체로서의 인간의 위기의식이 발현되게 되었던 과정을 이야기 하는 '기계로서의 테크놀로지', 단순한 기계적인 시스템의 복잡해지며 통제권을 벗어나려는 테크놀로지의 위험성을 인식하고 그러한 시스템을 통재하려는 시도 속에서 발생한 폭발적인 정보혁명을 다룬 '시스템, 통제, 정보로서의 테크놀로지',  테크놀로지의 창조성과 인공세계에 대한 긍정을 통해 자신들의 영역을 확장해 간 건축가와 예술가, 또는 그에 항거하고 유기체로서의 인간을 소망한 예술가들의 이야기를 담은 '테크놀로지와 문화',  그리고 가속화 되는 인공세상과 테크놀로지 시스템 속에서 유기체로서의 인간이 지속가능한 삶, 자연과 인공세계의 조화를 위한 생태환경에 대한 관심과 고민을 담은 '생태환경의 창조'에 각 장을 할애하고 있습니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테크놀로지가 단순한 기술의 발전이나 인간의 편리함의 증대 등 만을 뜻하는것이 아님을 분명히 말하고 있습니다. 테크놀로지의 창조성은 인간을 풍요롭게 할 수도 있지만, 바벨탑을 쌓은 인간들의 교만함의 끝이었던 자연과 자기 파괴라는 무서운 독도 함께 품고 있음을 상기시키고 있습니다. 우리의 문화와 사상 그리고 환경마저도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바꾸고 사람들이 가치관과 기술적인 변화에 대항하지 못하고 결국은 순순히 투항하게 만드는 위협적인 요소도 함께 지니고 있고, 그러한 위협은 더더욱 확장하고 있음을 암시하기도 합니다. 그러한 위협에 대한 저자의 대답은 ... '이 책의 독자로 하여금 테크놀로지를 사용하는 것에 더욱 큰 책임을 느끼고 인간이 테크놀로지로 구축한 이 세계의 특징을 더욱 깊이 숙고하'고, 테크놀로지에 대한 이해를 통해 '문제를 악화시키는 것들에 대한 효과적인 대응이 될', 테크놀로지에 의한 '가치관의 변화와 기술적 변화에 대한 실천가적인 자세'를 가지는 것이라고 하고 있습니다. 이 책은 그러한 자세를 위한 테크놀로지에 대한 이해를 돕고자 한 것이구요. 책을 읽으면서 드는 생각은, 어쩌면 우리는 테크놀로지라는 달콤한 사탕에 막연히 기대어 영혼을 팔고 있는지도 모르겠다는 조금은 으시시한 것이었습니다. 기술발전의 편리함과 화려함, 새로움 등에만 취하지 말고 그 이면의 의미와 결과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숙고해야겠다는 생각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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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승 벌타령 우리문화그림책 온고지신 2
김기정 지음, 이형진 그림 / 책읽는곰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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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래동화를 읽는 아이들을 보고 있노라면, 내가 자라던 때 만큼 그런 이야기가 재미있지는 않는가 보다는 생각을 하고는 합니다. 다양한 책들을 대할 수 있고, 책이 아니더라도 닌텐도 게임이나 영화, 텔리비젼 프로그램 등의 다양한 볼거리와 읽을거리에 노출된 아이들, 더구나 현대의 최첨단 놀이기구나 현란한 컴퓨터 그래픽 등을 활용해서 만들어진 영화나 프로그램에 익숙해진 아이들에게는 부모 세대가 어릴때 전래동화를 읽으면서 느꼈던 재미와 감동은 아무래도 고리타분한 넋두리로 들릴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내가 읽었던 콩쥐팥쥐나 혹부리 영감님 등의 이야기가 지금의 아이들에게도 여전히 관심을 끌고, 재미있게 익히고 있다는 것도 사실이지요. 우리 아이들을 보아도 여전히 책장 한쪽의 전래동화에 손이 가고, 한번 앉으면 몇권씩 바로 읽어 치우기도 하니까요. 