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아/어린이/가정/실용 주목 신간 작성 후 본 글에 먼댓글 남겨 주세요.
와, 한 것도 없는데 시간은 왜 이리 빨리 가는지...!
큰 행사를 하나 끝내고 며칠 넋놓고 있다 보니 어느새 11월 하고도 4일이다...
주목 신간 페이퍼 쓰는 날짜는 왜 이리 빨리 다가온단 말이냐.
2011년 3월 11일. 동일본 대지진이 일어났고, 후쿠시마에서는 원전 사고가 발생했다. 이날 이후로 일본 사회도, 바다도, 그리고 동아시아도 알게 모르게 바뀌고 동요하고 있지만, 원전 사고에 대해 워낙 일본 내부의 '금기'가 작동하고 있어서인지 드러내놓고 무언가를 이야기하고 토론하지는 못하고 있는 것 같다.
<높은 곳으로 달려!>는 쓰나미를 뚫고 살아남은 가마이시 아이들의 이야기이다. 표지의 빨간 모자 쓴 아이는 눈에 눈물을 그렁그렁 매단 채로 뛰고 있다. 겁에 질린 소녀의 얼굴, 자꾸만 뒤를 돌아보는 아버지의 얼굴... 모든 것이 눈물겹다.
나는 이 책을 먼저 사서 읽어 보았다. 씩씩하고 즐거운 그림으로만 기억하는 화가 이토 히데오 아저씨가 이렇게 슬픔이 뚝뚝 묻어나는 그림들을 그려내었네... 그림도 좋지만, 이 그림책의 글 한 문장 한 문장이 예사롭지 않다. 글작가 사시다 가즈는 한신 대지진의 피해를 다룬 책도 썼고, 히로시마의 아픔을 다룬 책도 썼다고 한다. 그리고 이 책의 배경이 된 가마이시 시에 살던 친척이 피해를 입은 것을 계기로 그곳에 가게 되었고, 현재도 복구를 도우며 취재를 계속하고 있다고...
"하지만 바다가 잘못한 게 아니란다. 자연은 원래 그런 거야.
지금까지 우리가 먹고 살게 해주었으니 고마운 바다이기도 해."
"인간은 바다의 은혜를 입기만 할 뿐, 바다와 사귀는 방법을 잊고 있었는지도 몰라.
그걸 너희들이 가르쳐 주었어.
살아만 있으면, 앞으로 어떻게든 할 수 있는 법이란다."
쉬운 말인 것 같지만, 이런 말은 정말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슬픔과 절망의 깊은 곳에서 끌어낸 이런 말들이 참 고맙다.
<바늘땀 세계 여행>. 바느질로 한 땀 한 땀 만든 책이다. 15개 나라의 국기와 대표 이미지를 양모 펠트와 패브릭, 색실, 단추, 레이스, 비즈, 스팽글 같은 재료로 꾸몄다고. 선명한 사진이나 일러스트레이션은 아니지만, 작가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충분히 와닿을 것 같다.
나태주 시인은 ‘이름을 알면 이웃이 되고, 색깔을 알면 친구가 된다’ 했다고 한다. 다른 문화에 대해 새로운 지식을 알려주려고 하기보다는 그 나라 고유의 '느낌'을 공유할 수 있도록 해줄 것 같아 한번 보고 싶은 책이다.
<2천만원으로 시골집 한 채 샀습니다>. 참으로 단도직입적인 제목일세.
요즘 출판 트렌드 중의 하나는 직접 집 짓기, 시골집, 리모델링... 같은 건데, 베이비붐 세대 혹은 그 이후의 세대가 자기 자산을 남길 수 있는 유일한 길이기 때문일 것이라는 분석을 어디선가 잠깐 본 것 같다. (더이상은 아파트를 통한 자산 증식이 가능하지 않으니까...)
어쨌거나 인테리어 디자이너가 충남 서천에 시골집을 마련하고 개조한 전 과정이 담겨 있는 책이라니, 제주에 와서 앞으로 어느 동네에서 어떻게 살아볼까 고민하는 나에게도 유용한 정보일 것 같다.
아, 제주도는 지금 집값 땅값이 장난 아님. 이 책에 나오는 것 같은 시골집은 5년쯤 전만 해도 4, 5천만원이면 매입이 가능했으나 지금은 어림도 없다. 물건도 없고, 나온다고 해도 9천만원 선에서 막 거래가 돼 ;;
지금 제주에는 시골집을 개조한 게스트하우스와 카페들이 IMF 이후 서울에 치킨집이 생기듯 솟아나고 있다. 협재해수욕장 근처 일주도로에는 진짜 과장 아니고 세 집 건너 한 집이 카페와 음식점... 앞으로 3년쯤 뒤에 어떻게들 되려는지 좀 걱정이다.
아나운서 위서현의 <뜨거운 위로 한 그릇>. 블로거, 연예인에 이어 아나운서들이 책의 저자가 되는 일이 워낙 많아서 '그렇고 그런 책이 아닌가' 싶기도 하지만, 아주 가볍게만 쓴 책은 아닌 것 같다. (두께가 얇은 책인 건 맞음. 게다가 양장본...)
"다만 문장만을 섭생했을 뿐인데 뱃속이 따뜻해진다."는 김소연 시인의 추천사가 보인다. 한번 맛보고 싶어진다.
'떠먹는 피자'라는 게 인기가 있다고 했을 때, 나는 기겁을 했다. 아니, 쭉쭉 늘어나는 치즈가 그렇게 잔뜩 먹고 싶으면 걍 션하게 모짜렐라 치즈를 녹여서 퍼먹지 그러나. 토핑을 잔뜩 얹어 준다고 그게 자랑은 아닌데...
소스가 흥건해서 마치 국밥같아 보이는 한국식(?) 파스타도 참 괴상하다. 우리가 '까르보노라'라고 알고 있는 파스타는 그냥 '크림 파스타'이고, 원래 까르보나라는 계란과 치즈에 파스타를 살짜꿍 비벼 먹는 건데... 오리지날 까르보나라를 내놓으면 이게 뭐냐고 하겠지... 끙...
이 책은 우리가 흔히 외식으로 먹고 있는 서양 음식에 관한 지식과 교양을, 외식 코스의 시작인 빵에서부터 마지막 코스인 칵테일까지 아울러 한 권의 책으로 담았다고 한다. 자, 제대로 알고 먹어봅시다. 정체불명의 음식들이 '정통'이라고 판치는 거, 그건 정말 아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