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의 좋은 어린이 책 <선생님은 몬스터!>의 전문가 추천사입니다.

 

글 : 송언(동화작가)

 

아이들을 이해 못하는 학교

 ‘바비’라는 아이가 공부 시간에 종이비행기를 날렸다. 이것이 과연 잘못된 일인가. 어느 나라에서나 흔히 일어날 법한 일이고, 아이들에겐 몹시 재미있는 일이며, 그렇기 때문에 놀랄 일은 결코 아닌 것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칭찬받을 수도 있다. 왜냐하면 학교라는 답답한 생활공간에 잔잔한 파문을 일으켜 기쁨을 선사했으니까. 공부 시간에 종이비행기를 날린 바비는 반 아이들의 억압된 정서를 대변한 것이었을 뿐이다.


그런데 현실은 아이들에게 썩 우호적이지 않다. 어느 나라에서든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이고,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몹시 불쾌한 일이며, 그렇기 때문에 선생님이 기겁할 만큼 놀랄 일인 것이다. 따라서 칭찬받기는커녕 벌 받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왜냐하면 공부 시간에 불필요한 파문을 일으켜 신성한 학교를 모독했으니까. 공부 시간에 종이비행기를 날린 바비는 본보기로 교실 밖으로 추방당할 수도 있다.

 

과연 아이들은 어떤 학교를 원할까. 공부 시간에 종이비행기 날리는 것쯤은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주는 너그러운 학교를 원하지 않을까. 즉 바비가 선생님에게 이해받는 아이가 되기를 간절히 원할 게 틀림없다. 그런데 바비네 담임인 커비 선생님은 아이의 행동을 이해하지 못한다.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별 것도 아닌 일인데 펄쩍 뛰며 화를 낸다. 바로 그 순간 커비 선생님은 몬스터로 돌변한다. 바비의 행동을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에 이런 참담한 결과를 불러온 것이다. 끔찍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뿐이 아니다. 커비 선생님은 벌을 세워서라도 바비의 행동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학교에서 선생님이 존재하는 가장 큰 이유라고 믿는 까닭이다. 문제는 바비 역시 그런 선생님을 이해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선생님이 바비의 행동을 이해하지 못하는데 어린 바비가 선생님의 행동을 이해하기를 바란다는 건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그래서 바비는 학교에 다니는 것이 힘이 든다. 비극의 탄생이다. 그림책 <선생님은 몬스터!>는 이렇듯 바비와 커비 선생님 마음이 서로 어긋나는 지점에서 시작한다.

 

어느 토요일 아침 바비는 공원에 있는 비밀기지로 간다. 학교가 바비에게 불행한 공간이라면 공원의 비밀기지는 행복한 공간이기 때문이다. 그곳에서 바비는 뜻밖에도 커비 선생님을 만난다. 바비와 커비 선생님은 공원의 나무의자에 나란히 앉아 있다. 그런데 학교에서 본 선생님 모습과 왠지 좀 다르다. 그래서 바비가 말한다. 학교 바깥에서 선생님을 만나니까 기분이 진짜 이상해요, 라고. 커비 선생님도 그렇다고 대답한다. 학교 바깥에서 만난 바비가 색다른 아이로 다가온 것이다. 그러니까 뭐랄까. 바비와 커비 선생님이 서로를 이해하지 못한 건 학교라는 울타리 안에 갇혔기 때문이었다. 학교 울타리를 벗어나자 마음 편안하게 서로를 이해할 수 있었으니까 말이다. 왜 학교는 선생님과 아이들을 힘들게 하는 것일까. 선생님과 아이들이 함께 즐겁게 생활하는 곳이 학교라고 생각하면 그만일 것 같은데. 함께 뛰놀고, 노래하고, 춤추고, 공부하면 될 것 같은데. 아무튼 바비와 커비 선생님은 학교가 아닌 공원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아마 그래서였을 것이다. 그때까지 괴물처럼 무섭게 그려진 커비 선생님 모습이 온순한 여자 선생님으로 돌아온 것은. 그것은 바비나 커비 선생님에게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다시 월요일이 되었다. 바비는 힘들지만 학교에 갔다. 커비 선생님도 당연히 학교에 왔다. 괴물의 모습이 아니라 온순한 여자 선생님으로. 커비 선생님은 바비가 좀 달라졌으리라 기대한다. 하지만 바비는 달라지지 않았다. 아이라고 해서 하루아침에 달라지기야 하겠는가. 바비는 선생님이 나눠준 시험지로 종이비행기를 만들어 교실에서 날린다. 그 순간 커비 선생님은 다시 괴물로 돌변하기 일보 직전이 된다.

