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승 벌타령 우리문화그림책 온고지신 2
김기정 지음, 이형진 그림 / 책읽는곰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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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래동화를 읽는 아이들을 보고 있노라면, 내가 자라던 때 만큼 그런 이야기가 재미있지는 않는가 보다는 생각을 하고는 합니다. 다양한 책들을 대할 수 있고, 책이 아니더라도 닌텐도 게임이나 영화, 텔리비젼 프로그램 등의 다양한 볼거리와 읽을거리에 노출된 아이들, 더구나 현대의 최첨단 놀이기구나 현란한 컴퓨터 그래픽 등을 활용해서 만들어진 영화나 프로그램에 익숙해진 아이들에게는 부모 세대가 어릴때 전래동화를 읽으면서 느꼈던 재미와 감동은 아무래도 고리타분한 넋두리로 들릴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내가 읽었던 콩쥐팥쥐나 혹부리 영감님 등의 이야기가 지금의 아이들에게도 여전히 관심을 끌고, 재미있게 익히고 있다는 것도 사실이지요. 우리 아이들을 보아도 여전히 책장 한쪽의 전래동화에 손이 가고, 한번 앉으면 몇권씩 바로 읽어 치우기도 하니까요. 책의 종류나 내용이 다양해진 만큼 우리 전래동화에 대한 이야기들도 다양하게 소개되고 있는데, 그러한 다양하고 재미있기도 한 책들 속에서 우리의 전래동화의 가치는 무엇일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가끔은 오래된 이야기의 반복처럼 들리고, 권선징악이라는 큰 구도를 형성하면 아이들에게 교훈을 전하는 이야기의 진행이 뻔해 보이기도 하지만, 그래도 그 안에는 현대의 창작동화들이 단숨에 이루지 못할 것 즉 우리민족의 역사와 정서가 녹아 있다는 사실이지 않을까요...... 우리 조상님들의 삶과 해학과 세상을 바라보는 태도 등이 숨쉬고 있다는 그래서 우리의 뿌리와 연결되어 있다는 그런 부분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게으름뱅이 가로진이가 어머니에게 타박을 받고 나무 한짐을 하러 산으로 가지만 천성은 어쩌지 못해 지게를 한쪽에 놓아두고는, 산구경 하늘구경 나무구경에 시간가는 줄 모르고 가져간 개떡으로 배를 채우다가 어두워지고 말았습니다. 그래도 어머니가 무서웠는지 집에 가다가 뭔가 떌감을 찾아보다 힘써서 뽑은 것이 하필이면 동네 입구의 천하대장군입니다. 마을의 액운을 막아주고, 길가는 사람에게 길을 안내하고, 간절한 소원을 비는 이에게 귀기울여 들어주던 영험한 장승을 뽑아온 것이 일의 시작이 되어 팔도강산 방방곡곡의 장승들이 호출됩니다. 장승을 땔감으로 쓰겠다는 배운망덕한 인간을 혼내주자고 모여든 전국의 장승들.... 그들의 출신만큼이나 말속에 묻어나는 사투리들이 정겹고, 또한 이름들도 다양하네요..... 모여든 장승들이 가로진이를 혼내기 위해 온갖 병을 집어 넣지만 그런 아들도 사랑하는 어미의 마음으로 이내 병고침을 받고, 게으름으로 혼장난 가로진이는 이젠 장승들이 집어넣은 팔만가지 병이 낫는 중에 게으름 병도 덩달아 나아버렸습니다.....

 이제는 장승도 우리 삶의 자연스러운 일부분이 아니라, 보고 싶으면 어디론가 찾아나서야 하는 특별함을 지닌 존재가 되어버렸지만, 이야기 속에서는 우리 조상의 삶과 밀접하게 연결된 장승의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동네 어귀에 서서 마을 사람들을 보살피고, 나쁜 귀신을 물리치고, 병을 막아주고, 도적으로부터 보호해주고, 나그네에게 길을 가르쳐 주는 역할을 한다고 믿어졌던 장승, 아마 거기에는 우리 조상들의 자신들의 삶에 대한 소원이 덧입혀져 있었다고 해야겠습니다. 평화롭게 살고 건강하게 살고 사이좋게 살기를 바라는 그러한 소망의 한 단면이 장승이라는 존재를 통해서 자연스럽게 표현된 것이겠지요. 그리고 아이들이 이러한 우리의 전래동화나 이야기를 읽으면서 배워야 할 것은 권선징악이나 부모를 공경하고 효도하는 모습 등도 중요하겠지만, 조금더 살펴서 그 안에 담긴 우리 조상들의 삶과 해학, 가치관 등에 대해서 이해하고 또한 마음에 새기는 것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그리 많은 우리 이야기를 접하다 보면 우리 조상으로부터 전해지는 정서가 아이들의 마음속에 자연스럽게 자리를 잡을 수 있을 것이고, 그러한 것들을 아이들에게 선사할 수 있다는 것이 이러한 우리 전래동화의 의미 중에 하나라는 생각을 합니다.

 이 책에서도 책 말미에 장승에 대한 소개가 담겨 있는데, 아이들이 그러한 내용을 읽고 장승에 대한 지식을 쌓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가로진이와 어머니, 그리고 장승들 간의 이야기를 읽는 중에 여기에 담긴 우리 민족의 정서를 느끼고 즐거워할 수 있다면 그보다 저 좋은 것을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 조상의 삶이 그러하였다는 마음속에 남는 깨달음이나 느낌 하나만으로도 이러한 우리 전래동화의 가치는 충분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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