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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뛰노는 땅에 엎드려 입 맞추다
김용택 지음, 김세현 그림 / 문학동네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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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뛰노는 땅에 엎드려 입 맞추다>란 책 소식을 일찍감치 들었다. 섬진강 김용택 선생님하면 왠지모르게 누구나가 그 넉넉함과 푸근함을 느낄 수 있으리라. 그렇게 고스란히 전해지는 따뜻한 온기가 책에서도 묻어났다. 오히려 그리움이 더해져 절절해졌다.

 

그가 추억하고 그리는 아이들, 교정의 모습은 내 기억 속 사라져버린 초등학교, 유년의 시절을 떠올리게 하였다. 할아버지, 외할아버지,  아버지, 어머니가 숨쉬었던 그 교정에 나의 유년도 고스란히 아로새겼다. 그렇게 작고 조그마했던 초등학교의 모습이 <아이들이 뛰노는 땅에 엎드려 입 맞추다>를 통해 더욱더 선명한 그리움으로 자리하였다. 

책을 읽는 내내, 초록빛으로 출렁이는 보리밭의 풍경, 100여년이 다되어갈 듯한 곧디곧았던 아름드리 나무들, 노오란 은행나무들, 나무그늘에서 공기놀이하던 친구들, 온동네 잔치날이었던 운동회의 모습 등등 애써 기억할 필요도 없이 저절로 그 풍경들이 되살아났다. 그리움이 순간순간 슬픔으로 물드며 오히려 곤혹스럽기까지 하였다. 

 

38년간의 교직생활을 2008년에 마친 섬진강 김용택 선생님이 아이들, 교정을 그리며 한 권의 책에 담아냈다. 정감어린 그의 이야기 속엔 우리 교육 현실에 대해 날카로운 질타는 아이들에 대한 절절한 애정의 목소리처럼 들렸다. 때론 아이들의 글과 거칠지만 투박한 정감이 진한 흙내음을 풍기는 듯한 그림과 어울어지면서, 마음 속 요동을 고요하게 잠재워주었다. 

그 기나긴 시간, 순수한 아이들의 다채로운 모습, 그 자연의 풍광을 어찌 한 권의 책으로 담을 수 있을까? 그의 이야기보따리를 더욱 기대하면서, 진한 추억에 젖어 행복한 시간을 만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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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 미친 청춘 - 천권의 책에 인생을 묻다
김애리 지음 / 미다스북스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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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탐>이란 책을 읽은 이 후 자연스럽게 책 속 책 이야기에 흥미를 일으키며, <책에 미친 청춘>이란 제목이 눈에 들어왔다. 동시에 과연 나는 무엇에 미친 청춘을 보냈던가? 스스로를 돌아보게 되면서 미처 읽지 못한 무수한 책들에 대한 탐욕을 어찌할 바 몰라 손에 쥐었다.

 

눈에 익은 분들의 밝은 미소가 한 가득, 절로 기분 좋게 하는 책! 하지만 <책에 미친 청춘>은 거침없이 '책'과 '독서'의 중요성을 역설하고 있었다. 왠지 침 튀기며 열정적으로 이야기하는 당찬 여성이 눈에 선하다. 그 거침없는 충고에 살짝 기가 눌린 듯하다가 분명 내 안에서 고래고래 소리치는 그 목소리를 듣고 말았다. 책과 담 쌓고 지냈던 흘려버린 내 청춘이어라. 책을 읽지 않는 것은 청춘에 대한 배반이라며, 지금 이 순간부터 단 1년만이라도 책에 미쳐보란 그 외침이 내 뼛 속 깊이 자리하며 울부짖고 있다.

 

그가 찾아낸 책 속의 길, 그 삶의 지혜를 고스란히 한 권의 책에 담았다. 고증학교 때부터 지금까지 10여년 간 읽었던 천여 권의 책 중에서, 다섯 개의 테마로 다양한 책들을 소개하고 자신이 찾아낸 지혜를 29개로 응축하고 있다. 편독이 심한 내게 책, 작가의 또다른 세계를 활짝 열어주었다. 특히 '닉 혼비'와 '마누엘 푸익'이란 작가에 대한 호기심을 주체할 수 없다. 당장 그들을 만나고 싶어지게 한다.