 

서로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게 이토록 힘 드는 일일까. 아이들을 이해하는 학교, 아이들을 사랑하는 선생님이 많은 세상이면 좋겠다. 이 책을 쓰고 그린 피터 브라운은 책의 맨 앞쪽에 이런 말을 남겼다. 그 말이 의미심장하게 가슴을 친다.


--이해받지 못한 이 세상 모든 선생님들과 이해받지 못한 이 세상 모든 어린이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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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인생 2015-03-07 16: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표지가 넘 좋아요.
 

3월의 좋은 어린이 책 <학교에 간 공룡 앨리사우루스>의 전문가 추천사입니다.

 

글 : 박찬혁(충남 예산초등학교 교사)

 

새로운 학년이 시작될 때 모든 아이들은 이번엔 또 어떤 친구가 자기 반이 될지 두근거리며 학교에 온다. 아이들의 얼굴에는 하나같이 ‘이번에도 좋은 친구들이 많으면 좋겠다.’라는 기대와 ‘혹시 친구들과 잘 사귀지 못하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가득하다. 그런 아이들의 얼굴을 보면 늘 나는 숙제를 받은 기분이다. 이 아이들에게 어떤 것을 줘야, 서로가 서로에게 조금 더 친근하게 다가갈지, 어떻게 조금 더 서로를 이해하고 함께하는 교실을 만들지 고민하게 된다.

 

앨리가 꿈꾸는 교실과 우리 교실

리처드 토리의 『학교에 간 공룡 앨리사우루스』는 친구를 사귀는 것을 기대하면서도 걱정하는 새 학기 아이들에게 읽어 보라고 추천해 줄 수 있는 좋은 그림책이다. 책의 주인공 앨리는 공룡을 정말로 좋아하는 아이다. 처음 초등학교에 가는 날, 공룡을 좋아하는 친구들로 가득한 반에서 많은 친구들과 공룡 놀이를 할 꿈에 부풀어 있던 앨리. 정작 학교에 갔을 때 공룡을 좋아하는 친구는 아무도 없었다. 공주님, 사자, 용, 도시락 가방. 너무나도 다른 것을 좋아하는 친구들의 곁에서 앨리는 당황하고, 어쩔 줄 몰라 한다.


이 장면에서 나는 우리 반이었던 ‘앨리’가 보였다. 꼭 공룡이 아니더라도, 다른 아이들 대부분이 좋아하는 취미 대신 뭔가 특별한 취미를 가지고, 이야기를 하고 공감 받고 싶어 하는 아이였다. 하지만 다른 아이들은 이내 그 이야기 대신 자신들이 좋아하는 게임, 축구, 인형, 연예인 이야기를 했다. 이내 어쩔 줄 몰라 하며 혼자 밥을 먹는 앨리처럼 고개를 숙이고 엎드려 있던 우리 반 앨리.


결국 이 책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앨리가 자신의 취미만이 옳은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는 순간이다. ‘나도 공룡 좋아해! 용도 좋아하고!’라는 신디의 이야기는 이 이야기의 주제를 관통하고 있다. 사람들은 모두 다른 개성을 가지고 있다. 서로가 가지고 있는 다른 점을 인정하고 존중해 주는 순간, 누구보다도 소중한 친구가 생긴다는 사실 말이다.


