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주 꽃 핀 건 자주 감자,

  파 보마 마나 자주 감자.

  하얀 꽃 핀 건 하얀 감자,

  파 보마 마나 하얀 감자.  

 

  권태응 동시 <감자꽃>

 

 

 

 

 

퇴근길, 합정역 버스정류장에는 할머니 두 분이 채소 좌판을 벌여놓고 계신데

어제는 유독 눈에 띄는 것이 있었다.

바구니에 담긴 자주 감자!

 

아, 저게 바로 자주꽃이 핀다는 자주 감자!

쉽게 찾을 수 있는 게 아니어서 물끄러미 바라다보다 한 바구니 샀다.

한 바구니 2천원.


두 알을 물에 씻어보았더니, 붉은 빛이 선명하게 드러난다.

몇 알을 쪄보았더니, 파근파근, 반짝반짝 분이 나는 참 맛난 감자다.


여름엔 맛있는 채소가 많이 난다. 이제 곧, 부추 많이 썰어넣고 오이소박이도 담가야지. 다음주엔 생협에 예약주문 해놓은 황매실이 올 것이다. 한해 먹을 매실청도 담가놓아야지. 매실청을 걸러내고 나면 소주를 부어 매실주를 만들어놓을 거다. 마시기도 하고, 목욕할 때 한 컵씩 욕조에 넣고 피부도 가꿔봐야겠다.

 

요새는 뉴스를 보다 보면, 분하다 분하다 못해 슬픔이 핏속에 독으로 쌓인다.

좋은 걸 먹고 좋은 생각을 하려 애쓴다 해도, 자꾸만 맹독으로 쌓이는 분노와 허탈함과 슬픔을 어째야 좋을지 모르겠다. 이 거대한 슬픔의 독을 건드린다면, 이 정권은 무사하지 못할 것이다. 두고 보자. 나는 독을 품고서 끝까지 잘 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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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니 2009-06-16 13: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합정역이 퇴근길이군요! 괜히 반갑. :) 제가 그 근처 살거든요.

또치 2009-06-16 15:53   좋아요 0 | URL
오잉~ 알라딘 주민 가운데 이 동네에 근거지를 두신 분들이 여럿 되나봐요!
우앙, 새삼 반갑습니다, 치니님!

웽스북스 2009-06-17 16:11   좋아요 0 | URL
저 있죠, 괜히, 또치님 아이디 보면서
치니님이랑 연결해서
또치냐? 치니? 막 이런 농담 속으로 하면서 웃고있었는데 ㅋㅋ
여기 두분의 대화가 있군요 ㅋㅋ

또치 2009-06-17 20:48   좋아요 0 | URL
하하, 웬디양님. "또치냐?" "치니?" 속으로 따라해보니까 넘 웃겨요 ㅋㅋㅋ

웽스북스 2009-06-18 01:04   좋아요 0 | URL
저 게다가
사실 저 제목 보고는

머리를 '자주 감자' 는 아니겠지, 했었어요

(아아아, 앞에꺼까지만 했었어야 재밌었을걸 알면서도
극구 이 얘기까지 하고 가는 저를 어쩌면 좋아요 ㄷㄷ)

또치 2009-06-18 01:55   좋아요 0 | URL
아악! 웬디양님... 이런 분이셨군요!!

웽스북스 2009-06-18 15:17   좋아요 0 | URL
헤헤헤헤 (머쓱 ㅋ)

2009-06-16 14: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6-16 15:52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