 

<책에 미친 청춘>을 통해 다시 한 번 '책'이 이끌어 주는 인생길에 대한 의심을 거둘 수 있었다. 그녀의 거침없는 입담, 책에 대한 경외심(?)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곳, 전혀 의외의 곳에서 나의 무력감에 활력을 불어주었다. 그녀가 만났던 무수한 책들 중에서 끄집어내 간결하게 풀어낸 책보따리는 순간순간을 자각하며, 선택의 갈림길에서 즐거운 비명을 지를 수 있는 지혜를 안겨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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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하는 눈동자
알렉스 쿠소 지음, 노영란 옮김, 여서진 그림 / 청어람주니어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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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가 남긴 과제, 그 과제 속 할머니의 '진짜' 인생과 '가짜'인생이란 소재가 흥미로웠다. 할머니이 인생을 이해함으로써 성장하게 되는 소년의 모습을 상상하며, 왠지 가슴 찡한 이야기를 기대하였다. 할머니에 대한 사무치는 그리움과 그 감동을 아이와 함께 나누며 느낄 수 있는 시간을 <노래하는 눈동자>가 약속해주었다.

 

<노래하는 눈동자>는 삶을 뒤돌아보게 된다. 아닌 죽음을. 그리고 어릴 적 돌아가신 할아버지를 떠올려본다. 할아버지에 대한 기억은 슬픔으로 물들어있다. 열 살이던 내겐 할아버지의 모습을 어렴풋하다. 할아버지는 꽤나 오랫동안 병과 씨름하셨다. 그런데 그렇게 아프셨던 할아버지의 모습은 기억 어디에도 남아있지 않다. 그런데 부엌 찬장 속 할아버지의 분유를 몰래 훔쳐먹던 기억만이 교차할 뿐이다. 그리고 웃는다. <노래하는 눈동자> 속 꼬마들처럼 엉뚱했던 꼬맹이, 철부지 시절의 모습과 나를 온몸으로 끌어앉아주시며 '허허' 웃음지으셨을 할아버지의 존재를 '분유'를 통해 매순간순간 느낀다. 슬픔으로 가득했던, 아니 '죽음', '이별'이 무엇인지조차 몰라 어리둥절했던 칼바람 부는 그 추운 겨울의 길목 언저리에서 매 해 할아버지를 만나고 있다. 이야기 속 윌리엄과 비올렛 역시 '벌'과 '물고기'를 통해 할머니, 할아버지를 기억하며 자라고, 추억하리라.

 

악몽을 꾸다 잠에서 깬 소년 '윌리엄'은 아버지에게 모두가 잠든 밤 할머니는 돌아가셨다는 슬픔 소식을 듣는다. 그 날 아침, 할머니를 잃은 슬픔을 울음으로 표출(?)하는가를 두고 언쟁하기도 했던 남매, 어린 시절 내가 그랬던 것처럼 아직 실감하지 못한 것이리라. 할머니에 대한 기억을 떠올리고 있던 윌리엄 주위로 날아든 말벌! 그리고 과감히 말벌을 죽이자, 동생 비올엣의 엉뚱한 반응으로 '벌'을 매개로한 그들만의 이별 의식이 시작되었다. 그리고 할머니이 이야기를 굳게 믿는 동생의 믿음을 지켜주며, 할머니의 삶을 뒤돌아보는 어른스러운 오빠 '윌리엄'의 이야기가 가슴 뭉클함을 안겨 주었다.

 

고무줄을 만들며 평생을 살았던 할머니의 삶, 그리고 할머니가 꿈꾸었던 삶, 하나는 거짓이었던 가짜 인생이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가짜 인생과 진짜 인생이란 진실공방을 뒤로한 채, 윌리엄처럼 현실의 삶과 꿈꾸는 삶 사이의 균형을 생각하게 한다. 그럼으로써 좀더 풍요로워지는 인생, 삶을 그리게 된다.

그리고 어느덧 어른이 된 '윌리엄'을 통해 또하나의 작은 스승을 만난 듯 마냥 흡쪽한 미소를 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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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여행자
요시다 슈이치 지음, 이영미 옮김 / 노블마인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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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시다 슈이치의 신간 <도시여행자>를 만났다. 뜻밖의 반가운 소식에 헐레벌떡 달려, 손에 쥐었다. ‘도시여행자’라~ 왠지 쓸쓸함과 고독이 옷자락 끝에서 뚝뚝 떨어지는 한 사내가 저기 저 멀리서 나를 기다리기라도 하는 듯 반가움과 미안함에 잰걸음을 놓는다.