그런데 친구를 사귀려면, 나만이 친구를 이해해 주어야 하는 걸까? 먼저 친구를 이해하려고 손을 내밀면, 어느새 친구도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조금씩 이해하게 된다. 티나와 앨리처럼. 앨리가 공룡 이야기만 하던 때에는 앨리랑 놀지 않던 티나는, 앨리가 먼저 공주 놀이를 함께한 뒤에 앨리와 친구가 되었다. 먼저 양보하는 건 어려운 일이지만, 친구들이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알고 함께하게 되면 무척 기쁘지 않을까?

 

우리 앞에 보이는 수많은 앨리들

어린이들을 서로 친해지게 하는 방법, 학급을 경영하는 방법, 수많은 상담 방법, 학생들에 대한 대처방법에 대한 책들은 참 많다. 하지만 정작 아이들끼리 소통하는 방법은 잘 나와 있지 않다. 그래서 너무나도 다른 아이들이 한 해 동안 서로 어떻게 이야기해야 할지, 어떻게 서로 이해하고 친해져야 하는지 알려주는 이 책이 반갑다. 새롭게 만나게 될, 그리고 너무나도 다른 취미를 가진 우리 반의 ‘앨리’를 위해, 나는 아이들과 함께하는 한 해의 시작을 이 책과 함께 해보고자 한다. 우리 반에서 퍼져 나올 소리는 어떤 소리일지, 벌써부터 설레는 마음을 감출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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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의 좋은 어린이 책 <한국사 사전 - 전3권>의 전문가 추천사입니다.

 

글 : 안민영(인천 계수중학교 역사교사)


인터넷 검색의 등장으로 수명을 다한 ‘사전’, ‘사전’은 죽은 책?

 ‘사전’은 죽었다. 아이들은 더 이상 두꺼운 사전을 들춰 보지 않는다. 스마트폰에 검색어를 쳐 보거나 지식인에게 물어보면 그만이다. 두꺼운 책을 들고 다니며 ᄀ에서 ᄒ까지 뒤적거리는 풍경은 이미 지난 부모 세대의 역사 속으로 사라져 버린 듯하다. 아이들이 검색을 통해 정보를 찾아내는 속도는 교사인 내가 따라갈 수 없을 정도다.
 
기능이 스마트하면 컨텐츠도 스마트한가?

 그렇다면 아이들은 ‘정보의 바다’에서 자료를 선별해 내며 자신의 것으로 충분히 소화하고 있을까? 웹상의 정보는 진위 여부가 불분명하거나 어려운 전공 용어가 나열된 문장들로 이루어진 경우가 많다. 그러다 보니 현장에서 팀별 프로젝트 역사 수업을 진행하면서 좋은 텍스트가 늘 아쉽곤 했다.

 

그래도 아이들은 궁금해 한다.

 가끔 역사 관련 단어를 인터넷 검색해 보면 수업 중에 충분히 이해되지 않았다며 개념을 설명해 달라는 질문 글들이 많이 올라와 있는 걸 볼 수 있다. 아이들은 각자 자신들이 수업 시간에 배운 것들을 나누며 서로 묻고 답하고 있었다. 아이들은 궁금해 하고 있었다. 대부분 한자말로 이루어져 있으며 오늘날 사용하는 익숙한 용어가 아니다 보니, 아이들은 말 자체를 어려워한다. 그걸 알면서도 역사교사들 역시 한 차시 수업에서 전달해야 할 분량이 만만치 않은 터라, 개념 풀이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기 어렵다. 광활한 역사 개념, 누가 대신 좀 정리해 주었으면 싶었다.

 

텍스트보다 이미지에 익숙한 세대에게 적합한 <한국사 사전>

<한국사 사전>이 나왔다. 아이들에게 ‘사전’은 숙제할 때나 필요한 책이라는 고정관념이 강하다. 필요에 의해 잠깐 펴 보는 책인 거다. 과연 아이들에게 흥미를 유발할 수 있을까 싶었다. 더구나 요즘 아이들은 텍스트보다는 이미지에 더 익숙한 세대이다.


