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혜영의 뷰티 바이블 The Beauty Bible
이혜영 지음 / 살림Life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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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란 존재는 어떤 것일까? 내겐 친언니도, 친여동생도 없다. 어릴 적, 아닌 최근까지도 딸들끼리의 끈끈한 유대감을 마냥 부러워했던 적이 있었다. 여자들끼리 함께 옷이여 화장품을 공유하고, 시시콜콜한 이야기에 웃고 떠드는 모습 그 자체는 마치 동경의 세계라고 할까? 여자끼리 통하는 고민을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할 수 없었던 나름의 고충들이 물밀듯 밀려들기도 하고, 다행이 예쁜 사촌언니가 있어, 옷도 물려받고, 때론 언니가 보내준 화장품을 친구에게 연신 자랑하던 시절이 떠올랐다. 그런데, 최근 이혜영의 <패션바이블>을 만나고, 이렇게 <뷰티바이블>을 만나면서, 살짝 그런 동경의 세계로 들어선 느낌이라고 할까? 그간의 목마름을 해소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뷰티바이블The Beauty Bible! 메이크업아티스트를 꿈꾸는 사촌동생이 언젠가 찜했던 책이었다. 하지만 선물해주기로 하고서도 미루고미루고 있었다. 왠지 '뷰티, 패션'과 같은 실용서에는 반신반의하는 면이 있었다. 책의 가치를 저울질할때, 자꾸만 망설여지는 것이었다. 그런데 우연히, <이혜영의 패션바이블>을 먼저 접하면서, 수많았던 의혹들을 단숨에 날려버렸다. 패션, 미용 따위엔 적을 두고 살다시피 한다지만(분명 자유롭지도 못하면서 말이다), 책을 통해 얻은 지식은 아주 사소하나마 나의 삶을 유택하게 변화시켰다. 잡지처럼 팔랑팔랑 넘겨보다가도, 어떤 묵직함이 느껴져, 잡지와는 또다른 느낌으로 세세하고 꼼꼼하게 읽어보게 되었다. 그리곤 기쁜 마음으로 <이혜영의 뷰티 바이블>을 손에 쥐게 되었다. <패션바이블>을 통해, 모든 선입견이 와르르 무너지면서, 한결 가벼워진 마음으로~ 역시 동생에게 물려줄 <이혜영의 뷰티 바이블> 역시 어느 책보다 소중하고 값지게 느껴진다.

 

뷰티 바이블, 그 속을 세세히 살피기전까지도 나름의 편견들을 가지고 있었다. 한 권의 책 속에 얼마나 다양한 이야기를 담고 있을까? 질적인 면을 따지게 되었고, 여느 광고지처럼 무수한 고가의 상품들의 진열은 아닐까? 괜한 허영심만을 부채질하지 않을까 등등 작은 우려들은 여전하였다. 그런데 이 역시도 무지에서 비롯된 것일뿐. 정말 아는 만큼 세상은 넓어지는 것이었다.

단순히 메이크업에 대한 책으로만 생각하였다. 그런데 얼굴 뿐만이 아니라 몸에 대한 이야기, 화장 비법에서 운동법, 헤어관리법, 향수, 색상(색조화장), 다양한 룩(페전트 룩, 플라워 프린트 룩,데님, 비키니)에 맞는 메이크업, 뷰티도구, 20대와 30대에 걸맞는 뷰티법, 단아함과 정갈함이 매력인 '코리안 시크'라는 뷰티 트렌드까지 10가지로 나누고, 또다시 세세한 부분까지 나누고 나누면서, 이혜영 그녀만의 뷰티 스타일링 비법을 소개하고 있는 책이 바로 <뷰티 바이블>이다. 화려한 표지만큼 알록달록 다채로운 이야기, 여느 실용서 못지 않은 꽉찬 구성으로, 나의 궁금증들을 하나하나 낱낱이 풀어주었다. 생활 속, 몇 가지 잘못했던 부분들을 발견하는 것은 또다른 재미와 흥미를 불러일으킨다.