요시다 슈이치와 함께 하는 낯선 도시로의 여행? 마치 ‘요시다 슈이치’가 보내 준 항공 우편을 받은 착각에 ‘푹~’ 빠지게 하는 표지다. 그의 초대를 받은 나는 낯선 도시의 지도 한 장을 손에 쥐고, 그를 찾아 나섰다. 왠지 사랑하는 연인 ‘언년이’를 쫓는 추노꾼 ‘대길’처럼 그렇게 ‘요시다 슈이치’를 쫓았다. 그런데 너무도 멀고도 험한 길이었다. 보일 듯 말 듯 먼 거리를 유지하며 그는 숨고 또 숨었다. 그리고 혼자만의 철부지 짝사랑임을 확인하는 순간, 외딴 거리 위에 홀로 남겨진 듯 멈칫 하게 된다. 결국 나는 나와의 숨바꼭질 중이었던 것이다. 그럼에도, 끊임없이 그 누군가를 찾아 걷고 또 걷고 그렇게 헤매고 있었다. 그리고 또다시 그 길 위 나와 마주하였다.

 

요시다 슈이치와는 <동경만경>으로 처음 만났다. 도쿄만의 풍경이 한 눈에 펼쳐지며 그 속에 녹아든 ‘료스케’와 ‘미오’의 사랑이 심해 저 밑보다도 더 깊은 곳에 숨어있는 감성을 자극하였다. 쉽게 말하고 있기에 너무도 잘 알겠는데 여전히 모르겠다는 그 모호함 속 뜨거움이 좋았다. 그리고 천천히 그를 탐닉하기 시작하였다. 그런데 시작만 하였을 뿐이었다. <도시여행자>를 통해 미처 만나지 못한 그의 작품들을 고스란히 만나보고 싶다는 열망에 사로잡혔다.

 

한 숨 돌리기라도 하는 듯, 지난 10여년간의 작가 인생을 뒤돌아본 시간이었을까? 작가에게 있어 장편소설과 단편소설을 어떤 관계일지 궁금해졌다. 10편의 단편 속에서 이미 만났었던 이야기의 다른 얼굴이 때론 빼꼼히 문을 여는 듯하였다.

 

솔직히 전혀 단편 모음집이란 사실을 염두해 두지 않았다. 첫 번째 <나날의 봄>을 읽으며, 이제 사랑을 시작하게 될 남녀의 이야기에 정신이 팔려 콩닥콩닥 뛰는 가슴에 봄처녀처럼 마냥 설레고 신나하다가, 그대로 끝나 버린 이야기에 몹시 당황하였다. 왜이래? 다음 이야기가 어떻게 되는 거야?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줘야지? 타보지도 않은 롤러코스터의 정점에서 떨어진 느낌, 된서리를 맞은 듯 한 동안 못마땅해 투덜거리기도 잠시, 결국 열 개의 다양한 삶, 각양각색의 인물들과의 만남에 동화되어 결국 내 안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다보니 앉은 그대로 마지막 장을 덮고 말았다.

 

<영하 5도> 속 남녀(일본여와 한국남)의 닮은 듯 다른 기억, 그 사소함에 허우적거리는 것이 흥미로웠다. 특히, 우연한 계기로 일본 소설을 즐기게 되었다는 남자 주인공이 어느 일본 연애소설 속 여자 주인공을 자신의 누나와 겹쳐 떠올리며 신기해했던 기억에 공감하다가, 누나의 입으로 일본 소설? 그런 걸 왜 읽냐는 반문에 기가 막혔다. 일본 작가인 그가 스스로 반문하고 있다. 왜 일본 소설 그리고 자신의 소설을 읽냐고 묻고 있지 않은가! 그래 왜 읽을까?를 생각하다, 불쑥 그럼 당신은 왜 쓰느냐고 되묻고 싶어진다.

