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중그네 오늘의 일본문학 2
오쿠다 히데오 지음, 이영미 옮김 / 은행나무 / 200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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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복절도할 유쾌한 이야기가 가득한 책, <공중그네>였다.

'오쿠다 히데오, 공중그네' 참으로 많이 접했지만, 더이상의 일본소설과의 만남이 싫어 미루고 미루었던 책, 우연히 한 상자 빌려온 책들 속에 있어, 손에 쥐었다. 읽기 전, 책상 위에 놓인 요 책을 보며, 동생이 "이거 재밌어, 도서관에서 빌려봤는데, 웃겨~ 친구들다 다들 재밌다고 해"라고 한 마디 한다. "정말?"하면서 팔랑귀가 나풀거린다. 그런데 정말 재미있다. 굉장히 흥미진진한 이야기로 맥을 못추게만든다. '이라부'의 환자들처럼 무언가 강박관념 탓에, 마냥 웃을 수가 없는 한계도 있었지만, 이내 허물어져버렸다.

 

'이라부'라는 하마 같은 몸매로 늘상 짧은 다리를 꼬는 정신과 의사, 다섯 살 어린아이의 천진난만함을 그래도 지닌 30대의 정신과 의사와 육감적인 몸매를 뽐내는 '마유미'라는 엽기 간호사의 환상의 콤비가 지하 1층의 정신과 진료실에 있다. 환자들이 처한 상황 설정 자체가 독특하고 기괴하다 여겼다. 뽀족한 것을 보면, 몸서리치는 야쿠자, 공중그네를 뛸 수 없는 곡예사, 장인의 가발을 벗기고 싶은 충동에 휩싸인 '아리부'의 대학동기 의사, 제대로 공을 던지지 못하는 3루수 야구 선수와 마지막으로 글쓰기의 어려움을 느끼는 작가 이렇게 다섯 명의 환자를 '이라부'나름의 독특한 방식으로 치료하는 과정이 유쾌하고 상큼하였다. 과연 환자들 생각처럼 '치료'를 하기는 하는 것일까? 하는 의혹 속에서도, 너무도 자연스럽게 돌파구를 찾는 과정과 매번 '비타민 주사'를 놓는 설정과 '이상하다' 생각하면서도 방어할 기력조차 사라져버리게 만드는 '이라부'만의 특별한 매력이 절묘하게 어우러졌다.

 

늘상 즐겁게 하던 일이 갑자기 머뭇거려지고 불안에 휩싸이는 것이 아주 독특하다고만 할 수 없었다. 책을 읽는 내내, 줄곧, 나의 강박관념들, 두려움들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그중에 하나는 바로, 언제부터가 뜀틀뛰기를 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도움닫기를 하고 구르고 손을 짚고 다리를 활짝 벌리고 착지하는 장면을 머리 속에 그려보지만, 뜀틀만 보면, 역시 움찔움찔 식은땀이 나기 시작하였다. 손을 짚는 순간 뜀틀이 꺼질 것처럼 불안하였다. 물론 지금은 뜀틀할 일이 없어 얼마나 다행인가! 그런데 나도 '이라부'를 만나고 싶다는 생각이 자꾸만 들었다. 호기심 가득한 반짝이는 눈, 하마같이 둥근 몸, 고민거리 하나 없는 천진난만한 얼굴을 상상하면서, 내게 어떤 치료법이 있을까? 상상하는 재미도 있었다.

 

뭐라 할 수 없이 유쾌한 책이다. 그리고 소심하게 머릿 속 공상에 젖곤 하는 나를 보면서 '행동하라'는 메시지를 강하게 전해주었다. 뒷일에 대한 우려, 체면, 예절 따위는 잊고, 일단 한 번 해보라고, 작디작은 일탈, 일상에서 조금은 벗어나 자유롭고 유쾌하고 살고 있다는 생각(아~ 생각이란 단어가 싫어진다.)이 들면서, 엉덩이가 들썩거린다. '오쿠다 히데오'의 매력에 흠뻑 빠졌다. 책장에 꽂혀 있는 <면장선거>, <남쪽으로 튀어>,<판스타 존의 수상한 휴가>가 언능 읽고 싶어진다. 다른 소설도 마찬가지다.

 

자유라는 건 분명 자기 손으로 붙잡는 것이다 (162, 장인의 가발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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