 

화려함 속 부단한 그녀의 노력들을 느낄 수 있었다. 정말 모든 것은 단숨에 이루어지는 것이 없다는 진리를 새삼 깨달았다. 실수를 통해서 배울 수 있는 '도전'의 미덕, 그 용기에 감탄하면서, '아름다움'에 대한 로망을 감출 수가 없었다. 오랜 경험으로 축적된 그녀의 뷰티 스타일링 비법은 은근히 '이혜영'이란 스타 이면의 '인간' 이혜영을 만나게 하였다. 그만큼 친근한 이웃집 언니처럼 세세한 설명들은 나로하여금 오랜 동경을 깨트리면서, 어떤 비밀을 전수받은 뿌듯함까지 안겨주는 착한 책 <이혜영의 뷰티 바이블>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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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중그네 오늘의 일본문학 2
오쿠다 히데오 지음, 이영미 옮김 / 은행나무 / 200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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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복절도할 유쾌한 이야기가 가득한 책, <공중그네>였다.

'오쿠다 히데오, 공중그네' 참으로 많이 접했지만, 더이상의 일본소설과의 만남이 싫어 미루고 미루었던 책, 우연히 한 상자 빌려온 책들 속에 있어, 손에 쥐었다. 읽기 전, 책상 위에 놓인 요 책을 보며, 동생이 "이거 재밌어, 도서관에서 빌려봤는데, 웃겨~ 친구들다 다들 재밌다고 해"라고 한 마디 한다. "정말?"하면서 팔랑귀가 나풀거린다. 그런데 정말 재미있다. 굉장히 흥미진진한 이야기로 맥을 못추게만든다. '이라부'의 환자들처럼 무언가 강박관념 탓에, 마냥 웃을 수가 없는 한계도 있었지만, 이내 허물어져버렸다.

 

'이라부'라는 하마 같은 몸매로 늘상 짧은 다리를 꼬는 정신과 의사, 다섯 살 어린아이의 천진난만함을 그래도 지닌 30대의 정신과 의사와 육감적인 몸매를 뽐내는 '마유미'라는 엽기 간호사의 환상의 콤비가 지하 1층의 정신과 진료실에 있다. 환자들이 처한 상황 설정 자체가 독특하고 기괴하다 여겼다. 뽀족한 것을 보면, 몸서리치는 야쿠자, 공중그네를 뛸 수 없는 곡예사, 장인의 가발을 벗기고 싶은 충동에 휩싸인 '아리부'의 대학동기 의사, 제대로 공을 던지지 못하는 3루수 야구 선수와 마지막으로 글쓰기의 어려움을 느끼는 작가 이렇게 다섯 명의 환자를 '이라부'나름의 독특한 방식으로 치료하는 과정이 유쾌하고 상큼하였다. 과연 환자들 생각처럼 '치료'를 하기는 하는 것일까? 하는 의혹 속에서도, 너무도 자연스럽게 돌파구를 찾는 과정과 매번 '비타민 주사'를 놓는 설정과 '이상하다' 생각하면서도 방어할 기력조차 사라져버리게 만드는 '이라부'만의 특별한 매력이 절묘하게 어우러졌다.

 

늘상 즐겁게 하던 일이 갑자기 머뭇거려지고 불안에 휩싸이는 것이 아주 독특하다고만 할 수 없었다. 책을 읽는 내내, 줄곧, 나의 강박관념들, 두려움들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그중에 하나는 바로, 언제부터가 뜀틀뛰기를 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도움닫기를 하고 구르고 손을 짚고 다리를 활짝 벌리고 착지하는 장면을 머리 속에 그려보지만, 뜀틀만 보면, 역시 움찔움찔 식은땀이 나기 시작하였다. 손을 짚는 순간 뜀틀이 꺼질 것처럼 불안하였다. 물론 지금은 뜀틀할 일이 없어 얼마나 다행인가! 그런데 나도 '이라부'를 만나고 싶다는 생각이 자꾸만 들었다. 호기심 가득한 반짝이는 눈, 하마같이 둥근 몸, 고민거리 하나 없는 천진난만한 얼굴을 상상하면서, 내게 어떤 치료법이 있을까? 상상하는 재미도 있었다.

 

뭐라 할 수 없이 유쾌한 책이다. 그리고 소심하게 머릿 속 공상에 젖곤 하는 나를 보면서 '행동하라'는 메시지를 강하게 전해주었다. 뒷일에 대한 우려, 체면, 예절 따위는 잊고, 일단 한 번 해보라고, 작디작은 일탈, 일상에서 조금은 벗어나 자유롭고 유쾌하고 살고 있다는 생각(아~ 생각이란 단어가 싫어진다.)이 들면서, 엉덩이가 들썩거린다. '오쿠다 히데오'의 매력에 흠뻑 빠졌다. 책장에 꽂혀 있는 <면장선거>, <남쪽으로 튀어>,<판스타 존의 수상한 휴가>가 언능 읽고 싶어진다. 다른 소설도 마찬가지다.

