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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함과 분노 ㅣ 열린책들 세계문학 280
윌리엄 포크너 지음, 윤교찬 옮김 / 열린책들 / 2022년 8월
평점 :
▣ 1928년 4월6일
콤슨가 사 남매 중 셋째인 제이슨이 화자로 등장한다. 형과 아버지의 사망 후 집안의 가장이 된 제이슨. 어머니 콤슨 부인과 장애를 가지고 있는 동생 벤지, 캐디의 딸 퀜튼을 부양하고 있는 제이슨은 폭군처럼 느껴지는 '겁쟁이'이다.
자신의 주변 사람들 모두와 자신의 환경, 그리고 상황 등 모든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아 참을 수 없어 하는 제이슨은 자신의 재능이 촌구석에서 썩어 나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런 상황이 만들어진 것은 우유부단하고 불공평한 부모와 구제불능 가족 때문이라고 단정한다.
그가 제시하는 상황 정리가 어찌보면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모두를 아프게 하지 않을 대안이 될 수도 있다. 가족 모두를 힘겹게 하는 벤지는 요양원에서 치료 받아 성장하게 하고, 스스로를 소홀히 여기고 반항하며 방탕하게 행동하는 조카 퀜틴에게는 스스로의 인생을 살아가게 함으로써 삶을 진지하게 대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 말이다. 하지만 제이슨은 자신의 대안을 주변 사람들이 수긍할 수 있게 설득하지 못한다. 이는 그의 대안이 그들 본인을 위한 해결이 아니라 그들을 자신에게서 떨쳐버리려는 제이슨의 몸부림이기 때문이다.
이들 가족을 보며 '지긋지긋'하게 얽혀 있는 삐뚤어진 관계의 모습을 본다. 전형적인 가족의 모습만을 추구하려다 보니 서로에게 상처가 되고 있는 것이다. 가족은 언제나 함께 해야 하며, 가족 구성원 하나의 문제는 가족 전체의 문제로 접근하고 해결해야 한다는 생각은 결국 가족 전체를 함께 침몰하게 만든다. 봉건적이고 가부장적인 우리의 모습이 그려진 대하소설을 읽는 것 처럼 느껴진다.
콤슨 가의 사람들을 통해 직면하기 어려운 문제일 수록 정공법으로 해결하는 것이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법이 될 수도 있음을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