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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 변신 수학에 풍덩 빠지다 ㅣ 집요한 과학씨, 웅진 사이언스빅 19
세야마 시로.박영훈.고광미 지음, 다테이시 다이가.김수현 그림, 오병승 감수 / 웅진주니어 / 2007년 12월
평점 :
절판
흐물흐물 세계를 둘러보다 보면, 무슨 마법의 세계에 들어온 듯한 느낌이 듭니다. 커피잔과 도넛이 같은 성질을 가진 물체라고 한다면 선뜻 이해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이야기 속에서 흐물흐물 늘어나고 모양을 바꾸어 가던 커피잔이 어느새 도넛의 모양으로 변해버렸습니다. 흐물흐물 세계의 마법이 걸린 것이지요. 아버지가 위상 기하학에 대해서 학생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듣게된 두 주인공 민호와 민지는 흐물흐물 꿈나라로 나비(고양이 이름)를 찾아 떠나는데, 심술궂은 흐물흐물 세계의 신이 둥굴게 부푼 풍선모양의 고양이, 튜브처럼 구멍이 하나 뚫린 고양이, 구멍이 세개나 뚫린 고양이를 보여주면서 나비를 찾으면 돌려주겠다고 약속합니다. 고양이가 흐물흐물해지면 어떤 모양으로 변하게 될까요? 참고로 앞에서 도넛과 거피잔은 구멍이 하나씩이었습니다. 모양은 다르지만 위상기하학의 눈으로 보면 성질이 같은 즉 연결 상태가 같은 것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찰흙처럼 흐물흐물하게 만지다가 보면 같은 모양을 만들어 낼수가 있다고 합니다.
이 책은 이처럼 흐물흐물 세계라는 마법같은 세계를 통해서 위상 기하학에 대해서 이야기해 주고 있는 책입니다. 수학을 전공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용어부터가 낯선 것이 사실인데 책 뒷표지를 보니까 초등 2학년의 '도형과 도형 움직이기'와 연관된 책이라고 소개되어 있습니다. 그러고 보니 아이가 2학년때 같은 모양을 뒤집어도 보고 회전시키기도 하는 식의 단원이 있었는데, 바로 그 내용과 연관된다는 것인 듯 합니다. 당연한 거라고 생각하고, 괜히 머리만 복잡스럽게한다는 생각도 있었던 것이 사실인데, 그 내용은 아마도 위상 기하학의 가장 기초적인 내용이었을 것 같습니다.-잘은 모르지만 말입니다- 그리고 이 책의 내용이 위상 기하학에 대해서는 교과서보다 훨씬 재미있고 흥미롭게 씌여진 것이 사실이라는 생각입니다.
삼각형과 사각형, 또는 커피잔과 도넛처럼 연결상태가 같은 것을 같은 무리라고 부를 수 있다는 것은 분명 기존의 사람의 감각에 의존해서 세상의 물건을 구분하는 방식과는 다른 점이 있습니다. 그런 점이 신기하고 마법에 걸린 듯한 느낌을 주기도 하구요. 하지만 곰곰히 생각하면, 우리가 상상하면 세상을 보는 눈은 참으로 다양할 수가 있다는 새삼스러운 사실을 깨닫게 되는 시간입니다. 그리고 마법같은 위상 기하학의 눈으로 물건을 분류하고 세상을 바라보는 -상상으로 구축했던- 세계가, 지도를 그리고 네온사인의 글자를 만들고 복잡한 전기회로도를 그리게 되고 컴퓨터를 통한 다양한 입체영상의 세계와 연결된다는 사실은 그러한 상상의 세계나 마법같은 세상이 실제 우리의 삶과 동떨어진 것이 아닌, 우리의 삶을 훨씬 풍요롭고 다양하게 만들어준 기초였다는 깨달음에까지 이르게 됩니다. 이 책에서 이야기로 진행되는 흐물흐물 세계로의 탐험을 통해 위상 기하학이라는수학분야가 만들어내는 새롭고 신비로운 세계를 둘러봄으로써, 상상력이라는 것이 무엇이고 그것을 통해 나오는 창조성의 세계라는 것이 어떤 것인지에 대한 소중한 경험을 할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또 다른 상상이 현실이 되는 세상을 기대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