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어나지 않은 아이를 위한 기도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91
임레 케르테스 지음, 이상동 옮김 / 민음사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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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51-The end

'유대인' 이라는 이유만으로 죽음의 위협을 느끼며, 학살의 대상이 된 경험이 있는 그는 자신의 존재를 부정하고 싶어한다. 자신이 유대인이라는 이유로 자신의 아이도 유대인이 된다는 것에 대해 그는 평생을 아이 앞에서 고개를 푹 수그리고 있어야 할 만큼의 강요라고 말한다. 이는 자신의 부모에게 외치는 소리처럼 들리기도 한다. 자신이 선택하지 않은 '유대인'이라는 피 때문에 겪어야 했던 폭력으로 그는 부모를 원망했을 것이다. 그가 외치는 "안 돼!" 는 그를 유대인이라는 이름으로 태어나게 했던 부모와 유대인이라는 이름으로 태어날 아기의 탄생을 생각하는 자신에게 외치는 울부짖음이다.

 

 

서술자는 '아버지'를 '아우슈비츠'에 빗댄다. 대상과 공간 모두가 소년을 지배하고, 공포스러우며, 난폭하고 비이성적이었던 것이다. 문장을 읽는 나는 충격을 받았다. 평생의 트라우마로 남긴 공간과 빗대어질 만큼으로 느껴지는 부모라니 어떤 부모일까? 너무도 많은 비난과 너무도 많은 요구 속에서 느꼈던 좌절과 견딤을 겪은 소년은 자신이 부모를 사랑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고, 사랑하지 않을 것이라고 결심하기까지 한다. 그의 상처는 자신이 겪은 일을 또 다른 아이가 겪게 해서는 안 된다는 각오까지 하게 만든다. 아동기 유대인 소년이었던 작가가 측은하게 느껴진다.

 

 

위대한 작가인 그가 위대하다기 보다는 상처받은 어린 시절을 가지고 있는 약한 한 사람으로 느껴진다. 그는 끔찍함에서 벗어날 길이 없음을 단정하며 그래서 더욱 더 자신은 아이를 생각하는 것에 대해 "안 돼!" 라고 기도하며 외칠 것임을 확고히 한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그의 아내였던, 지금은 아내가 아닌 그녀가 살고자 하는 의지를 가지고 손상된 자의식에서 벗어나 주근깨가 있는 여자아이와 초롱초롱 한 눈을 가진 남자아이와 나타난 것이다. 누군가는 아파하며 괴로워하지만 또 누군가는 이겨내고 나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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