그런데 <한국사 사전>은 그런 면에서 유용해 보인다. 각 단어마다 적절한 세밀화가 텍스트와 비슷한 비중으로 배치되어 있다. 유물의 경우는 사용법까지 표현되어 있다. 백 개의 문장보다 한 개의 그림이 나은 경우다. 각 그림마다 세부 설명이 덧붙여 있다.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나만의 <한국사사전>을 만들어 보자.

  ‘내 책상 위의 역사 선생님’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다. 말 그대로 자기주도적 학습에 유용할 듯싶다. 각 단어에 대한 설명은 3단계로 나누어 서술되어 독자의 수준에 따라 소화해 낼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초등학생들은 각 단어마다 간략하게 설명된 ‘개요’와 그림을 자주 넘겨 읽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한국사 사전>의 그림은 텍스트만큼의 가치가 있다. 중학생은 ‘심화’ 부분까지 함께 읽고, 고등학생은 거기에 ‘풀이’ 부분까지 더해서 읽어 가면 된다.


수업 시간에 배운 내용과 관련된 단어에는 수업 내용을 메모한 포스트잇을 붙여 두어도 좋겠다. 내가 직접 가서 본 유물과 유적은 관련 단어 페이지에 사진이나 입장권을 함께 붙여둬도 좋겠다. 본인이 소화한 내용은 밑줄을 더해가며 읽어보자. 학년이 올라가면서 밑줄이 늘어가는 것을 확인해 보는 재미도 있을 것이다. <한국사 사전>을 이렇게 활용해 가면, ‘나만의 한국사 사전’이 만들어질 듯싶다.

 

 오래 두고 볼 책이다. 아이들에게는 첫 번째 한국사 사전이자, 마지막 한국사 사전이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한국사사전>은 ‘사전’의 개념을 바꾸는 책이라 생각된다. ‘사전’은 죽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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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의 좋은 어린이 책 <노잣돈 갚기 프로젝트>의 전문가 추천사입니다.

 

글 : 김지은(아동문학평론가, 동화작가)


이 책의 제목은 얼핏 납득이 가지 않는다. 내용을 보면 주인공 동우가 저승에서 빌린 ‘노잣돈’을 갚기 위해서 이승에서 프로젝트를 진행한다는 것이다. 저승은 현실 세계에서 저지른 윤리적 잘잘못을 헤아리는 곳이다. 잘못은 원칙적으로 내 책임이며 돈으로 환산하거나 누군가에게 빌리고 맡길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사과와 용서는 집 한 채 짓는 일과 달라서 시작과 끝을 정해 두고 프로젝트처럼 착착 진행할 수도 없다. 그렇다면 책에는 왜 이런 제목이 붙은 것일까? 동우에게는 무슨 일이 일어났던 것일까?


책 속 주인공 동우는 학교 폭력의 가해자다. 친구 준희를 지속적으로 괴롭혔고 돈을 빼앗으면서도 이것이 얼마나 큰 잘못인지 깨닫지 못하고 살았다. 그러던 그가 저승사자의 실수로 다른 세계로 넘어갔다가 현실로 되돌아오면서 받은 명령은 저승에서 빌린 노잣돈을 갚으라는 것이다. 그 돈은 하필이면 준희의 저승 곳간에서 나왔다. 처음에 동우는 준희에게 ‘장난처럼’ 했던 일을 ‘돈으로’ 갚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찢겨진 친구의 마음도, 망가진 양심도, 끊어진 우정도 ‘프로젝트’처럼 가볍게 해결될 거라고 믿는다. 그러나 노자를 갚는 일은 돈으로 되는 일이 아니었고 준희의 가슴에 남긴 상처는 ‘미안했다’는 말로 낫는 일이 아니었다. 아무리 돈을 쏟아부어도 양심에 진 빚은 꿈쩍도 하지 않는다. 약한 친구를 진심으로 이해하고, 잘못에 대해 정확한 용서를 빌고, 위험에 빠진 그를 도와주면서 조금씩 줄어드는 것을 알게 된다. 준희와 동우의 깨진 우정은 둘이 함께 다른 생명을 구하는 일에 뛰어들면서 비로소 복원되기 시작한다.