 

자유라는 건 분명 자기 손으로 붙잡는 것이다 (162, 장인의 가발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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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노스케 이야기 오늘의 일본문학 7
요시다 슈이치 지음, 이영미 옮김 / 은행나무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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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시다 슈이치의 새이야기가 한일 동시 출간된다는 소식을 접했다. 뭐~ 무슨 다른 생각이 필요한가! 두말하면 입 아픈, 내게 요시다 슈이치는 그렇다. 그러잖아도 올해 초, 그의 신간을 두 권이나 접했기에, 또다른 이야기가 나온다는 말에, 어리둥절하기도 하였다. 절대 일본소설을 사보지 않겠다면서, 서점 나들이시 꼭 손에 쥐었던 '요시다 슈이치'의 이야기는 그 여운이 오래남아, 결국 그의 책들을 사모으기 시작하였다. 책장의 그의 책들을 보는 것만으로 충분히 배부른 만족감을 느낀다. 그리곤 <요노스케 이야기>를 손에 쥐자마자, 잠이 비집고 들어올 틈은 하나도 없었다. 새벽이 밝아오는 것을 느끼며, 그렇게 긴 밤을 꼬박 요노스케와 함께 하였다.

 

<요노스케 이야기> 역시나 기대 이상의 이야기를 담고 있었다. 조금은 낯익은 듯(실제로, <퍼레이드>라는 요시다 슈이치의 또다른 이야기가 살짝살짝 고개를 들었다)하면서도 색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뭔가 아직 이야기가 끝나지 않은 서운함이 맴돌면서, 독특한 구성(사이사이 등장하는 주변인물들의 20년 후의 모습과 요노스케에 대한 단상들)은 정말 참신 그 자체였다. 일단 지방의 어느 작은 마을에서 나고 자란 요노스케는 대학생활을 도쿄에서 시작한다. 신입생이 되는 새학기 4월을 시작으로 대학 1년간의 이야기(4월 부터 다음 해 3월까지)을 담고 있는데, 요노스케의 이야기도 이야기지만, 중간중간 요노스케와의 인연들의 20년 후의 이야기가 등장하면서, 요노스케에 대한 궁금증만이 점점 커져만갔다. 

요노스케! 일단 어리버리한 것이 빈틈투성이인 것 같지만, 참으로 진솔하고 따뜻한 청년이었다. 붉은 티셔츠에 양말과 운동화를 손에 쥐고 달리는 책띠지(겉표지를 들처보면, 책의 본뒷표지에 더욱 크게 한 청년의 뛰는 모습을 감상할 수 있을 것이다. 가벼운 느낌과 시원한 느낌, 푸른 풀밭이 인상적으로 다가오면서, 풋풋함과 생기가 넘치는 요노스케를 상상하게 된다.)의 모습 그대로, 그렇게 싱그럽게 다가오는 요노스케의 이야기! 그 젊은 시절 1년의 이야기 속엔, 우정, 사랑, 외할머니의 죽음, 연인과의 이별, 새 생명의 탄생 등등의 삶의 단편단편들이 녹아 있었다.

 

일단 요노스케의 대학 1년을 통해, 다시 한 번 대학시절로 떠나는 타임머신의 원료를 충전했다고 할까? 함께 미래의 불안감 따윈 생각지 않고, 마냥 즐거웠던 한 시절을 생각하게 한다. 매미의 지상 위 생활처럼 짧았던, 그러나 그때의 뜨거움이 마냥 그리움으로 다가오면서, 요노스케의 이야기에 흠뻑 빠졌다. 특히 같은 과 친구 가토의 집에 여름철 기생하는 뻔뻔한 모습의 요노스케의 이야기가 왠지 모르게 정겹고, 알쏭달쏭한 쇼코와의 이야기, 그리고 지하루에 대한 환상이 어떻게 전개될지 끊임없이 호기심을 자극한다. 쇼코가 함께 찾은 여름방학, 시골 집에서의 충격적 사건(해안가 바위에서 보트피플을 만났던 이야기), 그리고 그 계기로 국제연합에서 일하게 된 쇼코의 이야기 또한 흥미롭기도 하였다. 요노스케라는 인물도 신선하였지만, 쇼코라는 인물은 주는 참신함 또한 일색이었다.

