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박한 삶
레기네 슈나이더 지음, 조원규 옮김 / 여성신문사 / 200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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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소박한 삶'은 '오래된 미래'나 스콧니어링, 헬렌 니어링 부부의 '조화로운 삶'등에서 보이는 것과 같이 현대 자본주의 사회의 폐단을 적절히 짚어내면서 소유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제시한다. 독일사람들의 인터뷰나 수기를 엮어 만든 이책은 그래서 더욱 생생한 삶의 단편들을 제시하고, 그것을 통해 소유라는 것이 얼마나 상대적이고 공허한 개념인지를 풍성하게 증명해내고 있다.

소유라는 개념, 혹은 소비라는 개념은 자본주의의 태동과 함께 가장 권장되는 미덕일 수 밖에 없었다. 소비가 있어야 생산이 있고 이를 통해 발전의 역사를 일궈내어 온것이 사실이었다. 하지만 근래들어 이러한 소비에 대한 여러 새로운 인식들이 불궈져 나오고 -실지로 이러한 변화들은 '소유의 종말'등을 통해 계속해서 제기되고 있다- 그것은 새롭게 소박함의 미덕을 사람들에게 내세워가게 된다.

소유는 또 다른 소유를 불러들인다. 소유가 필요에 의한 최소한의 욕구가 아니라, 소유라는 행위자체가 즐거움이 되고, 유희가 되고 있는 것이 오늘의 현실이다. 문제는 우리가 끌려다니고 있다는 것이다. 이 끊임없는 순환고리속에서 헤어나오는 방법은 근본적으로 소유가 주는 즐거움에 대한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더이상 소유 자체가 기쁨이 될 수 없음을 간파해내야 하는 것이다.

물론, 인생에서 정말 중요하고 본질적인 것들은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이라는 것은 누구나가 인지하고 있는 사실이다. 하지만 그 당연한 사실 앞에서도 쉽게 뿌리칠 수 없는 것이 소유에의 유혹이다. 책에서도 말하고 있듯이, 현대사회에서 돈이란 곧 '자유'이기 때문이다. 그것을 극복한다는 것은 언제나 삶의 중심을 소유에 대한 끝없는 욕구에 의해서가 아니라, 창조적이고, 건설적인 아이디어와 열정에 의해 이끌어 가야 한다는 것이다. 높은 삶의 질은 오히려 내적인 평온과 여유로움, 그리고 사람들과의 시간속에서 우러나오는 것이다. '리나'나 '바바라'의 수기는 그런 점에서 가슴에 와 닿는다.

그런데 이책은 여기서 한 걸음 더나아가 근본적인 물음을 던진다. 정말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이 책은 여기서 빛을 발한다. 단순히 소비의 절제를 말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궁극적으로 가져가야 할 삶의 자세나 도덕적인 태도에 대한 너무나도 현실적인 증언말이다. 과연 소박하다는 것은 단지 소비를 줄이고 궁색해지는 걸까? 소박함이란 더이상 돈을 적게 쓰는 것이 아니다. 부자들에게 있어 소박함이란 조금도 어려온 일이 아니다. 그 소박함으로 오히려 지갑이 두툼해질 뿐이다. 이미 100억을 소유한 사람이 하루에 1000원씩만 쓴다고 100억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새로운 소박함'이란 우선 가진 것을 내놓고 남과 나누는 행위를 이른다. 진정으로 소박하다는 것은 돈을 많이 쓰고 적게 쓰고에 좌우되는 것이 아니라, 정말 내가 필요한 것만 갖고, 나머지 것들을 혹은 가지고 있는 것들을 주변과 나누는 행위가 덧붙여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을 저자는 '새로운 소박함'이라 칭하고 있는 것이다.

세상에 온전한 자기 것이 어디있을까? '제가 만약 가나에서 전축 한 대를 샀다면, 그것은 결코 저 혼자만의 것이 아닙니다. 다른 모든 사람과 나누어 써야 했을 겁니다. 하지만 여기 독일에서 전축을 사면 그건 오직 저만의 물건입니다. 제가 기뻐하게 될 지 그렇지 않을지 도무지 알 수가 없군요.' 레기말드의 이 말은 과연 진정한 소박함이란 무엇인지를 생각하게 한다. 아리스토텔레스도 그러지 않았는가? '진정한 부는 소유 그 자체가 아니라 이로움이 나타나도록 하는 것이다.'라고.

주어지는 행복은 없다! 행복은 언제나 자신의 두 손과 땀과 열정과 정성들로 만들어가는 것이고, 그 몫은 언제나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무게만큼이면 충분한 것이다. 오늘의 그 행복과 그 행복의 나눔을 이책은 말해주고 있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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