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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후, 일 년 후 ㅣ 프랑수아즈 사강 리커버 개정판
프랑수아즈 사강 지음, 최정수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2년 2월
평점 :
▣p.133-The end
베아트리스를 사랑하는 두 남자를 바라보는 파니가 어떻게 평정심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일지 의문스럽다. 상대의 사랑을 확인하고 나선 사랑의 감정이 식어버리는 베아트리스의 변덕이 끊임없는 이유는 무얼지 궁금하다. 알랭은 알콜에 의지하게 되고, 에두아르는 젊음의 아름다움이 식어가며 파니는 모든 상황을 모른 척 넘겨버린다. 결국은 더 많이 사랑하는 사람이 아프다는 오래된 사랑의 진리는 정설인가보다. 오로지 베아트리스만이 활기차다.
◐ p.154
그는 그녀가 필요했다. 그는 그녀를 사랑했다. 하지만 그녀는 그를 사랑하지 않았다. 이 세 개의 명제는 일련의 고통과 무력함을 내포하고 있었다.
결국 사랑하는 사람들은 마음이 아프다. 서로 사랑해도 더 많이 사랑하는 사람은 힘겹다. 또한 혼자 사랑하는 사람은 더 힘겹다. 그렇다고 억지로 사랑하는 것은 상대를 더 비참하게 하는 것이다. 결국 사랑은 아픈 것이다.
◐ p.186
"언젠가 당신은 그를 사랑하지 않게 될 거예요. 그리고 언젠가 나도 당신을 사랑하지 않게 되겠죠."
그가 부드러운 목소리로 덧붙였다.
"그리고 우리는 다시 고독해지겠죠. 그렇게 되겠죠. 그리고 한 해가 또 지나가겠죠...."
공허함은 각자의 몫으로 남겨두고 그들은 돌고 돌아 자리를 잡는다. 하지만 그들에게 또 물결은 일렁일 것이며, 여지없이 몸을 맡길 것이고, 다시 돌아오거나 아니면 이번엔 아주 가버릴 수도 있을 것이다.
조제는 우리 모두가 행하는 사랑이 '일 년 후 혹은 두 달 후' 변할 것이라는 시간에 대한 온전한 감각을 갖고 있다. 그녀는 자신을 향한 베르나르의 사랑이 한 때일 뿐이며 제자리를 찾을 것이라는 것을 안다. 그래서 그녀는 격렬한 본능에 떠밀려 행하는 시간의 지속성을, 고독의 완전한 중지를 믿지 않는다.(p.137) 영원한 것은 없으며, 인간은 언제나 혼자인 것이다.
어느 봄 월요일, 말리그라스 부부의 저녁 모임이 다시 열렸다. 베르나르와 니콜, 베아트리스, 에두아르, 자크, 조제는 다시 서로를 바라본다. 말리그라스 부부의 모임에 참석한 모든 인물들은 작가 프랑스와즈 사강의 모습을 투영하고 있다. 문학을 사랑하고, 지성과 재력을 겸비하였으며, 당당하기도 하지만 수줍으며 패기 넘치는 프랑스 문단계의 '매혹적인 악마' 사강. 그녀의 문장들이 다시 좋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