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악한 전쟁 - 아프가니스탄, 미국 그리고 국제 테러리즘
존 K. 쿨리 지음, 소병일 옮김 / 이지북 / 2001년 10월
평점 :
품절


이 책을 읽으려면 많은 인내심이 필요하다. 이런 책을 번역하기 위해서는 군사적 지식과 외교적 지식이 기본적인 전제가 되어야 한다. 이런 기본적인 지식이 없이 번역을 하다보면 세세한 부분에서 길을 잃어버리기 때문이다. 각설하고...

이 책은 제목 자체가 냉소적이다. 聖戰Holy War을 빗대어 Unholy Wars라고 했으니 말이다. 이 책의 주인공은 미국 정확히 말하면 중앙정보국CIA이다. 그리고 이 정부기관이 자국의 이익을 위해 공작활동을 벌인 것이 어떻게 부메랑이 되어 자신들의 뒤를 공격했는가를 보여주는 책이라 할 수 있다. 미국은 60년대 월남전에 개입하면서 동남아시아의 소수민족을 자신들의 대리인으로 훈련시켰다. 이렇게 한 것은 다인종으로 구성된 동남아시아에서 미국의 발언권을 확고하게 하기 위한 것이었다. 이런 정책은 월남이 북쪽의 공산주의자들 손에 통일되면서 위기를 맞게된다. 즉 이들 소수민족을 이용한 반공산주의 전략을 더 이상 실행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이 결과 미국이 훈련시킨 소수민족은 그 지역의 독립적인 세력으로 발전하게된다. 이를 위험하게 여기는 현지 정부는 이들 소수민족을 공격하게되고, 이들은 자신들을 보호하기 위해 무장을 할 필요성을 절감한다. 월남전이 한창일때는 미국의 원조가 무상으로 주어졌지만 이제는 그렇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들은 무기 자금을 만들기 위해 마약을 재배하게 되고 이 마약은 최대의 소비처인 미국으로 흘러들어가게 된다. 이것이 미국과 동남아시아 황금의 삼각지대-태국.버마.라오스의 국경지역을 연결하는 지역-와 인연을 맺게되는 과정이다.

이 책은 미국이 80년대에 어떻게해서 60년대 월남에서 행했던 실수를 반복하는가를 보여주고 있다. 미국의 사고방식은 장소만 다를 뿐 전혀 변하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적에게 대항하기 위해서는 적을 이용한다는 이 단순한 <이이제이以夷制夷>방식은 적이 사라지는 순간 어디로 튈지 모르는 럭비공이 된다는 사실을 미국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결국 미국은 자신들이 훈련시킨 이슬람 전사들에 의해 사상초유의 테러를 당하는 수모를 겪게된다.

미국은 80년대까지 중동지역의 절대적 거점은 이스라엘과 이란이었다.  이란은 79년 이슬람 혁명으로 무너지기 까지 이스라엘과 함께 가장 확실한 중동지역의 협력자였다. 하지만 이란이 미국과 적대적인 관계로 변하자 새로운 동맹자를 모색하게 되었다. 이 와중에 소련의 아프가니스탄 침공이 발생하자 미국은 소련에 반대하는 모든 이슬람 국가와 협력을 하게 된다. 이제 미국은 남아시아의 이슬람 국가와 상호주의적 관계를 유지하게 되는 것이다. 이 결과 파키스탄은 미국에 아프가니스탄 반군 캠프를 제공하는 댓가로 2000년 핵실험을 성공하게 된다. 미국이 뒤늦게 항의했지만 파키스탄의 핵보유는 사실상 국제사회로부터 인정된 상태이다. 미국은 소련의 남진을 저지하는 과정에서 핵보유국을 하나 더 늘려놨을 뿐이다. 미국은 이란이 자신에게 적대적이 되자 이란의 원수인 이라크를 도와주게 된다. 이란-이라크 전쟁에서 미국은 이라크를 지지함으로서 이슬람 혁명의 불꽃이 더 이상 확산되는 것을 방지하였다. 하지만 이 결과 이라크는 중동지역에서 이스라엘을 제외한 가장 강력한 군사력을 보유한 국가가 되었다. 이는 미국이 추구하는 중도의 군사적 평등정책과 어긋나는 것이었다. 이 군사력은 결국 쿠웨이트를 침공하게 되는 빌미를 제공하게 된다.

또한 파키스탄에 설치한 아프가니스탄의 반군 캠프에서는 소련에 대항하기 위해 아랍 세계 각국에서 몰려든 전사들을 훈련시켰다. 이들은 아프가니스탄이란 험한 전장터에서 단련을 받아 아주 용맹한 전사가 되었다. 그리고 아프가니스탄에서 소련이 철수하자 이들 전사들은 자신의 나라로 돌아가 반체제 운동의 선봉에 섰다. 중동의 석유의 안정적 공급을 위해서는 정권의 안정이 절실한 미국에게 자신들이 훈련시킨 전사들은 가장 큰 위협이 된 것이다. 이 책은 미국이 자국의 이익을 위해 원칙없는 지원을 남발한 것에 대한 통렬한 고발이라고 할 수 있다. 실제로 미국인들은 이 책을 읽고 자신들이 지지한 정부의 도덕적 불감증과 무원칙성에 놀랄 지경이었다. 그리고 그 결과가 자신들에게 되돌아왔음 알 수 있었다. 하지만 문제는 미국의 어느 누가 정권을 잡는다 해도 미국의 이익을 위한 정책은 결코 포기되지 않을 것이란 사실이다. 바로 그 점이 미국의 정책이 앞으로도 월남, 아프가니스탄, 이라크와 같은 형태로 반복될 수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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