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쎈연필 > [퍼온글] 삼청동
삼청동의 '공리' 이야기를 쓰다보니
내가 사랑하는 삼청동의 너무 많은 곳들이 아우성이다. 왜 우리는 기억해주지 않느냐구..ㅋㅋㅋ
삼청동 수제비...사실, 가본지 오래됐다. 한 시절을 풍미했으나, 이제는 발길이 가지 않는다. 허름한 수제비집의 정서가 지금의 새 식당에서는 느껴지지 않는 탓이라 주장한다. 깔끔하게 고쳤으나, 싸구려 밥집의 느낌만 풍긴다. 그때 그 낡고 비좁은 식당의 푸근한 맛이 사라졌다. 더구나 프랜차이즈 영업을 하면서, 회사 옆에도 '삼청동 수제비'라는 집이 생겼었다. 최근 문닫았지만, 삼청동에 가야만 맛볼 수 있던 그 매콤한 고추 양념장이나, 감자와 조개 맛은 이제 흔해졌다.
눈나무집....사실, 삼청동에서 가장 좋아하는 집이다. 도저히 국물맛을 따라갈 수 없는 김치말이 국수, 좀더 달착지근한 김치말이밥, 정말 푸짐해서 뿌듯한 왕만두, 그리고 적은 양이라 더 맛있는 떡갈비..ㅋㅋ, 그때 그 시절 맛이 나는 김치볶음밥....난 이집 음식들이 너무 좋다. 다만, 서비스정신이라고는 거의 없는 게 흠. 또한 조금만 늦어도 한참 줄 서서 기다려야 하는게 흠이었다.....근데, 이집도 너무 잘되어, 옆에 빌딩 한채 올렸다고 들었다. 쥔장에 형제가 똑같은 메뉴로 차려서, 이젠 기다릴 필요는 없다는데, 수제비집처럼 그 비좁은 맛은 없어졌다고 하네...^^:;
청수장....홍합밥. 워낙 유명해서 벼르고 먹었더니 그냥 큰 감동이 없었다. 그런데, 이 허름한 식당 뒷편에 별채가 있었고, 어느날 저녁에 '여학생 모임'이라는 여자들끼리 모여서 수다떨면서 홍합밥 정식을 먹었는데....정말 유쾌하고 신나는 밥상. 각종 야채무침과 나물류, 정갈하게 나온다. 갑도 1만원대던가, 그다지 비싸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라마마.....지난해 여름에 삘 꽂혀서 부지런히 드나들었던 밥집. 퓨전 일식 종류인데, 솥밥이 꽤 괜찮다. 명란과 감자, 계란 등을 이용한 애피타이저 류도 꽤 괜찮다. 양이 적은게 흠. 값이 그다지 안 비싼게 장점. 그냥 방에서 도란도란 먹기에 즐거웠다.
더 레스토랑.....삼청동 초입에 국제갤러리 하얀건물 2-3층. 이미 유명한 집. 음식은 그럭저럭 수준급. 이집의 최고 미덕은 전망이다. 은행나무가 노란 잎을 한껏 자랑하는 계절에...경복궁 담자락을 맘껏 감상할 수 있다. 럭셔리 분위기 좋아한다면, 괜찮다.
쿠얼라이.....'공리'가 제대로 갖춘 럭셔리한 중국 레스토랑이라면, 이집은 좀 소박하다. 가격이나 음식은 소박하지 않은데, 규모가 아담한 것이 또 다른 감칠맛이 있다.
콩두....이집, 첨엔 무지 좋아했지. 우아해, 신기해, 콩과 두부로 만든 여러가지 맛있는 것들...게다가 촛불 계단 따라 아래로 내려가면, 와인 마시기에도 분위기 좋았다....그런데 요즘은 안간다. 일단 넘 비싸기도 하구..암튼.
산에나물....콩두 2층인가 3층이던가에 있다. 깔끔한 산채정식이 괜찮다. 맛깔난 산채나물 즐겁게 즐기고, 웰빙 느낌 팍팍 받을 수 있다. 조용한 분위기, 햇살 좋은 날 창가 자리에 앉아 조곤조곤 수다떨기 좋다.
성너머집....삼청동에서 눈나무집 지나서 우회전...감사원 길로 따라가다가 계속 굽이굽이 가면 5분도 안돼 성균관대 후문쪽에 도달한다. 요즘은 길 싹 고쳤는데, 옛날엔 성벽 남은 흔적 너머로, 그야말로 성너머 가면...허름한 밥집이 있다. 닭도리탕, 삼계탕이 주종. 쥔장의 부친 정도로 보이는 할아버지는 귀가 잘 안들려서 서비스가 잘 안된다. 그래도 야외 평상에 자리잡으면 파란 하늘과 푸른 산자락을 맘껏 감상할 수 있다. 배불리 먹고, 몇미터 올라가면....그야말로 '산속의 배드민턴장'이 나온다. 몇년전 우리 부서 회식 코스였다. 물론 배드민턴까지.
라면땡기는날.....아트선재센터 입구 부근. 워낙 맛있다고 해서 달려갔는데, 매운 해물짬뽕라면 먹고 속쓰려 죽는줄 알았다. 담엔 꼭 '미소라면' 먹어볼테다.
달.....아트선재센터의 인도식당. 음식맛은 '강가'와 비교해서 뭐가 나은지 모르겠다. 여기도 가본지 오래됐군...분위기는 달보다 훨씬 그럴싸했는데..
예전엔 허름한 '골목집'이던가, 싸고 맛있고 푸짐하고 근사한 갈비찜 하는 집도 있었는데, 없어진거 같다. 중국집도 유행인지 '청'이라는 곳도 괜찮다는데 안가봤다. '용수산'은 갈 일 없고, 만두전골 잘하는 집 하나 있는데...예전에 카드결제때문인가, 암튼 뭣땜시 같이간 누군가가 싸운뒤에는 안간다. 삼청동 입구 진선북카페는 기대보다 별로였는데, 요즘 어떤가 모르겠다. 역시 가본지 몇년됐군....'뺑앤빵', '수와레'같은 파스타집은 별로 가고프지 않아서 안갔다. 아참, '서울에서 두번째로 잘하는 집'이던가, 단팥죽과 각종 우리차 하는집....가면 왠지 즐겁다....아, '클레'던가 지하 술집....음악 좋구, 맥주 마실만한 숨어있는 재미난 집으로 기억된다...'파송'이란 와인바에는 낮에 가서 재미를 못봤다..ㅋㅋ
보너스......루시드 폴의 '삼청동'
난 낯설은 의자에 앉아서
난 낯설은 거리를 보면서
난 낯설은 소식을 듣고서
난 낯설은 생각을 하면서
난 낯설은 바람이 지나가버린 곳에서는 조금도 편하지는 않았어
아직도 널 그대가 보내준 말 소식듣고 싶어
이런 내 맘 아는지
때론 쉴 곳을 잃어가도
때론 넘어질 듯이 지쳐가도
아무 말 없이 걸어가니
그대 있는 곳으로 내가 있던 곳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