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주 꽃 핀 건 자주 감자,
파 보마 마나 자주 감자.
하얀 꽃 핀 건 하얀 감자,
파 보마 마나 하얀 감자.
권태응 동시 <감자꽃>
퇴근길, 합정역 버스정류장에는 할머니 두 분이 채소 좌판을 벌여놓고 계신데
어제는 유독 눈에 띄는 것이 있었다.
바구니에 담긴 자주 감자!
아, 저게 바로 자주꽃이 핀다는 자주 감자!
쉽게 찾을 수 있는 게 아니어서 물끄러미 바라다보다 한 바구니 샀다.
한 바구니 2천원.

두 알을 물에 씻어보았더니, 붉은 빛이 선명하게 드러난다.
몇 알을 쪄보았더니, 파근파근, 반짝반짝 분이 나는 참 맛난 감자다.

여름엔 맛있는 채소가 많이 난다. 이제 곧, 부추 많이 썰어넣고 오이소박이도 담가야지. 다음주엔 생협에 예약주문 해놓은 황매실이 올 것이다. 한해 먹을 매실청도 담가놓아야지. 매실청을 걸러내고 나면 소주를 부어 매실주를 만들어놓을 거다. 마시기도 하고, 목욕할 때 한 컵씩 욕조에 넣고 피부도 가꿔봐야겠다.
요새는 뉴스를 보다 보면, 분하다 분하다 못해 슬픔이 핏속에 독으로 쌓인다.
좋은 걸 먹고 좋은 생각을 하려 애쓴다 해도, 자꾸만 맹독으로 쌓이는 분노와 허탈함과 슬픔을 어째야 좋을지 모르겠다. 이 거대한 슬픔의 독을 건드린다면, 이 정권은 무사하지 못할 것이다. 두고 보자. 나는 독을 품고서 끝까지 잘 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