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채꾼 우시지마 9
마나베 쇼헤이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07년 12월
평점 :
품절


사채꾼 우시지마를 지금까지 보면서 많이 괴로웠다.
빚쟁이와 사채꾼이라는 특이한 소재에 잔인하리만치 차가운 작가의 시선.
빚이라고 하면 그저 집에 차압딱지 붙이고 조폭비슷한 사람들이 왔다갔다 하는 광경만 떠올렸었다. 그러다가 온갖 파멸을 세밀하게 그린 이 만화를 보고서는 충격을 많이 받았다.
처음에는 아무렇지 않게, 에이 설마 뭔 일 나겠어, 이 정도야, 하면서 시작한 사람들이 지옥에 떨어진다.
9권은 읽을까말까 솔직히 갈등했다. 작가가 그려내는 지옥이 과연 어디까지 갈 것인지 두려웠다.
그리고 계속 그런 막막하고 대책없는 절망만 느껴서 어쩌라는 것인지도 의문이고.

그런데 이게 웬일? 작가는 9권에서 희망을 이야기한다.
부모와 세상과 환경만을 원망하며 자신까지도 방기한 주인공에게 드디어 천국이 찾아온다.
아니, 자신이 지옥 구석에서 혼자 빛을 만들어냈다.
담담하게 그렸지만 최근 읽은 그 어떤 책보다도 삶을 대하는 태도에 대해 생각하게 한 만화.
어쩌면 이런 이야기를 하기 위해 작가는 이 만화를 그린 것일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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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롬이 2008-01-06 11: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지막에 대 반전이 일어나는 군요 !
주인공에게 도대체 어떤 마음의 변화가 일어났길래
절망의 바닥을 차고 다시 올라오게 되었는지 사뭇 궁금하네요

도넛공주 2008-01-06 13:06   좋아요 0 | URL
새롬님,역시 바닥까지 내려가야 올라가더라구요.그 전엔 정신 못차리는 주인공!

비로그인 2008-01-06 14: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역시 인간을 움직이게 하는 것은 희망이더군요.^^

도넛공주 2008-01-06 21:51   좋아요 0 | URL
그리고 움직일수록 희망은 커지더군요.

비로그인 2008-01-07 10:28   좋아요 0 | URL
정말요? 오호.....(웃음)
 
술, 전쟁 같은 사랑의 기록
캐롤라인 냅 지음, 고정아 옮김 / 나무처럼(알펍) / 2003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정말 얼마만인지 모르겠다. 별 다섯개를 망설임없이 준 책이라니.
술을 한 방울도 못 마시는(안 마시는)사람이지만, 술 중독자들에게 당한 일들은 책으로 쓰고도 남을만큼 많이 있다.
이 책은 십대 때부터 술에 빠져서 알콜중독 말기까지 가버렸던 한 여자의 알콜중독에 관한 회고다.
제목에서 언뜻 보이듯이 저자는 술을 '사랑'했다. 무척이나 청아하고 담담하게, 지난 첫사랑을 적어놓듯이 쓴 알콜중독 수기다.
별 기대않고 들추었던 책이어서인지 다 읽고 나서 넋이 좀 나가있었다.
읽는 중간에는 가슴이 뛰기까지 했다. 글때문에 저자까지 궁금해지는 경우는 별로 없었는데, 완전히 빠져버렸달까. 수려한 번역까지 어우러져 멋진 책이 나왔다.
이해하고 싶지 않았던 중독자들을 조금이나마 이해하게 되긴 하지만, 결코 교훈을 내세우지도, 자기 연민에 치우치지 않으면서도 많은 걸 알려주는 책이다.
감히 말하자면, 가슴에 상처를 품고 어떻게든 잊어보려 엄한 짓을 해본 이들이라면 모두 좋아할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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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7-12-27 01: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나는 어제에 이어 오늘도 가볍게 맥주 한잔 하면서 서재놀이를...( -_-)
중독은 아니지만 좋아한다죠. 다만, 달라진 것이라면, 전에는 시끌벅벅 사람들과 떠들며
마시기를 좋아했는데, 요즘은...혼자 조용히 마시고만 싶다는..^^;
예전에 저도 알콜 중독이 된 사람을 본 적잉 있습니다. 소주에 밥을 말아 먹더군요.
괴로운 일을 잊고 잠을 자기 위해...그렇게 매일을.
그도 안쓰러웠고, 그의 노모도 가엾었죠....
술은 좋을 때 마시면 축복이지만, 고통을 달래기 위해 마시면 최고의 독약이 되죠.