 

드문드문 등장하는 요시다 슈이치 이야기 속 우리의 이야기를 만나는 것이 독특한 매력이다. 어느 시대를 이야기하는지 별 생각없다가도 워커맨, 칼비행기 폭파사건, 보트피플 등으로 추측하게 되는 시대 상황은 이야기 속에 무리없이 다가온다. 요노스케란 인물의 청년기와 20년 후 요노스케의 주변인물들의 이야기가 조화롭게 어우려지면서, 요노스케란 인물의 뒷이야기를 추리하는 것 또한 은근한 재미를 더한다.

 

역시 요시다 슈이치! 커다란 사건이란 것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소소한 일상의 이야기 속 대학 새내기의 풋풋함, 좌충우돌 도쿄 적응기, 그리고 주변의 따뜻한 사람들로 구성된 그야말록 걸작 청춘소설 <요노스케 이야기>였다. 그 인물들간 서로서로 주고받던 자그마한 인연들 속에 끼어, 그 생경함과 무뚝뚝함 속에서도 잔잔한 인간애까지, 또한 !굵직했던 실제 사건사고들을 연상시키면서 현실감을 더하고 있어, 뭉클한 감동까지 전하는, 더없이 즐거웠던 요노스케와의 만남이었다. 지난 밤을 맑고 투명하게 비추었던 요노스케! 누구라도 그의 매력에 흠뻑 빠지게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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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어를 금하노라>를 읽고 리뷰해 주세요.
고등어를 금하노라 - 자유로운 가족을 꿈꾸는 이들에게 외치다
임혜지 지음 / 푸른숲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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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선택하는 기준은 여러가지이다. 때론 제목에 혹하기도 하고, 표지의 강렬함에 책을 펼쳐보기도 한다. 하지만 <고등어를 금하노라>는 두 경우 모두에 해당하지 않았다. 컴퓨터 상에서만 만날 때, 어떤 호기심도 일지 않았다. 제목이 뭐가 이런가? 하는 생각이 먼저 들었고, 그렇게 지나치려 했다. 정말로, 그렇게 지나쳤다면, 이크! 크게 낭패아닌가!. 지금은 이 책에 담긴 내용들 하나하나가 모두 소중하고, 값지다는 것을 잘 알기에, 주변 친구들과 나눠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나는 고등어를 좋아하지 않는다. 그것도 최근 몇 년간의 경험으로 좋지 않은 기억(속이 거북하고 소화기능이 고장나는 등등)을 갖고 있기에, '고등어'가 주는 선입견 때문에라도, 나는 선뜻 이 책에 마음을 주지 못했다. 그런데, 직접 눈으로 책을 보고, 손에 드는 순간, 정신이 아찔할 정도로 흥미를 불러일으켰다.

표지의 작은 글씨들(재미도 없는데 돈 때문에 일하지 않겠노라. 자동차 대신 튼튼한 두 다리로 자전거를 타겠노라. 독일에서 바다 생선이라니, 식탁에서 고등어를 금하노라. 공부도 연애도 놀이도 절대로 강요하지 않겠노라. 난방기를 켜는 대신 따뜻한 물주머니를 안고 자겠노라)을 읽고, 저자의 이력을 확인하는 순간, 입가에 잔잔한 미소가 번지는 것이, 딱 좋아라 하는 이야기가 가득하다는 것은 알 수 있었다.

 

그녀는 자유예찬자였다. 그 자유스러움이 물 흐르듯 유유히 자신의 삶의 저변에 깔려, 모든 관계 속에 타인의 자유까지 배려하며, 베품의 미덕까지 함께하고, 공존을 위한 역사 문제까지 아우르고 있어, 유쾌하면서도 묵직한 이야기가 한 가득이었다. 특히 환경을 생각하는 그녀의 마음, 그리고 작은 실천 하나하나에도 깊은 마음으로 정성을 다하는 모습을 보다보니, 방석전기요에 앉은 내 자식이 무색하게 느껴졌다. 나름대로의 작은 실천들을 한다하면서도, 때론 작은 마음에, 귀찮은 마음에 게을러지기도 했던 마음들이 부끄럽기도 하였다. 사소한 일상 속 그녀의 환경의식인 '나의 작은 행동 하나를 바꾸는 것이 바로 세상을 바꾸는 것으로 이어진다'는 사실을 나역시 되새기게 되었다. 

