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다, 재미없다는 자네의 척도에 따라서는 다르지만, 애초에 이 세상에 재미없는 책 같은 건 없어. 어떤 책이든 재미있는 법이지. 따라서 읽은 적이 없는 책은 대체로 재미있지만, 한 번 읽은 책은 그것보다 재미있어 하는 데에 좀더 수고가 든다, 그저 그뿐일세." -14쪽
"원래 이 세상에는 있어야 할 것만 존재하고, 일어나야 할 일만 일어나는 거야. 우리들이 알고 있는 아주 작은 상식이니 경험이니 하는 것의 범주에서 우주의 모든 것을 이해했다고 착각하고 있기 때문에, 조금만 상식에 벗어난 일이나 경험한 적이 없는 사건을 만나면 모두 입을 모아 저것 참 이상하다는 둥, 그것 참 기이하다는 둥 하면서 법석을 떨게 되는 것이지. 자신들의 내력도 성립 과정도 생각한 적 없는 사람들이, 세상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나?" -23쪽
"생물은 아이를 낳기 위해 사는 셈이로군. 그리고 그 아이도 아이를 낳기 위해 태어난 것이고. 하지만 그렇다면 씨를 보존하는 것 자체에 의미가 있고, 살아 있는 것 자체에는 의미가 없다는 뜻이 되네. 생물이란 대체 뭔가?" "아무것도 아니야. 의미 따윈 없네. 그런 거야. 아니 - 그런 것이었네 -."
-332쪽
"하라사와, 나는 지난 전쟁은 옳은 싸움이라고 믿던 사람 중 하나일세. 패전을 알리는 천황의 방송을 들었을 때는 뭐가 뭔지 알 수 없었지. 하지만 지금 머리를 식히고 생각해 보면 역시 그 때는 이상했던 것 같아. 지금의 이 민주주의 세상이 옳다고 생각하네. 그렇게 보면, 정의라는 것은 정체를 알 수 없는 괴물 같은 게 아니겠는가? 이기면 관군이라는 말처럼, 강한 자가 어느 세상에서나 정의인 법일세. 그러니 -." -400쪽
"일상과 비일상은 연속되어 있어. 분명히 일상에서 비일상을 들여다보면 무섭게 생각되고, 반대로 비일상에서 일상을 들여다보면 바보처럼 생각되기도 하지. 하지만 그것은 별개의 것이 아닐세. 같은 것이야. 세상은 늘, 무슨 일이 있든 변함없이 운행되고 있네. 개인의 뇌가 자신의 형편에 맞추어 일상이다, 비일상이다 하고 선을 긋고 있는 것에 지나지 않아. 언제 무슨 일이 일어나도 당연하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아도 당연한 걸세. 되어야 하는 대로 되고 있을 뿐이야. 이 세상에 이상한 일 따윈 아무것도 없어.-624- 62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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