좀더...내용이 보고 싶습니다. 어떤 내용일까, 이 사람의 이유는.

도넛공주 2007-12-27 09:22   좋아요 0 | URL
L-SHIN님,그 이유라는게 무척이나 심층적이더라구요.책 전체를 통해 계속 이유와 과정이 섞어나옵니다.꼭 읽어보세요.

알맹이 2007-12-27 18: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도서관에서 발견하고 호기심이 많이 갔었는데, 님 리뷰 보니 빌려다 읽어야겠네요 ^^

도넛공주 2007-12-27 19:49   좋아요 0 | URL
양아줌마님,꼭 읽어보세요.그런데 슬픈 감정도 많이 북돋네요.

새롬이 2007-12-27 23: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전에 알콜중독 환자 분께서 쓰신 수기를 읽어본적이 있어요
제 주변에 알콜중독 환자 분은 계시지 않지만,
워낙 요즘에는 무슨 무슨 '중독' 이 많길래 원인이 뭔지 궁금했거든요

유전적 요인 + 환경적 요인 + 심리적 요인 등
여러가지가 복합적으로 작용해서 '중독'을 만들어 내더군요
분명히 환자 만의 탓은 아니란걸 느꼈답니다

도넛공주 2007-12-28 04:07   좋아요 0 | URL
예 새롬님 그렇답니다.저자는 그걸 이렇게 표현하더군요.'나는 신발만 바꿔신었을 뿐 늘 똑같은 춤을 추고 있었다'고요.저자는 거식증과 알콜중독을 왔다갔다했거든요..

다락방 2007-12-31 19: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보관함에 넣어야겠군요!

도넛공주 2007-12-31 20:18   좋아요 0 | URL
예 다락방님,적극 추천합니다!
 
브레인맨, 천국을 만나다
다니엘 타멧 지음, 배도희 옮김 / 북하우스 / 2007년 8월
평점 :
절판


태어날 때부터 뭔가 문제가 있었던 아이. 정서불안에 이상행동, 산만하고 빽빽 울기만 하는 아이.
조금 커서는 자폐증 진단을 받았고, 더 커서는 자신이 게이임을 밝혔고,
당연하다면 당연하게 사회생활은 할 수 없는 채로 성인이 된 아이.
저자인 다니엘의 삶은 정말 조건만으로는 한숨이 나온다.
그런데 어찌 이 사람은 세상으로부터 사랑받는 천재가 되었을까? 어떻게 책 머리와 말미에 '가족들 모두를 사랑하고 행복하다'고 쓸 수 있었을까?
그 답은 가족의 사랑과 끝없이 세상에 부딪혀가며 해온 최선의 노력이다.
이 얼마나 진부한 문장인가. 그러나 살면서 그 둘(외부 환경과 내부 환경)을 다 갖추기란 얼마나 힘든가.
다니엘이 세상에 알려지게 된 건 물론 사회가 세워놓은 '천재'의 기준에 부합하기 때문이었다.
자폐증의 증상도 뇌기능에 따라 여럿으로 나뉘는데,어쩌면 운이 좋았던 걸 수도 있다.
그러나 그 과정 전체가 실린 이 책은 참 감동적이다. 그리고 희망을 준다.
개인적으로, 어릴 때부터 '쟤 자폐증 아니냐'는 수근거림을 많이 듣고 자랐다. 그 사람들이 자폐에 대해 알고 그랬는지는 잘 모르겠다.
그러나 이 책을 보며 머리를 치는 듯한 충격을 느꼈다.
다니엘은 공감각이라는 특유의 감각을 지니고 있다. 숫자가 소리로 느껴진다든지, 색깔이 숫자로 보인다든지 하는 복합 감각이다. 그리고 꼭 챗바퀴도는 다람쥐처럼 강박적으로 되풀이하는 행동이 있다. 자세한 것은 책에 구구절절 나온다.

