헨리 나우웬 : 그의 삶, 그의 꿈 - 세계영성의 거장 시리즈 01
마이클 오로린 지음, 마영례 옮김 / 가치창조 / 2008년 2월
평점 :
절판


 '많은 사람들이 평화 운동에 매우 소극적인 이유중의 하나는 평화 운동을 하는 사람들 속에서 그들이 찾고 있는 평화는 볼 수 없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에게 '영적'인 사람이 된다는 것은, 세상의 성난 소란으로부터 어느정도 거리를 유지하는 개인적인 심오함을 지니는 것으로 이해된다. 맞는 말이다. 그러나 진정한 영성을 지닌 사람들은 우리 사회를 뒤흔드는 문제와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에서 행해지는 불의의 희생자가 된 수많은 이들이 호소하는 정의를 외면하지 않는다.'

 '글을 쓰는 과정 속에서 나는 예수님을 '세속화'시키는 경향이 내게 상당 부분 있음을 발견하게 되었다. 본능적으로 나는 값싼 자유와 내가 안고 있는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찾기 위해, 성공하고 싶은 내 열망을 이루기 위한 도움을 얻기 위해 그리고 적에 대한 보복과 적잖은 명성을 얻기 위해 예수님을 바라본다. 예수님을 복음서가 알려주는 예수님으로서 즉 우리에게 영적인 자유를 주고, 우리가 당하는 고통에 우리와 함께하고, 우리에게 낮아지는 길을 보여주고, 우리의 원수를 사랑하라고 권면하고, 하나님의 사랑을 우리에게 은밀히 계시해주시는 주님으로 보기가 늘 쉬운 것은 아니다. 그러나 진정한 예수님을 볼 때마다 나는 새로운 내적 평안을 얻고 다시 주님의 음성을 듣고 그 음성을 따를 수 있게 된다.'

 이 책은 자신의 성공과 출세를 위해서 충분히 욕심을 부리면서도 하나님을 위해서 충성했다는 말을 들을만한 사람이 - 물론 이것은 하나님의 관점에서가 아니라 사람의 관점에서 입니다 -  신부로서의 지위상승이나 교수로서의 권위 등의 세상에서의 자랑거리를  다 내려 놓고, 심령이 가난한 사람들 틈에 들어가 스스로 심령이 가난한 자가 되어서 감당한 삶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자신의 글이 영성을 발휘하는 순간에도 세속화되는 듯한 자신의 모습을 한없이 반성하며 낮아지신 예수님을 닮기 위해 열정을 불사른 한 남자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세상의 평화를 위해서 사람들의 이목을 끄는 반전이나 반핵 시위도 중요하지만, 가장 현실적인 방법은 자신의 이웃을 사랑하고 섬기는 삶이라고 믿었던 하나님의 종, 헨리 나우웬의 삶과 꿈을 담고 있습니다.

 솔직히 이 책을 대하기 전까지는, 헨리 나우웬이라는 이름이 매우 낯설었습니다. 여러 기독교 영성작가들의 책을 읽어 왔었지만, 헨리 나우웬의 저서는 어쩐 일인지 내 신앙도서 독서 목록에서는 완전히 빠져 있었습니다. 책 편식이 심한 탓도 있겠지만, 그가 나의 신앙과는 약간 색깔이 다른 카톨릭 신부였다는 사실이 그 이유가 되었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그러한 낯섬이 이 책을 통해 그의 삶에 대한 관심으로 변하고, 적극적으로 섬기는 삶을 살며 예수님을 담기를 원했던 그의 모습이 나의 삶의 반성을 위해 비추는 거울이 되어 있습니다. 세상살이에서 교회를 나가는 것과 몇가지 금기를 지키는 것을 빼고는 비신앙인들과 다를바 없이 좀더 거창한 일을 이루고 성공과 명예를 위해 경주하는 것에 은연중 관심을 쏟고 있는 스스로를 발견하며, 헨리 나우웬이 그의 책들을 통해 이야기했던 것들과 그의 삶의 궤적, 또한 그가 마지막까지 섬겼던 라르쉬 공동체에서의 삶의 이야기는 속에 담긴 예수님이 진정 이 세상에 오셔서 본을 보이고 전하고자 하셨던 겸손하고 섬기는 자의 삶, 하나님 보시기에 기뻐하는 자의 삶에 대한 자각을 가지게 됩니다. '십자가를 지고 예수님을 따르는' 삶, 어린이들을 가까이 하시고 천국은 저들과 같은 이들의 것이라 하셨던 의미, 죄인들의 집에 들어가서 그들과 함께 하셨던 시간들에 대한 의미를 다시금 묵상하게 됩니다. 하나님이 그리고 예수님이 원하시는 그의 자녀로서의 삶이라는 것이, 나우웬이 자신이 섬겼던 아담이라는 장애인 청년을 통해서 아담 안에 있던 예수님의 형상을 고백하였듯이 약하고 낮은 곳으로 향하는 발걸음, 화려하지 않은 평범함 속에도 충만하게 담겨 있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하지만 그러한 깨달음의 이면에서 여전히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며 내 삶속에 또아리를 틀고 앉은 교만과 자기만족적인 습관들, 적당히 타협하고 적당히 양보하고, 또한 적당히 욕심을 부리는 삶을 살면서 내 나름의 십자가를 지고 예수님을 따르고 있다고 착각하고 있는 나의 모습을 보게 됩니다. 아마도 나우웬이 자신이 삶속에서 끝없이 경계했던, 내 자신의 무감각한 내면에 자리잡은 세속화된 모습이겠지요. 

 책 속에 언급된 헨리 나우웬의 많은 글들이 신앙인으로서의 내 마음 깊은 곳에 파고 듭니다. 하나님을 믿는 다는 것, 그리고 예수님을 따른다는 것이 무엇인지, 어떻게 생각하고 어떻게 글을 쓰고 어떻게 생활하는 것인지에 대한 끊임없는 열정을 가진 헨리 나우웬의 삶과 변화를 읽으며 미가서의 말씀을 다시금 생각하게 됩니다. '사람아 주께서 선한 것이 무엇임을 네게 보이셨나니 여호와께서 네게 구하시는 것이 오직 공의를 행하며 인자를 사랑하며 겸손히 네 하나님과 함께 행하는 것이 아니냐 (미6:8). 세상에서의 명예와 부와 성공이라는 화려한 장식보다는 모든 것을 뒤로하고 라루쉬 공동체를 섬겨기를, 장애인 아담을 돌보기를 기꺼이 받아들였던 나우웬의 삶처럼 낮고 약한 곳을 찾는 것을 마다하지 않는 그러한 삶이 나의 삶이 될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예수님께서 '심령이 가난한 자를 돌보는 자는 복이 있나니'라고 말씀하지 않고 '심령이 가난한 자는 복이 있나니'라고 말씀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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