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무덤의 사회사 한국의 생활과 풍속 5
장철수 / 웅진지식하우스 / 1995년 10월
평점 :
절판


우리 조상들은 삶의 거주지로서 陽宅陰宅의 개념을 사용하였다. 양택은 말 그대로 산 자들의 거주지를 말하는 것이고, 음택은 죽은 자들의 쉴 곳을 말한다. 그러면서 양택과 음택의 위치 또한 풍수에 의해 아주 세밀하게 위치시켰다. 양택이 배산 임수에 남향이라면, 음택 역시 좌청룡 우백호의 산세에 남쪽을 바라보게 위치시킨다. 이를 보면 우리 조상들은 삶과 죽음을 인간, 시간, 공간이라는 삼요소가 동일하게 적용되는 동일한 것으로 보았음을 알 수 있다. 그래서 우리 조상들은 사당에 신주를 모시고 기제와 시제를 지내며 망자에 대한 기억을 되새겼다. 즉 죽은 자의 집인 사당이 집 안에 위치해 있다는 사실은 삶과 죽음의 공간이 동일선상에서 역사적 시간의 연장으로 이해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는 마치 종묘의 건축이 수평선상에 일직선으로 위치시키므로해서 영원히 끊어지지 않고 이어지는 삶과 죽음의 형이상학적 모티브를 제공하고 있는 것과 같은 것이라 하겠다. 삶과 죽음이 같은 공간과 시간 속에 존재하는 것은 우리만의 독특한 것은 아니다.

이런 사고방식은 세계의 모든 문명권에서 방법의 차이만 있을 뿐 동일하게 나타나고 있다. 뉴기니의 원시종족은 죽은 자를 자신의 집 안에 안장하기도 하고, 죽은 자의 두개골을 집안에 모시기도 한다.  이런 차이의 다름은 그 민족의 독특한 의식을 반영하는 것이지만 죽음을 이해하는 세계관은 동일함을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 나타남의 차이가 바로 그 민족의 풍습이 되는 것이다. 이 책에는 이런 문화사적인 시각에서부터 역사적인 시각에 이르기까지 죽음에 관한 모든 것이 기록되어 있다.  

이 책은 1.민속학과 죽음의 의미, 2.죽음과 주검 그리고 세계관, 3.옛 글에서 본 주검의 처리방법, 4.옛 무덤을 통해본 저승세계, 5.우리 민족의 죽음관으로 나누어져 있다. 특히 사서의 기록과 무덤을 통해본 세계관 같은 것은 무덤을 통해서 한 시대를 조망할 수 있다는 점에서 놀라움을 느낄 수 있다. 그리고 민속학적으로 본 죽음과 그 세계관을 조망한 장(1장.2장)은 그 자체로 훌륭한 죽음에 관한 민속학적 보고서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마지막 장에는 지배자의 무덤을 조망함으로서 어떻게 각 시대마다 갖고 있던 무덤의 특징들이 하나로 통합되어 나타나는가를 보여주고 있다.  특히 중국의 사서와 우리의 기록에 나타나는 우리 조상들의 葬法에 대한 기록은 그 자체만으로도 훌륭한 역사의 기록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무덤을 통해본 저승세계관은 우리 민족의 죽음관이 어떻게 무덤속에 투영되었는지를 밝혀주고 있다. 옛무덤의 사회사는 역사적 시간을 따라 변모해가는 죽음과 무덤의 양식을 통해서 어떻게 우리의 현재가 이루어졌는지를 추적하는 책이다. 그러므로 이 책을 읽다보면 자연스럽게 우리의 사회사를 접할 수 있게된다. 죽음을 통해서 삶을 바라봄으로서 오히려 삶의 모습이 더욱더 뚜렷하게 인식되는 것을 느낄 때 삶과 죽음은 똑같은 무게를 가지고 우리의 양쪽에 존재하는 것임을 새삼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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