“그거 얼마야?”는 알고 보면 무서운 질문이다. 세상에는 돈으로 결코 살 수 없는 것이 있고 개인의 이익을 뛰어넘어 근본적으로 판단해야 하는 중요한 도덕적 문제들이 있다. 물론 누구나 부당한 행동의 유혹을 받을 수 있다. 그럴 때마다 자기 마음속 양심의 심판관에게 묻고 옳지 않다면 ‘나는 그렇게 행동할 수 없다.’라고 거부해야 한다. 그러나 돈을 내세우면서 시작되는 검은 손길은 의리, 명예 등 근사해 보이는 낱말을 들먹이면서 우리를 끌어당긴다.


어린 시절은 부당한 유혹에 솔깃하기 쉬운 때다. 판단의 경험이 적어서 그릇된 무리에 휩쓸리기도 한다. 어른들도 본이 되지 않는 세상이다. “그게 얼마짜리인데 안 하느냐?”라든가 “얼마면 살 수 있냐?”는 말을 내뱉으면서 어린이를 물질만능의 경쟁 속으로 몰아붙인다. 어른들은 어린이가 ‘돈의 기준’을 따르면 ‘어린 녀석이 벌써 돈을 밝힌다.’고 비난하지만 어린이에 관련된 도덕적 문제가 생기면 또다시 돈으로 다 해결하려 든다. 이럴 때면 어린이는 어디를 바라보고 따라가야 할지 알 수 없어 답답하다.


이 책은 가해자가 주인공인 보기 드문 동화다. 그동안 폭력을 방관하는 어린이가 주인공인 경우는 있었지만 스스로 가해의 경험을 털어놓는 작품은 거의 없었다. 무엇이 왜 잘못인지조차 몰랐던 동우는 엉망진창이 되어 버린 양심의 실마리를 힘겹게 되찾아 한 가닥씩 살린다. 그 과정에서 잃어버린 우정을 발견하고 학교 폭력의 질긴 고리로부터 벗어나려고 발버둥 친다. 동우를 일으키고 일깨워 주는 것은 준희를 비롯한 또래 집단의 우정과 길고양이로 상징되는 생명의 힘이다. 다친 길고양이를 살리고 친구에게 진심이 담긴 반성의 편지를 쓰면서 동우는 전과 다른 사람이 되어 간다. 사람을 달라지게 할 수 있는 것은 험난한 실천이며 그 길은 멀다.


동우의 마지막 말은 의미심장하다. “나 돌아왔어!”라는 대답은 동우가 있어야 할 곳을 제대로 찾아왔다는 것을 뜻한다. 삶은 ‘프로젝트’ 따위가 아니며 장부로 계산을 종료하고 빠져나갈 수 없는 긴 여정임을 역설적으로 보여 준다. 지금 이 순간도 돈의 위력을 믿고 파괴의 길로 향하는 수많은 사람들이 있고 우리는 그들에게 거듭 절망한다. 그러나 절망의 말을 되풀이하는 동안 구출되지 못한 양심은 죽어 가고 아무 곳으로나 끌려가 버린다. ‘무엇이 잘못이었지?’를 되묻고 하나하나 바로잡으려는 처절한 노력만이 우리를 제자리로 돌려놓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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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치혀 2015-03-02 11: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시대에 꼭 필요한 책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3월의 좋은 어린이 책 <달에 가고 싶어요>의 전문가 추천사입니다.