책의 종류나 내용이 다양해진 만큼 우리 전래동화에 대한 이야기들도 다양하게 소개되고 있는데, 그러한 다양하고 재미있기도 한 책들 속에서 우리의 전래동화의 가치는 무엇일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가끔은 오래된 이야기의 반복처럼 들리고, 권선징악이라는 큰 구도를 형성하면 아이들에게 교훈을 전하는 이야기의 진행이 뻔해 보이기도 하지만, 그래도 그 안에는 현대의 창작동화들이 단숨에 이루지 못할 것 즉 우리민족의 역사와 정서가 녹아 있다는 사실이지 않을까요...... 우리 조상님들의 삶과 해학과 세상을 바라보는 태도 등이 숨쉬고 있다는 그래서 우리의 뿌리와 연결되어 있다는 그런 부분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게으름뱅이 가로진이가 어머니에게 타박을 받고 나무 한짐을 하러 산으로 가지만 천성은 어쩌지 못해 지게를 한쪽에 놓아두고는, 산구경 하늘구경 나무구경에 시간가는 줄 모르고 가져간 개떡으로 배를 채우다가 어두워지고 말았습니다. 그래도 어머니가 무서웠는지 집에 가다가 뭔가 떌감을 찾아보다 힘써서 뽑은 것이 하필이면 동네 입구의 천하대장군입니다. 마을의 액운을 막아주고, 길가는 사람에게 길을 안내하고, 간절한 소원을 비는 이에게 귀기울여 들어주던 영험한 장승을 뽑아온 것이 일의 시작이 되어 팔도강산 방방곡곡의 장승들이 호출됩니다. 장승을 땔감으로 쓰겠다는 배운망덕한 인간을 혼내주자고 모여든 전국의 장승들.... 그들의 출신만큼이나 말속에 묻어나는 사투리들이 정겹고, 또한 이름들도 다양하네요..... 모여든 장승들이 가로진이를 혼내기 위해 온갖 병을 집어 넣지만 그런 아들도 사랑하는 어미의 마음으로 이내 병고침을 받고, 게으름으로 혼장난 가로진이는 이젠 장승들이 집어넣은 팔만가지 병이 낫는 중에 게으름 병도 덩달아 나아버렸습니다.....

 이제는 장승도 우리 삶의 자연스러운 일부분이 아니라, 보고 싶으면 어디론가 찾아나서야 하는 특별함을 지닌 존재가 되어버렸지만, 이야기 속에서는 우리 조상의 삶과 밀접하게 연결된 장승의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동네 어귀에 서서 마을 사람들을 보살피고, 나쁜 귀신을 물리치고, 병을 막아주고, 도적으로부터 보호해주고, 나그네에게 길을 가르쳐 주는 역할을 한다고 믿어졌던 장승, 아마 거기에는 우리 조상들의 자신들의 삶에 대한 소원이 덧입혀져 있었다고 해야겠습니다. 평화롭게 살고 건강하게 살고 사이좋게 살기를 바라는 그러한 소망의 한 단면이 장승이라는 존재를 통해서 자연스럽게 표현된 것이겠지요. 그리고 아이들이 이러한 우리의 전래동화나 이야기를 읽으면서 배워야 할 것은 권선징악이나 부모를 공경하고 효도하는 모습 등도 중요하겠지만, 조금더 살펴서 그 안에 담긴 우리 조상들의 삶과 해학, 가치관 등에 대해서 이해하고 또한 마음에 새기는 것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그리 많은 우리 이야기를 접하다 보면 우리 조상으로부터 전해지는 정서가 아이들의 마음속에 자연스럽게 자리를 잡을 수 있을 것이고, 그러한 것들을 아이들에게 선사할 수 있다는 것이 이러한 우리 전래동화의 의미 중에 하나라는 생각을 합니다.

 이 책에서도 책 말미에 장승에 대한 소개가 담겨 있는데, 아이들이 그러한 내용을 읽고 장승에 대한 지식을 쌓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가로진이와 어머니, 그리고 장승들 간의 이야기를 읽는 중에 여기에 담긴 우리 민족의 정서를 느끼고 즐거워할 수 있다면 그보다 저 좋은 것을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 조상의 삶이 그러하였다는 마음속에 남는 깨달음이나 느낌 하나만으로도 이러한 우리 전래동화의 가치는 충분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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