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파피루스
C.P.티데 / 청림출판 / 199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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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이 책을 이야기하려면 지루한 이야기로부터 시작해야만 한다. 우리들이 잘 알고 있는 신약성경은 언제 기록되었을까? 이 대답에 대한 정석적인 이야기는 예수의 사후 시간이 흘러 인간 기억의 고착화가 이루어지기 전에 기록된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런데 신약성서의 마르코, 마태오, 루가의 복음서는 읽어보면 서로 동일한 이야기가 중복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렇게 중복되어 있는 성서의 기사는 일찍부터 학자들이 이들 복음서가 기록되기 이전에 이들 세 복음서를 기록한 사람들이 참조한 어떤 텍스트가 있지 않았을까하는 가정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 가정의 문서를 Q문서로 불렀다. 이것이 지금까지의 복음성서에 관한 일반론이었다.

일견 합리적이라고 볼 수 있는 이런 가설들을 정면으로 비판하고 나서게 된 이유가 옥스포드 대학의 한 도서관에서 발견된 파피루스 조각 3개 때문이라는 사실이 흥미롭기만 하다. 저자의 주장은 복음서가 예수가 죽은 뒤 한참 시간이 흘러 기록된 것이 아니라 예수 당대에 이미 기록되고 있었다고 본다. 그 증거들의 기록이 이 책의 핵심인 것이다.

복음서의 연대 문제에 있어서 가장 두각을 나타낸 나라는 독일이었다. 그래서 복음서의 연대에 관해서는 가장 큰 자부심을 가지고 있으며, 전 세계적으로 인정되어 사용되고 있는 Q문서란 단어도 독일어의 원천을 뜻하는 Quelle에서 나온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독일의 주장은 지금까지 통용되어 왔고 획기적인 새로운 발견이 나오지 않는한 앞으로도 그렇게 통용될 것이다.  세계의 복음서 연구는 독일의 아성에 영미권이 도전하는 형상을 보이고 있다. 이들 두 세력의 경쟁이 복음서 연구에 활력을 불어 넣어주고 있음은 확실한 사실이다.

이 책은 이런 독일적인 사고에 도전장을 내민 영국의 반격과도 같은 것이라 할 수 있다. 이 책에서 주장하는 예수 당대에 복음이 기록되었다는 주장을 파피루스 조각 3개로 추론 한다는 것은 어쩌면 독일적 사고에서 볼 때 만용이라고 볼 수 도 있다. 하지만 문제는 인간의 사고가 고정관념에 의해 굳어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하나의 반작용으로 이런 반론이 나온다는 그 자체가 의미있는 일일 수 있다.  그러나 독일이나 영미권의 성서학자들은 자신들의 주장의 가장 최상층에 서로 부정하지 않는 하나의 원칙, <실존했던 예수>라는 것은 확고부동한 것이다.  그러므로 이들의 상이한 주장은 예수의 실존에 관한 유무가 아니라는 점이다. 이들의 주장은 불가에서 지금까지도 논쟁이 되고 있는 <돈오>와 <점수>의 토론과 같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선의 세계에서 해탈을 하기 위해 계속적인 수행인가, 아니면 즉각적인 깨달음인가의 논쟁은 방법론상의 문제일뿐 본질을 훼손하는 것은 아닌 것이다. 마찬가지로 복음서의 기사가 예수 당대부터 기록되었는가 아니면 사후 시간이 흘러 기록되었는가의 문제도 이런 범주에 속하는 것이라고 볼 수있다. 물론 독일과 영미권의 성서에 관한 주도권 다툼도 있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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