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유사신화
J. F. 비얼레인 지음, 현준만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00년 10월
평점 :
절판


어린 시절 <콩쥐 팥쥐>와 <신데렐라>를 읽은 사람들은 한국과 프랑스라는 지리적으로 다른 세계에서 어떻게 이렇게 유사한 이야기가 생겨났을까하는 의문을 한번쯤은 가졌을 법하다. 이를 설명하기 위해 학자들은 번잡한 이론을 전개하였지만 내 개인적으로는 공통의 인류라는 유전자의 어떤 작용이 아니었을까하는 객적은 생각을 해본적이 있다. 컬럼버스시대에 어떤 질병이 전 세계에 퍼지기 위해서는 대략 1년의 시간이 필요했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은 24시간 이내에 어떠한 질병이라도 퍼질 수 있게 되어 있다. 그만큼 세상은 점차 좁아지고 있다. 그럼에도 저작권 때문인지 이런 사고의 유사성은 옛날만큼 발견되고 있지 않다.

그런데 어째서 지금보다 훨씬 제반 조건이 나빴던 고대에 이런 유사 신화들이 존재하는 것일까? 아마도 그것은 오히려 문화가 문명이 발전하지 못했기 때문에 자연의 현상에 대하여 공통적인 인식을 가지고 있었기에 가능했는지도 모른다. 고대의 세계는 넓은 공간과 시간의 장벽이 있었음에도 인간이 이용할 수 있는 도구의 제한으로 인해 오히려 인간의 사고 영역에서 어떤 공통분모를 도출할 수 있지 않았을까?

반면 현대의 세계에서 자연현상을 바라보는 시각은 극과 극으로 뚜렷하게 양분된다. 아직고 고대의 사고방식에 젖어 있는 집단이 있는가하면 최첨단 과학의 세례를 통해서 자연현상이란 하나의 말 그대로 현상이라고 믿는 사람들이 있다. 이 두 집단 간에는 어떤 공통점도 존재하지 않는다.  아마도 이런 이유 때문에 현대에는 유사신화가 기껏해야 도시의 신화형태로 존재하는지도 모른다.

이것은 어떤 의미에서는 매우 의미심상한 것이라 할 수 있다. 고대의 사람들이 공유했던 감정이 유사신화에 반영되는 것이라면 현대의 도시의 신화는 현대인들이 공유하는 어떤 문화적 현상에 기반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고대의 신화는 자연현상에 대하여 많은 부분이 할애되지만 현대의 도시의 신화는 문명의 이기에 많은 부분이 대입된다. 예를 들어 고대에는 번개, 불, 천둥, 비, 바람, 큰 나무, 돌과 같은 것이라면 현대는 자동차, 고속도로, 빌라, 전자레인지와 같은 것에 사고의 공유가 대입된다.

만약 인간이 이기심이란 유전자를 완벽하게 제어한다고 가정하여 앞으로 몇 만년을 더 살게된다면 아마도 지금의 도시의 신화는 그 몇 만년 후에 하나의 신화로 연구될지도 모른다. 이 책은 이런 넋두리에 대한 하나의 해답을 제시한다고 볼 수 있다. 물론 이 책이 완벽한 정답은 아닐지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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