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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노스케 이야기 ㅣ 오늘의 일본문학 7
요시다 슈이치 지음, 이영미 옮김 / 은행나무 / 2009년 11월
평점 :
요시다 슈이치의 새이야기가 한일 동시 출간된다는 소식을 접했다. 뭐~ 무슨 다른 생각이 필요한가! 두말하면 입 아픈, 내게 요시다 슈이치는 그렇다. 그러잖아도 올해 초, 그의 신간을 두 권이나 접했기에, 또다른 이야기가 나온다는 말에, 어리둥절하기도 하였다. 절대 일본소설을 사보지 않겠다면서, 서점 나들이시 꼭 손에 쥐었던 '요시다 슈이치'의 이야기는 그 여운이 오래남아, 결국 그의 책들을 사모으기 시작하였다. 책장의 그의 책들을 보는 것만으로 충분히 배부른 만족감을 느낀다. 그리곤 <요노스케 이야기>를 손에 쥐자마자, 잠이 비집고 들어올 틈은 하나도 없었다. 새벽이 밝아오는 것을 느끼며, 그렇게 긴 밤을 꼬박 요노스케와 함께 하였다.
<요노스케 이야기> 역시나 기대 이상의 이야기를 담고 있었다. 조금은 낯익은 듯(실제로, <퍼레이드>라는 요시다 슈이치의 또다른 이야기가 살짝살짝 고개를 들었다)하면서도 색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뭔가 아직 이야기가 끝나지 않은 서운함이 맴돌면서, 독특한 구성(사이사이 등장하는 주변인물들의 20년 후의 모습과 요노스케에 대한 단상들)은 정말 참신 그 자체였다. 일단 지방의 어느 작은 마을에서 나고 자란 요노스케는 대학생활을 도쿄에서 시작한다. 신입생이 되는 새학기 4월을 시작으로 대학 1년간의 이야기(4월 부터 다음 해 3월까지)을 담고 있는데, 요노스케의 이야기도 이야기지만, 중간중간 요노스케와의 인연들의 20년 후의 이야기가 등장하면서, 요노스케에 대한 궁금증만이 점점 커져만갔다.
요노스케! 일단 어리버리한 것이 빈틈투성이인 것 같지만, 참으로 진솔하고 따뜻한 청년이었다. 붉은 티셔츠에 양말과 운동화를 손에 쥐고 달리는 책띠지(겉표지를 들처보면, 책의 본뒷표지에 더욱 크게 한 청년의 뛰는 모습을 감상할 수 있을 것이다. 가벼운 느낌과 시원한 느낌, 푸른 풀밭이 인상적으로 다가오면서, 풋풋함과 생기가 넘치는 요노스케를 상상하게 된다.)의 모습 그대로, 그렇게 싱그럽게 다가오는 요노스케의 이야기! 그 젊은 시절 1년의 이야기 속엔, 우정, 사랑, 외할머니의 죽음, 연인과의 이별, 새 생명의 탄생 등등의 삶의 단편단편들이 녹아 있었다.
일단 요노스케의 대학 1년을 통해, 다시 한 번 대학시절로 떠나는 타임머신의 원료를 충전했다고 할까? 함께 미래의 불안감 따윈 생각지 않고, 마냥 즐거웠던 한 시절을 생각하게 한다. 매미의 지상 위 생활처럼 짧았던, 그러나 그때의 뜨거움이 마냥 그리움으로 다가오면서, 요노스케의 이야기에 흠뻑 빠졌다. 특히 같은 과 친구 가토의 집에 여름철 기생하는 뻔뻔한 모습의 요노스케의 이야기가 왠지 모르게 정겹고, 알쏭달쏭한 쇼코와의 이야기, 그리고 지하루에 대한 환상이 어떻게 전개될지 끊임없이 호기심을 자극한다. 쇼코가 함께 찾은 여름방학, 시골 집에서의 충격적 사건(해안가 바위에서 보트피플을 만났던 이야기), 그리고 그 계기로 국제연합에서 일하게 된 쇼코의 이야기 또한 흥미롭기도 하였다. 요노스케라는 인물도 신선하였지만, 쇼코라는 인물은 주는 참신함 또한 일색이었다.
드문드문 등장하는 요시다 슈이치 이야기 속 우리의 이야기를 만나는 것이 독특한 매력이다. 어느 시대를 이야기하는지 별 생각없다가도 워커맨, 칼비행기 폭파사건, 보트피플 등으로 추측하게 되는 시대 상황은 이야기 속에 무리없이 다가온다. 요노스케란 인물의 청년기와 20년 후 요노스케의 주변인물들의 이야기가 조화롭게 어우려지면서, 요노스케란 인물의 뒷이야기를 추리하는 것 또한 은근한 재미를 더한다.
역시 요시다 슈이치! 커다란 사건이란 것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소소한 일상의 이야기 속 대학 새내기의 풋풋함, 좌충우돌 도쿄 적응기, 그리고 주변의 따뜻한 사람들로 구성된 그야말록 걸작 청춘소설 <요노스케 이야기>였다. 그 인물들간 서로서로 주고받던 자그마한 인연들 속에 끼어, 그 생경함과 무뚝뚝함 속에서도 잔잔한 인간애까지, 또한 !굵직했던 실제 사건사고들을 연상시키면서 현실감을 더하고 있어, 뭉클한 감동까지 전하는, 더없이 즐거웠던 요노스케와의 만남이었다. 지난 밤을 맑고 투명하게 비추었던 요노스케! 누구라도 그의 매력에 흠뻑 빠지게 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