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숨 걸고 직언하고 가차 없이 탄핵하다 - 조선은 어떻게 부정부패를 막았을까
이성무 지음 / 청아출판사 / 2009년 9월
평점 :
품절


얼마 전 <부패의 역사 _ 부정부패의 뿌리, 조선을 국문하다>라는 책을 읽었다. 책을 통해, 부정부패로 얼룩진 조선을 만나는 것은 가히 실망스럽고, 언짢은 일이기도 하였다. 그러던 중, 우연히 <조선은 어떻게 부정부패를 막았을까>라는 제목의 책을 발견하였다. 그 기분 찜찜함을 말끔히 씻어 줄 것 같은 책의 발견 그 자체였다.

 

책 마지막엔 '부정부패는 정치의 본질인가'편에서 현대사회의 크나큰 부정부패를 정리하면서 '작금의 총체적 비리와 도덕적 해이는 조선시대부터 대물림된 것만이 아니라 자본주의, 시장경제, 민주주의의 부작용에서 말미암은 것이라 할 수 있다. (......) 물신주의의 팽배로 인간성이 실종되고, 도덕이 땅에 떨어지며, 경제발전의 부작용으로 환경이 오염된 것 등이 그것이다'라고 말하고 있다. 조선 사회가 부정부패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었고, 때론 부정부패의 뿌리(원흉)이란 오명을 뒤집어 쓰고 있지만, 조선은 부정부패를 척결하기 위해 다각적인 제도를 구축하고 부단한 노력들을 기울였고, <조선은 어떻게 부정부패를 막았을까>라는 책 속에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 있다. 
 

 '모든 제도는 폐단이 생기게 마련이다. 제도도 유기체처럼 생성, 성장, 소멸한다. 영원히 존속할 수 있는 완벽한 제도란 없다.(133)'
 
 
<조선은 어떻게 부정부패를 막았을까>는 크게 조선의 대간, 감찰, 암행어사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또한 우리 역사속, 감사기관의 변천사까지 정리하면서, 현대 사회의 총체적 부패와 도덕적 해이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그 대안(거시적인 방안과 단기적인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1. 대간 이야기

500년 조선 왕조를 지챙할 수 있었던 권력(왕과 관료) 균형의 핵심 그 가운데에는 절대권력을 견제하는 '대간'이란 제도가 존재하였다. 대간은 사헌부와 사간원을 지칭하는데, 관료의 부정부패를 척결하는 대관인 '사헌부'와 국왕의 독주를 간쟁하는 간관 '사간원'의 기능과 역할, 그리고 대간의 자격, 특권을 상세히 설명하고 있다. 또한 무소불위의 권한을 지닌 대간을 견제하는 기능을 갖게 된 '홍문관'과 대간, 홍문관, 이조전랑의 삼각구도를 통한 권력균형에 대해 상세히 설명하고 있다. 특히 '풍문탄핵'의 이야기가 오늘날과 비교되면서 가장 흥미로웠다.

 

2. 감찰 이야기

전체적으로 불량이 아주 적은 부분이 바로 '감찰'에 대한 이야기였다. 그런데, 그 어떤 이야기보다 흥미로웠던 것도 사실이다. 특히, '검찰과 경찰'의 이야기와 맞물리면서, 조선의 감찰 제도를 통해 오늘을 신랄하게 비판하고 있는 점이 그러했다. 사헌부의 하급관원인 감찰, 그 엄격했던 상하 지위관계과 혹독한 신참 신고식, 행대와 항명(불정영)을 소개하고 있다. 상관이 출근할 때 하관이 뜰에 내려가 영접하는 '정영'이란 의례가 있었다. 관행이면서도 마땅히 해야 할 직무중의 하나이지만, 상관이 직무를 잘못 처리한 경우나 자격에 문제가 있을 경우 불법인 '불정영'을 통해 '항명'한다는 이야기는 그 어떤 것보다 눈이 반짝이고 귀가 번쩍였다. 엄격한 기강, 철저한 상명하복을 자랑하는 오늘날의 기관과의 대조적인 상황 전개가 더욱 그러했다.

 

3. 암행어사 이야기

조선밖에 없었다는 암행어사 이야기(암행어사는 조선시대가 만들어낸 유일무이한 지방 감찰직이었다 200)는 익히 들어 알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책을 통해 만나본 암행어사 이야기는 또 색다른 것이었다. 박문수와 춘향전으로 대표되는 암행어사이지만, 책 속에는 그 선발과정과 암행어사 수행 과정을 정리하고 있다. "출도요"라고 외치면 등장하고 '마패'로 신분을 나타내는 암행어사의 일반적인 모습 속, 추첨을 통한 감찰지역 선정, 봉서, 마패, 그리고 마패와 함께 반드시 휴대해야 하는 '유척'을 소개하고 있다. 또한 암행어사 '신귀조'를 통해 암행일지로 살펴보고, 여러 암행어사 일화들도 소개하고 있다.

 

조선왕조 500년을 지탱할 수 있었던 원동력을 부정부패를 척결하기 위한 일련의 제도들로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제도의 폐단으로 인한 문제점 또한 간과할 수 없을 것이다. 허나, 그렇다 하여, 제도 자체를 매도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올바른 제도를 갖추는 일 역시 소홀히 할 수 없지만 부정부패의 척결은 역시 제도의 정비가 아니라 '원칙을 지키려는 인간의 의지'에 그 성패가 달려 있다는 말에 귀기울여본다. 다시 말하지만, <조선은 어떻게 부정부패를 막았을까>는 '대간, 감찰, 암행어사' 이야기가 핵심이다. 그렇게 옛 제도를 면밀히 분석하면서, 오늘을 뒤돌아볼 수 있는 귀중한 시간이었다. 물론, 옛 제도를 단번에 꿰뚫는 것은 어렸다. 허나, 부정부패를 극복하는 나름의 방안 제시하면서, 본 이야기의 앞뒤에 요약설명을 덧붙여, 핵심을 반복함으로써 학습효과를 높이고 있는 점 또한 유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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