하여간 이 책은, 몹시 의미깊은 책이 되었다.
내가 미친 게 아니었음을 알려주었고, 자폐증이 사실이건 어떻건 행복할 수 있다는 것 역시 알았으니까. 그리고 부엌 의자 주변을 몇십번씩 돌더라도 그건 그 나름대로 괜찮다는, 자신을 받아들이는 토닥거림으로 다가온 책이다. 이 책을 선물해주신 분에게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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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롬이 2007-12-30 08: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희망의 메세지를 던져주는 책이군요 !
'가족의 사랑' 과 '세상에 부딪혀가며 해온 최선의 노력'
두가지 다 갖추기가 얼마나 힘든가 ... 120 % 공감합니다
저의 생각으로는 '사랑'이 휘발유이고 '노력'은 달리는 자동차 에요
알게모르게 '사랑'의 힘이 사람을 살아가게하는 원동력으로 작용하더군요
본인이 털털?하게 태어나서 '사랑'을 적게받고도 잘 살아가는 사람도 없진 않지만요

참고로 말씀드리면
성장과정에서 받은 사랑이 부족했고 본인이 여린 성격을 가졌다면
'객관적인 전문가와 상담', '(좋은 정보가 담긴)책읽기', '밖에서 직접 해보기'
를 통해 자신을 단단하게 성장시킬 수 있다고 하구요



도넛공주 2007-12-30 09:27   좋아요 0 | URL
새롬님,논리적인 정리 능력이 대단하십니다.말씀하신 것 중에 '밖에서 직접 해보기' 이게 개인적으로는 가장 어려운 것 같습니다.세상 밖에 휘젓고 돌아다니고 싶어요!

새롬이 2007-12-30 14: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칭찬 받으니까 너무 기쁩니다 ^----^

도넛공주 2007-12-30 18:06   좋아요 0 | URL
별 말씀을요!
 
전부 잊었다 1
노자키 후미코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07년 11월
평점 :
절판


제목 그대로의 내용이다.
날 차고, 내 같은 과 친구와 눈이 맞아서 휘리릭 날아가버린 놈이(심지어 대학 졸업하자마자 결혼) 돌아왔다.
난 역시 널 사랑해~너랑 같이 있을 거야~나 이혼했어~~~하면서.
남자가 가버린 이후로 '사랑도 뭐도 필요없다.내겐 일 뿐' 을 외치며 열심히 살아온 주인공의 마음? 황당하다. 그러나 치명적으로 그 이후로 연애를 해보지 않았기에 평생 좋아한 남자라곤 저 놈 뿐이다. 흔들린다.
여기서 우리는 모두 찬물 한 바가지를 퍼내어 남자에게 들이부어야 마땅하겠지만, 간단치가 않다.
남자가 겨우 1년도 남지 않은 시한부 운명이기 때문. 만화에 나오는 여자의 사촌동생 생각대로 "얌전히 살다 사라질 것이지, 너무 이기적인 거 아냐?" 하고 말해야겠지만...막상 또 현실로 닥친 당사자들에겐 그렇지 않은 모양이다.
오랜만에 생각할 거리가 많은 만화를 만났다. 2권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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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7-11-20 21: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울겠죠. 울고 또 울고 또 울고.
하지만 떠날 것을 아는 것이 모르는 것보다는 낫다고 생각합니다.
적어도 떠나기 전에 무언가 해줄 기회라도 갖게 되니까.
저는 그런 기회를 가져보지 못한채 소중한 누군가를 두번이나 보냈죠.^^;

도넛공주 2007-11-20 22: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그러셨군요...근데 전 속이 좁아서 저 상황이면...상처받느니 모른척 하고 올때부터 안 받아줄 것 같습니다.
 
사화장사 1
미츠카즈 미하라 지음 / 조은세상(북두) / 2007년 7월
평점 :
절판


전문 직업을 다룬 만화가 워낙 많아졌기도 해서,
점점 특이한 직업들이 등장하는 것 같다.
아무래도 직업 자체의 특성만으로 인기가 있는 만화는 탐정, 의사, 경찰 정도가 아닐른지?
농담처럼 '이러다 장의사 만화 나오는 거 아냐' 했는데 드디어 비슷한 게 나왔다.
사화장사. 한자를 보면 알겠지만, 시체를 화장해서 관을 열었을때 살아생전 모습처럼 생기있게 보이게 하는 직업이다.
그러나 결정적으로 작품의 질이 떨어진다. 삶과 죽음의 의미에 대해서 알게 해준다! 하는 광고 카피에 혹해서 봤더니만....꽃미남 주인공의 여성편력과 연애담에 작가는 더 공을 들인듯. 그나마도 재미는 없지만. 최소한 그 직업에 대한 흥미는 팍팍 불러 일으켜야 전문 만화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하여튼 요즘 집어드는 책 중 실패한 선택이 많아 의기소침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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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7-11-20 10: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군요. '전문 만화'란 그 해당 대상에 대해서 충실해야 하는것이죠.

도넛공주 2007-11-20 18: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L-SHIN님.어쩐지 직업을 갖다 붙인 느낌이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