 

"세상은 앞에서 활약하는 주연들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뒤에서 배경을 이루는 보통 사람들에 의해 돌아간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겠다. 주연이 아님을 부끄러워하는 대신, 이 '배경'의 위력을 항상 생각하며 '좋은 배경'이 되겠다는 뜻으로 묵묵히 제자리를 지키며, 조용히 씨를 뿌리며 사는 일에 자부심을 가지기로 했다. 티끌인 나에게 태산을 움직이는 힘이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며. "(71쪽)

 

'자유로워라, 즐거워라'와 '내가 자유로운 만큼 내 아이도 자유롭게' 편에서는 끊임없이 유쾌함이 흘러넘친다면, '공존을 위한 예의'편은 가슴을 묵직하게 하는 면이 있었다. 또한 일본과 독일의 전후보상 문제를 해결하는 차이가 극명하게 드러나고, 독일의 외국인 문제 이야기를 통해 다문화사회로 들어선 우리의 모습을 보게 되었다. 그러면서, 독일이 겪는 오류를 범하게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갖게 되고, 굴러 들어온 돌과 박힌 돌의 공존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순간의 재치가 부족한 내게, 그녀의 삶의 자세는 많은 용기를 북돋워주면서, '꾸준함'의 중요성, 작은 실천에 대한 자부심 등등을 깨닫게 되는 즐겁고 유익한 시간이었다.

 

30여년간의 독일 생활 속, 가정을 이루고, 아이를 키우면서 그간의 생활들, 삶의 지침들이 담겨 있는데, 저자의 이야기가 툭툭 내뱉든 유쾌하게 그려지고 있어, 끊임없이 웃게된다. 그러고 보면, 딱히 빵빵 터지는 재밌는 이야기가 있었던 것은 아닌 것 같은데, 왜그리 재밌고, 유쾌했던 것일까? 그녀의 인생 철학 자체가 자유와 즐거움을 노래하고 있기 때문은 아닐까? 또한 소박한 삶 속에서 즐거움이 배가 되어, 스스로 만족하며 즐겁게 생활하는 모습이 생생하게 그려지고 있으니, 덩달아 신나고 즐겁지 않았을까?

 그녀의 즐겁고 유쾌한 이야기를 다른 이들과 다함께 공유하게 되길 바라는 마음이 간절한데, 왠지 모르게 부족함이 크게 느껴지는 것이 또한 속상하다. 즐거움은 나누면 배가 된다. 우리 모두 <고등어를 금하노라>의 매력에 다같이 빠져 행복을 만끽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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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행복을 꿈꾸거든 버려라
    from 날아라! 도야지 2009-11-19 14:28 
    고등어를 금하노라 카테고리 시/에세이 지은이 임혜지 (푸른숲, 2009년) 상세보기 경제력과 행복지수는 비례할까? 꼭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다. 통계청이 발간한 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명목 GDP는 IMF 집계치 기준 9,291억 달러로 세계 15위에 올랐다고 한다. 반면 영국 신경제재단이 전세계 143개국을 대상으로 발표한 행복지수(HPI)는 68위를 차지했다. 이 행복지수의 평가항목은 경제적 요인, 자립, 형평성, 건강,..
 
 
 
목숨 걸고 직언하고 가차 없이 탄핵하다 - 조선은 어떻게 부정부패를 막았을까
이성무 지음 / 청아출판사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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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부패의 역사 _ 부정부패의 뿌리, 조선을 국문하다>라는 책을 읽었다. 책을 통해, 부정부패로 얼룩진 조선을 만나는 것은 가히 실망스럽고, 언짢은 일이기도 하였다. 그러던 중, 우연히 <조선은 어떻게 부정부패를 막았을까>라는 제목의 책을 발견하였다. 그 기분 찜찜함을 말끔히 씻어 줄 것 같은 책의 발견 그 자체였다.

 

책 마지막엔 '부정부패는 정치의 본질인가'편에서 현대사회의 크나큰 부정부패를 정리하면서 '작금의 총체적 비리와 도덕적 해이는 조선시대부터 대물림된 것만이 아니라 자본주의, 시장경제, 민주주의의 부작용에서 말미암은 것이라 할 수 있다. (......) 물신주의의 팽배로 인간성이 실종되고, 도덕이 땅에 떨어지며, 경제발전의 부작용으로 환경이 오염된 것 등이 그것이다'라고 말하고 있다. 조선 사회가 부정부패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었고, 때론 부정부패의 뿌리(원흉)이란 오명을 뒤집어 쓰고 있지만, 조선은 부정부패를 척결하기 위해 다각적인 제도를 구축하고 부단한 노력들을 기울였고, <조선은 어떻게 부정부패를 막았을까>라는 책 속에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 있다. 
 

