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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믹 액션 - 선택과 행동의 경제적 오류 분석
크리스토퍼 시 지음, 양성희 옮김 / 북돋움 / 2008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조금 '덜 정상적인 현명한 사람'으로 거듭나길 기대하며'라는 <추천의 글>의 제목에서부터 독자들을 '정상적인 부족한 사람'으로 몰아가며 자존심을 미묘하게 자극하기 시작하는 이 책은 요즈음 많은 조명을 받기 시작한 선택행동학 또는 행동경제학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전통경제학의 이론에서 벗어난 길인 듯 하지만, 실제 사람들의 행동과 선택이라는 과정에 담긴 비합리성에 대한 답을 찾아나서서 이제는 전통경제학이 발견하지 못했거나 적절하게 설명하지 못했던 여러가지 현상들을 훨씬 합리적으로 설명하곤 하는 선택행동학의 다양한 매력을 들려주는 책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래서 저자는 이 책의 목적을 정상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했는데 결과를 놓고 보면 많은 비합리적인 요소에 영향을 받아서 정상적이지만 우둔한 행동을 했다고 밖에 말할 수 없는 상황에 빠져있는 정상인들에게, 자신의 눈앞을 가려서 비합리적인 결과를 이끌어낸 장애물이 무엇인지를 알려주고, 그것의 정체를 파악하여 덜 정상적이게 보이지만 똑똑하게 살고 이성적인 사람이 될 수 있게 만들어 주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심리회계장부', 하우스 머니 효과, 상대평가와 절대평가, 인센티브의 지급방식, 기대효용이론과 한계효용체감의 법칙, 전망이론, 손실회피심리, 소유효과, 현상유지 심리, 프레이밍 효과, 거래효용에 대한 편견, 비례편견과 적응성 편견, 매몰비용 오류, 정박효과, 대표성 추단법과 가용성 추단법, 자기과신과 계획오류 등.... 낯선 용어들이 많지만 책을 읽는 내내 신선한 자극을 지속적으로 주는 이야기의 원천들입니다. 한편으로는 내 안에 있는 경제학적인 불합리는 느끼게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경제활동에 관여하는 다양한 인간 심리에 대한 설명을 품고 있다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 경제활동과 연관된 많은 부분이 심리학적인 면과 연관되어 있다는, 결국 사람들의 경제활동이라는 것도 냉철한 합리성에 바탕을 두기 보다는 자신이 처한 환경과 처지의 영향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사실을 책속의 많은 부분에서 제시되는 예와 설명 속에서 대할 수 있습니다. 그러한 정보의 전달이라는 면에서의 어려운 용어와 이론들을 읽는 이로 쉽게 이해하도록 돕는 저자의 글솜씨도 칭찬받을만 하구요.
내용중에 흥미로운 것을 소개한다면 경쟁의 법칙에 나오는 소개팅을 하는 자리에 친구를 데려가는 문제에 대한 경우와 같은 것입니다. '1) 당신은 예쁘고 친구는 못생겼다, 2) 당신은 못생겼고, 친구는 예쁘다, 3) 당신과 친구 모두 예쁘다, 4) 당신과 친구 모두 못생겼다.' 의 네 가지 상황에서 판단한다면? 답은 1), 4)의 경우는 함께 가고, 2)와 3)의 경우는 혼자 가라고 하네요. 설명은 책속에 있습니다.^^ 물론 이러한 상황보다 좀더 복잡한 조건, 그러니까 '지식이나 교양'처럼 판단하기 어려운 특징이나 '목의 반점이나 얼굴의 사마귀'처럼 쉽게 판단할 수 있는 특징이 있는 경우와 같은 상황에 대한 설명도 있습니다. 물론 이것도 설명은 책속에 있습니다.^^ 이러한 내용을 보노라면 정말로 우리의 생활 깊은 곳까지 고개를 들이민 경제학의 논리를 보는 즐거움도 함께 있습니다. 또 한가지 살면서 좋은 소식이나 나쁜 소식을 다른 사람들에게 전해야 할 때,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법에 대한 조언이 될 수 있는 정보전달의 기술도 흥미로왔던 부분중에 하나입니다. 즉 '여러가지 나쁜 소식은 반드시 한번에 전하라. 여러가지 좋은 소식은 나누어 전하라. 크게 좋은 소식과 조금 나쁜 소식은 동시에 전하라. 크게 나쁜 소식과 조금 좋은 소식은 나누어 전하라.'는 이야기인데, 이 원칙도 우리가 삶속에서 잘 활용한다면 주변사람에게 더 큰 기쁨을 주며 살 수 있겠지요. 이 역시 현실속에 들어온 경제학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책을 읽노라면 저자의 말대로 나 자신이 '정상적인 바보'라는 사실을 흔쾌히 인정하게 됩니다. 소개된 이야기들을 통해서 많은 비합리적인 장애물들을 끌어안고 정상적인 바보짓을 하며 살고 있는 모습을 스스로 깨닫게 되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그러한 고백이 불쾌하지 않는 것은 저자가 제시한 여러가지 연구 사례와 예를 통해서 정상적인 바보짓을 하는 내 모습을 명확하게 분석해 내는 과정을 통해 조금 더 이성적으로 사고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그리 바보짓을 정상적으로 하게 만든 장애물이 무엇인지에 대한 깨달음과 나도 이제는 그런 올무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자신감과 자기과시-이것도 저자는 바보짓의 원인중의 하나가 된다고 했는데^^- 때문일지 모르겠습니다. 읽는 시간 내내 새로운 사실을 깨달아 가는 즐거움이 있었고, 여러 어려운 용어와 무관하게 전문적인 내용을 쉽게 설명하고 전달한 저자의 글솜씨 덕분에 덜 정상적이지만 조금 더 똑똑해질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되는 시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