 

왠지 모르게 <퍼레이드>의 장면이 떠오르는 <젖니>, 40대 미혼남들의 이야기를 담은 <오사카 호노카>와 <도시여행자>의 원제(표제작)인 <캔슬된 거리의 안내>가 가장 인상적이었다. 특히, <캔슬된 거리의 안내>는 작가 자신의 작가관(?), 소설관을 이야기에 비춘 듯하였다. 이야기 속 주인공 ‘나’는 소설을 쓰고 있다. 그런데 ‘나’는 그 내용이 자신의 실제 이야기, 모든 것이 사실이라고 말한다. 그리곤 이내 소설 쓰는 일이 ‘거짓으로 내일에 남기는 작업'이라 한다. 순간 너무도 깜짝 놀랐다. 추리소설의 예상치 못한 눈부신 반전인 냥. 삶을 소설로 풀어내며 사실인 듯한 현실감에 공감했던 우리 아닌가! 그런데 주인공 ‘나’를 통해 모든 것이 ‘허구’라고 당당히 밝히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거짓에 속지 말라고 위협하기라도 하는 듯. 그리곤 후회로 가득한 어느 시점의 한 사건을 마땅히 그래야만 했던 행동으로 이야기를 고치는 주인공 ‘나’를 통해 현실 속 이상을 꿈꾸며, 그 이상을 그려내는 ‘요시다 슈이치’를 자신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듯하였다.

 

<도시여행자>를 한 마디로 정의하기가 어렵다. 맥을 잡지 못한 듯, 새삼스러우면서도 별스러운 이야기들에 취했다. 아니, ‘요시다 슈이치’와 술 잔을 기울이며, 지나했던 삶의 이야기를 듣기 바빴던 것 아닐까. 그의 깊은 속내, 그 진솔함에 함께 웃다가, 멍하니 하늘을 올려다본다. 그리고 나의 지난 날을 돌아본다. 그 곳의 추억, 그리움 등이 차곡차곡 떠올라 괜시리 먹먹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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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근차근 가치육아 - 멀리 보고 크게 가르치는 엄마의 육아 센스 65가지
미야자키 쇼코 지음, 이선아 옮김 / 마고북스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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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와 함께 하다 보면, 과연 잘 하고 있는 걸까? 스스로 자꾸 되뇌이게된다. 잠깐의 시간일지라도 아이와의 씨름이 힘겹고, 지칠 때도 있다. 때론 속수무책. 어떤 것도 할 수 없이 멍하게 된다. 아이의 의중을 헤아리는 것이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듯인듯. 그러한 고민들을 단숨히 날려 줄 것 같은 책 <차근차근 가치육아>를 우연히 만났다. 

그런데 <차근차근 가치육아>는 기존의 육아관련 책과는 180도 다르다고 할 수 있다. 일단 책의 무게가 가볍다. 128쪽 분량의 이 가벼운 책은 내용 또한 명쾌하다. 다른 군더더기를 뺸 알짜만으로 가득하다. 14가지의 주제별 65가지의 육아 센스는 아이의 미래에 대한 큰 그림을 그리며 마음을 다지게 한다. 기본적인 인간됨의 가치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하면서, 앙증맞은 귀여운 그림들과 함께 간결하면서 그 어떤 것보다 구체적이다.

 

<차근차근 가치육아>는 자꾸 아이의 미래의 모습을 그려보게 한다. 언제가 아이가 해맑게 웃는 모습을 보면서 '과연 이 아이는 어떻게 자랄까?'하는 기대감에 들뜬 적이 있다. 상상할 수 없는 아이의 미래! 어떤 모습일지, 어떤 모습이라도 좋다는 느낌! 그냥 그렇게 자라나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벅찬 느낌이 뭉클했는데, 솔직히 아이와 씨름하다보면, 금세 잊는다. 그리고 이것저것 아이의 모습을 만들어 가려고 조급증이 일어난다. 그런데 책을 말한다. 아이이 삶의 가치를 어떻게 가늠할 것인가? 그렇게 아이의 곁에서 많이 보듬어 주고, 많이 사랑해주면서 아이와 두손 꼭 잡고 숲을 거니는 마음으로 찬찬히 찬찬히 걸어가라고.

 

어떤 특정 행동 양식에 국한하지 않고, 읽는 내내 스스로를 돌아보게 만든다. 가벼운 에세이를 읽는 듯한 느낌이면서 정곡을 찌르면서, 한결 마음을 부드럽게 만든다. <차근차근 가치육아>는 삶의 가치라는 커다란 그림을 그리면서 행복한 아이와의 생활을 다짐하게 만든다. 아이와 함께하며서 흩트러지는 마음을 다잡기에 참으로 요긴한 책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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