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과 가축의 역사 - 양장본
J.C. 블록 지음, 과학세대 옮김 / 새날 / 200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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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과 동물이 함께 살아가기 시작한 것은 인류 역사에서 보면 아주 짧은 기간이라 할 수 있다. 가장 먼저 가축화가 진행된 개의 경우 1만 2천년 정도 밖에 되지 않았다. 가장 늦은 말의 경우는 신석기 시대 말로 잡고 있다. 이는 지구나이 50억년에 비하면 보잘것 없는 시간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렇게 짧은 기간임에도 불구하고 개나 말은 인간과 아주 가까운 사이가 되었다. 뿐만 아니라 이들 동물의 행동양식은 과장해서 말한다면 인간과 유사한 행동양식을 보인다고 해도 전혀 무리가 없을 정도이다. 그만큼 이들 가축화된 동물들은 인간의 삶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는 것이다.

우리는 인간이 수많은 동물을 가축화한 것처럼 느끼지만 실제로 수많은 야생동물 가운데 가축화에 성공한 동물은 개, 양, 염소, 소, 돼지, 말, 당나귀, 노새, 버새 밖에 없다. 그리고 가축화에까지는 가지 못했지만 인간에 의해 길들여진 동물은 고양이, 코끼리, 낙타와 라마, 순록, 아시아소 정도이다. 여기에 언급된 동물들이 인간의 삶 속에 함께 공존하는 짐승의 전체 명단이다.  이 가운데 코끼리를 제외한 다른 짐승들은 놀랍게도 역사 이전의 시대에 인간에 의해 길들여지거나 가축화되었다는 사실이다. 이는 우리가 원시시대라고 불리우는 역사 이전의 시대에 인류는 이미 위대한 진보를 이루고 있었음을 증명하는 것이라 하겠다.

이들 야생동물들이 가축화되면서 인류의 삶의 형태 또한 많은 변화를 겪게 되었다. 자연의 산물을 직접적으로 채집하는 단계에서 동물의 부수물을 인간의 삶을 위해 이용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인간은 가축화하거나 길들인 짐승에게서 고기, 우유, 가죽, 털과 노동력을 얻을 수 있었다.  대신 가축화된 짐승들은 인간의 세심한 보살핌을 받았다. 이렇게 동물과 인류 사이에 공생관계가 싹트게 되었다. 또한 인류는 살아있는 저장음식을 가지게 되었다는 사실이다. 인류에게 현대와 같은 저장시설이 발명될 때까지는 살아있는 가축을 기르는 것 자체가 부의 상징이었다. 이들 가축들은 언제나 인간에게 신선한 음식을 제공하였던 것이다. 그러나  인류의 수가 증가하고 목초지가 줄어드는 상황이 발생하면서 인간은 가축화한 동물을 위해 귀중한 식량을 공유하는 모순에 직면하게 되었다. 그러나 가축을 곡물을 이용하여 사육하는 방식은 곡물소비량과 가축의 고기화율의 관계가 너무 비효율적이라는 문제에 직면하게 되었다. 예를 들어  1백킬로그램의 고기를 만들기 위해서는 그와 맞먹는 풀과 식량 혹은 더 많은 식량이 제공되어야만 한다. 지금과 같은 국경이 없었던 고대의 유목세계는 목초지를 따라 이동하는 것이 수월했다. 그러므로 인간의 귀중한 식량을 가축을 위해 낭비하지 않아도 되었다. 하지만 역사시대로 접어들고 인구가 증가하면서 초지가 인간의 삶의 터전으로 바뀌면서 가축에게도 인간의 귀중한 식량을 나누어주어야만 하였다.  그리고 현대처럼 국경이 막혀있는 상태에서 유목을 한다는 것은 많은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 바로 이런 문제점 때문에 선진국에서는 핵심적인 가축 몇 종류-소,돼지,양-만을 핵심적으로 사육하고 있다. 이런 인간의 상업적 사육의 문제점은  고기를 얻기 위한 투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좀더 많은 양의 고기를 얻기 위해 인간은 인위적인 방식을 동원하였고 결국은 크로이펠트 야곱병-광우병-이란 재앙을 만들어 내었던 것이다.

인간의 가축화의 역사를 보다 보면 의아한 점이 하나 생겨난다. 개와 고양이는 대체 무엇 때문에 가축화하였을까. 이들은 고기도 가죽도 우유도 제공하지 않는 동물이다. 다만 개의 경우 파수꾼으로서의 역할을 기대하지만 오늘날과 같은 가옥 구조에서 개의 본연의 역할은 이미 막을 내렸다고 볼 수 있다. 이런 의미에서 고양이는 개보다 더욱더 가치가 없는 짐승일 뿐이다. 고양이는 인간의 귀중한 곡식을 지키기 위한 용도로 가축화되었지만 오늘날 고양이의 역할 역시 축소되었을 뿐이다. 도시를 돌아다니는 도둑고양이는 쓰레기통을 뒤지는 것이 힘들게 쥐를 잡는 것보다 더 편하다는 사실을 오래전에 깨달은듯 하다. 이들 고양이와 개는 인류와 같이 살을 맞대고 오늘날까지 살아왔다. 이들의 역할이 축소되거나 단절된다 하더라도 이들은 인간의 심리적 지혈제로서 오래도록 함께 갈 것이 확실하다.

**살아있는 2개월된 강아지를 쓰레기 봉투에 넣어 버렸다는 신문기사를 보고 가축의 역사를 다시 한번 훑어 보았다. 이들 가축들은 자신의 뜻에 의해서가 아니라 인간의 손에 의해 길들여 짐으로서 야성이 퇴화된 동물들이다.  이들은 인간의 손에 의해 길들여진 만큼 가축을 기르는 인간들은 이들의 삶에 일정한 부분을 책임져야만 한다.  그렇게 하지 못한다면 가축을 키워서는 안된다.  그것은 자기 기만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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