 '모든 제도는 폐단이 생기게 마련이다. 제도도 유기체처럼 생성, 성장, 소멸한다. 영원히 존속할 수 있는 완벽한 제도란 없다.(133)'
 
 
<조선은 어떻게 부정부패를 막았을까>는 크게 조선의 대간, 감찰, 암행어사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또한 우리 역사속, 감사기관의 변천사까지 정리하면서, 현대 사회의 총체적 부패와 도덕적 해이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그 대안(거시적인 방안과 단기적인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1. 대간 이야기

500년 조선 왕조를 지챙할 수 있었던 권력(왕과 관료) 균형의 핵심 그 가운데에는 절대권력을 견제하는 '대간'이란 제도가 존재하였다. 대간은 사헌부와 사간원을 지칭하는데, 관료의 부정부패를 척결하는 대관인 '사헌부'와 국왕의 독주를 간쟁하는 간관 '사간원'의 기능과 역할, 그리고 대간의 자격, 특권을 상세히 설명하고 있다. 또한 무소불위의 권한을 지닌 대간을 견제하는 기능을 갖게 된 '홍문관'과 대간, 홍문관, 이조전랑의 삼각구도를 통한 권력균형에 대해 상세히 설명하고 있다. 특히 '풍문탄핵'의 이야기가 오늘날과 비교되면서 가장 흥미로웠다.

 

2. 감찰 이야기

전체적으로 불량이 아주 적은 부분이 바로 '감찰'에 대한 이야기였다. 그런데, 그 어떤 이야기보다 흥미로웠던 것도 사실이다. 특히, '검찰과 경찰'의 이야기와 맞물리면서, 조선의 감찰 제도를 통해 오늘을 신랄하게 비판하고 있는 점이 그러했다. 사헌부의 하급관원인 감찰, 그 엄격했던 상하 지위관계과 혹독한 신참 신고식, 행대와 항명(불정영)을 소개하고 있다. 상관이 출근할 때 하관이 뜰에 내려가 영접하는 '정영'이란 의례가 있었다. 관행이면서도 마땅히 해야 할 직무중의 하나이지만, 상관이 직무를 잘못 처리한 경우나 자격에 문제가 있을 경우 불법인 '불정영'을 통해 '항명'한다는 이야기는 그 어떤 것보다 눈이 반짝이고 귀가 번쩍였다. 엄격한 기강, 철저한 상명하복을 자랑하는 오늘날의 기관과의 대조적인 상황 전개가 더욱 그러했다.

 

3. 암행어사 이야기

조선밖에 없었다는 암행어사 이야기(암행어사는 조선시대가 만들어낸 유일무이한 지방 감찰직이었다 200)는 익히 들어 알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책을 통해 만나본 암행어사 이야기는 또 색다른 것이었다. 박문수와 춘향전으로 대표되는 암행어사이지만, 책 속에는 그 선발과정과 암행어사 수행 과정을 정리하고 있다. "출도요"라고 외치면 등장하고 '마패'로 신분을 나타내는 암행어사의 일반적인 모습 속, 추첨을 통한 감찰지역 선정, 봉서, 마패, 그리고 마패와 함께 반드시 휴대해야 하는 '유척'을 소개하고 있다. 또한 암행어사 '신귀조'를 통해 암행일지로 살펴보고, 여러 암행어사 일화들도 소개하고 있다.

 

조선왕조 500년을 지탱할 수 있었던 원동력을 부정부패를 척결하기 위한 일련의 제도들로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제도의 폐단으로 인한 문제점 또한 간과할 수 없을 것이다. 허나, 그렇다 하여, 제도 자체를 매도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올바른 제도를 갖추는 일 역시 소홀히 할 수 없지만 부정부패의 척결은 역시 제도의 정비가 아니라 '원칙을 지키려는 인간의 의지'에 그 성패가 달려 있다는 말에 귀기울여본다. 다시 말하지만, <조선은 어떻게 부정부패를 막았을까>는 '대간, 감찰, 암행어사' 이야기가 핵심이다. 그렇게 옛 제도를 면밀히 분석하면서, 오늘을 뒤돌아볼 수 있는 귀중한 시간이었다. 물론, 옛 제도를 단번에 꿰뚫는 것은 어렸다. 허나, 부정부패를 극복하는 나름의 방안 제시하면서, 본 이야기의 앞뒤에 요약설명을 덧붙여, 핵심을 반복함으로써 학습효과를 높이고 있는 점 또한 유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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