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어를 금하노라>를 읽고 리뷰해 주세요.
고등어를 금하노라 - 자유로운 가족을 꿈꾸는 이들에게 외치다
임혜지 지음 / 푸른숲 / 2009년 9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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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선택하는 기준은 여러가지이다. 때론 제목에 혹하기도 하고, 표지의 강렬함에 책을 펼쳐보기도 한다. 하지만 <고등어를 금하노라>는 두 경우 모두에 해당하지 않았다. 컴퓨터 상에서만 만날 때, 어떤 호기심도 일지 않았다. 제목이 뭐가 이런가? 하는 생각이 먼저 들었고, 그렇게 지나치려 했다. 정말로, 그렇게 지나쳤다면, 이크! 크게 낭패아닌가!. 지금은 이 책에 담긴 내용들 하나하나가 모두 소중하고, 값지다는 것을 잘 알기에, 주변 친구들과 나눠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나는 고등어를 좋아하지 않는다. 그것도 최근 몇 년간의 경험으로 좋지 않은 기억(속이 거북하고 소화기능이 고장나는 등등)을 갖고 있기에, '고등어'가 주는 선입견 때문에라도, 나는 선뜻 이 책에 마음을 주지 못했다. 그런데, 직접 눈으로 책을 보고, 손에 드는 순간, 정신이 아찔할 정도로 흥미를 불러일으켰다.

표지의 작은 글씨들(재미도 없는데 돈 때문에 일하지 않겠노라. 자동차 대신 튼튼한 두 다리로 자전거를 타겠노라. 독일에서 바다 생선이라니, 식탁에서 고등어를 금하노라. 공부도 연애도 놀이도 절대로 강요하지 않겠노라. 난방기를 켜는 대신 따뜻한 물주머니를 안고 자겠노라)을 읽고, 저자의 이력을 확인하는 순간, 입가에 잔잔한 미소가 번지는 것이, 딱 좋아라 하는 이야기가 가득하다는 것은 알 수 있었다.

 

그녀는 자유예찬자였다. 그 자유스러움이 물 흐르듯 유유히 자신의 삶의 저변에 깔려, 모든 관계 속에 타인의 자유까지 배려하며, 베품의 미덕까지 함께하고, 공존을 위한 역사 문제까지 아우르고 있어, 유쾌하면서도 묵직한 이야기가 한 가득이었다. 특히 환경을 생각하는 그녀의 마음, 그리고 작은 실천 하나하나에도 깊은 마음으로 정성을 다하는 모습을 보다보니, 방석전기요에 앉은 내 자식이 무색하게 느껴졌다. 나름대로의 작은 실천들을 한다하면서도, 때론 작은 마음에, 귀찮은 마음에 게을러지기도 했던 마음들이 부끄럽기도 하였다. 사소한 일상 속 그녀의 환경의식인 '나의 작은 행동 하나를 바꾸는 것이 바로 세상을 바꾸는 것으로 이어진다'는 사실을 나역시 되새기게 되었다. 

 

"세상은 앞에서 활약하는 주연들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뒤에서 배경을 이루는 보통 사람들에 의해 돌아간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겠다. 주연이 아님을 부끄러워하는 대신, 이 '배경'의 위력을 항상 생각하며 '좋은 배경'이 되겠다는 뜻으로 묵묵히 제자리를 지키며, 조용히 씨를 뿌리며 사는 일에 자부심을 가지기로 했다. 티끌인 나에게 태산을 움직이는 힘이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며. "(71쪽)

 

'자유로워라, 즐거워라'와 '내가 자유로운 만큼 내 아이도 자유롭게' 편에서는 끊임없이 유쾌함이 흘러넘친다면, '공존을 위한 예의'편은 가슴을 묵직하게 하는 면이 있었다. 또한 일본과 독일의 전후보상 문제를 해결하는 차이가 극명하게 드러나고, 독일의 외국인 문제 이야기를 통해 다문화사회로 들어선 우리의 모습을 보게 되었다. 그러면서, 독일이 겪는 오류를 범하게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갖게 되고, 굴러 들어온 돌과 박힌 돌의 공존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순간의 재치가 부족한 내게, 그녀의 삶의 자세는 많은 용기를 북돋워주면서, '꾸준함'의 중요성, 작은 실천에 대한 자부심 등등을 깨닫게 되는 즐겁고 유익한 시간이었다.

 

30여년간의 독일 생활 속, 가정을 이루고, 아이를 키우면서 그간의 생활들, 삶의 지침들이 담겨 있는데, 저자의 이야기가 툭툭 내뱉든 유쾌하게 그려지고 있어, 끊임없이 웃게된다. 그러고 보면, 딱히 빵빵 터지는 재밌는 이야기가 있었던 것은 아닌 것 같은데, 왜그리 재밌고, 유쾌했던 것일까? 그녀의 인생 철학 자체가 자유와 즐거움을 노래하고 있기 때문은 아닐까? 또한 소박한 삶 속에서 즐거움이 배가 되어, 스스로 만족하며 즐겁게 생활하는 모습이 생생하게 그려지고 있으니, 덩달아 신나고 즐겁지 않았을까?

 그녀의 즐겁고 유쾌한 이야기를 다른 이들과 다함께 공유하게 되길 바라는 마음이 간절한데, 왠지 모르게 부족함이 크게 느껴지는 것이 또한 속상하다. 즐거움은 나누면 배가 된다. 우리 모두 <고등어를 금하노라>의 매력에 다같이 빠져 행복을 만끽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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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행복을 꿈꾸거든 버려라
    from 날아라! 도야지 2009-11-19 14:28 
    고등어를 금하노라 카테고리 시/에세이 지은이 임혜지 (푸른숲, 2009년) 상세보기 경제력과 행복지수는 비례할까? 꼭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다. 통계청이 발간한 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명목 GDP는 IMF 집계치 기준 9,291억 달러로 세계 15위에 올랐다고 한다. 반면 영국 신경제재단이 전세계 143개국을 대상으로 발표한 행복지수(HPI)는 68위를 차지했다. 이 행복지수의 평가항목은 경제적 요인, 자립, 형평성, 건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