 

글 : 박병철(물리학 교수, 과학서적 전문 번역가)

 

어린이를 위한 과학책은 자칫하면 따분한 설명서가 되고는 합니다. 전달해야 할 내용은 많은데 페이지에 한계가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첨단 과학을 소재로 한다면 더욱 어렵습니다. 어린이들의 동화 같은 정서를 유지하면서 정보를 전달하는 것, 특히 궁금증을 어린이들의 눈높이에서 설명하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거든요. 『달에 가고 싶어요 - 사다리부터 로켓까지 달에 가는 36가지 방법』은 간결한 문체와 서정적인 그림으로 이 일을 훌륭하게 해냈습니다. 앞으로 우주 과학을 이끌어 갈 어린이들에게 꼭 권하고 싶은 책입니다.


1969년 7월 21일, 미국 NASA에서 발사한 아폴로 11호가 달 표면의 ‘고요의 바다’에 착륙했습니다. 지구가 아닌 천체에 최초로 인류의 발자국을 남기던 그날, 세계 사람들이 TV를 통해 그 광경을 지켜봤지요. 우리나라는 이 역사적 사건을 기념하기 위해 그날을 임시공휴일로 정했었어요.


하지만 당시 미국과 소련이 우주 진출에 열을 올렸던 것은 연구나 개발을 위함이 아니라, 군사적 우위를 선점하기 위해서였죠. 미사일에 폭탄을 싣고 적군을 향해 쏘면 끔찍한 무기가 되지만, 똑같은 미사일에 실험 장비와 사람을 싣고 하늘을 향해 쏘아 올리면 우주선이 되거든요.


그래서 미국은 아폴로 17호까지 여섯 번에 걸쳐 달에 사람을 보낸 후 (아폴로 13호는 도중에 사고가 나서 극적으로 귀환했습니다.) 아폴로계획을 중단했습니다. 그 정도면 강대국의 면모를 충분히 보여 줬고, 엄청난 돈을 들여 달에 가 봐야 건질 것이 별로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인류의 달 착륙은 사실 이런 것이었어요.


그로부터 46년이 지난 지금, 분위기는 많이 달라졌습니다. 가장 큰 변화는 우주여행의 주체가 정부에서 민간 기업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점이에요. NASA는 비용 대비 효율성을 문제 삼아 유인 우주선 개발을 민간 기업인 보잉(Boeing)사와 스페이스-X(Space-X)사에 일임한 상태입니다. 그리고 지난 2010년에 버진갤러틱(Virgin Galactic)사는 자체 제작한 상업용 우주선 ‘스페이스십 2호(Spaceship-2)’의 시험 비행에 성공했어요. 그래서 우리는 민간 우주여행 시대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물론 아직은 초기 단계여서 이따금 사고가 발생하고 있지만, 우주선의 소형화와 민영화는 비용과 효율적인 측면에서 거스를 수 없는 시대의 흐름이에요.


우주 산업의 민영화는 우주에 진출할 기회가 그만큼 많아진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46년 전의 어린이들은 아폴로 11호의 달 착륙을 보면서 ‘우주를 개발해서 우리가 누릴 수 있는 혜택’을 주로 떠올렸지만, 지금의 어린이들은 ‘자신이 직접 우주로 나가서 신천지를 개척하는 꿈’을 가지게 되었지요. 그리고 비약적인 기술 발전으로 어린이들의 꿈은 수십 년 안에 실현될 것입니다.


『달에 가고 싶어요 - 사다리부터 로켓까지 달에 가는 36가지 방법』은 우주를 동경하는 어린이들에게 구체적인 정보와 꿈을 주는 그림책입니다. 달을 향한 단순한 호기심에서 출발하여 어린이의 눈높이로 상상해 낸 달에 가는 방법, 새턴 5호 로켓(아폴로 11호)의 구체적인 구조와 원리, 그리고 태양범선과 우주 엘리베이터, 진공 튜브 기차와 같은 미래의 우주여행 수단 등 우주 관련 기술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한눈에 볼 수 있습니다. 게다가 이 책에 소개된 내용은 달에 국한하지 않고 다른 천체에 사람이 갈 때도 유용한 기술입니다. 우주를 향한 어린이들의 꿈에 탄탄한 지식을 더하는 유용한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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