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명으로 보는 세계사
21세기연구회 지음, 이영주 옮김 / 시공사 / 2002년 2월
평점 :
절판


월취Walch, 월레스Walace, 월스Walles, 월리스Wallis, 월쉬Walsh, 월스맨Walsman, 웰치Welch, 웰리시Wellish, 웰즈맨Wellsman, 웰시welsh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이름에 모두 웨일즈Wales지방을 의미하는 뜻이 들어있다는 점이다. 즉 이런 이름이나 성의 근원은 웨일즈지방으로부터 유래된 것임을 알 수 있게 한다. 사실 웨일즈라는 뜻 자체도 그리 좋은 의미는 아니다. 브리튼 섬을 침입한 게르만계통의 앵글족과 색슨족이 켈트족을 자신들의 적이라고 생각하여 붙인 별명이기 때문이다.

이렇듯 유럽의 이름은 지명과 아주 재미있는 상관관계를 맺고 있다. 이름과 성이 지명과 연결되는 전통은 로마인들도 가지고 있었다. 이들은 씨족명이라는 것을 가지고 있었는데 이 씨족명은 자신들의 발상지나 혹은 자신들이 신성하게 여기는 것의 이름에서 취한 것이라고 한다. 그러므로 유럽인들이 성을 가진것은 고대 이전으로 거스러 올라갈 수 있는 셈이다. 그리고 이런 전통은 중세에도 그대로 유지되는데 사람들은 자신의 이름과 출신지를 함께 병기하였다. 예를 들어 빙겐의 힐데가르트, 아빌라의 데라사, 피오레의 요아킴과 같이 이름과 출신지를 함께 병기함으로서 개인을 구별하였던 것이다.

유럽의 이름은 이 지역이 그리스도교화 되기 이전에는 각 종족마다 고유한 이름을 가지고 있었지만 개종 이후에는 성서에서 따온 이름으로 대체되었다. 이 결과 유럽세계의 이름은 급속하게 분권적인 고유한 부족적 특성이 사라지고 대신 통합적인 종교적 통일성만이 존재하게 되었다. 이렇게 됨으로서 유럽은 부족단위에서 언어 단위로 지역이 재편되었다.

반면 동양인들은 자신들의 이름이 함부로 불리우는 것을 매우 싫어했다. 그래서 중국과 한국에서는 이름대신 號를 부르게 하였다. 그리고 태어나서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를 때까지 정식 이름을 작명하지 않고 개똥이니 쇠똥이니 하는 식으로 불렀다. 이것은 이름을 함부로 부름으로해서 그 당사자에게 해가 돌아갈 것을 염려해서였다. 이렇듯 동양인들에게 있어서 성과 이름은 신성한 것이었다. 그래서 자신의 성과 이름을 함부로 바꾸지 않았다. 이런 점에서 유럽인들의 성과 이름에 대한 개념은 동양인들보다 상대적으로 희박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런 사정은 어찌보면 정주의 문화와 이동의 문화가 내포하고 있는 숙명적인 특성인지도 모른다.그리고 한국이나 중국의 경우 인명이나 성을 족보라는 책에 기록하였기 때문에 이름의 어원이나 뜻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족보의 이름은 항렬이라는 순서에 의해 지속적으로 내려온 가문의 지속성을 보여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족보에서 개인의 위치는 거대한 나무에 붙어있는 하나의 잎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기에 한국과 중국의 이름은 어떤 뜻이라기 보다는 가문의 연속성에 위치한 자신의 위치를 표시하는 하나의 기호인 것이다. 반면 아프리카의 종족들에게 이름은 자신이 태어난 날의 역사적 기록이라고 할 수 있다. 그들의 이름을 통해 그 개인의 역사가 시작되는 것이다. 이런 유형의 이름은 북미 원주민들의 이름에서도 발견된다. 그들에게 있어서 이름은 개인적 체험의 기록인 것이다. 그리고 그 이름은 개인과 부족이 몸담고 있는 자연과 일체가 되는 것이다. 이런 이름의 종족별 특성이 점차로 지구촌이라는 개념이 도입되면서 우세한 문화권의 이름으로 동일화되어 가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힘이없는 종족은 자신들의 이름마저도 지킬 수 없는 것일까?

**Adelheid의 애칭이 Heid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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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녀 2005-04-07 19: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클라라의 그 가정부 아줌마... 로덴마이어? 로 뭐더라? 하여튼 그 아줌마가 늘 하이디를 아델하이트라고 불렀던 기억이 나네요 ^^
이 책도 재밌겠어요... 정말 세상은 넓고 읽을 책은 많아요.
(늘 도요재님 서재에서 좋은 글 읽고 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