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과 사회 - 개정판 눈빛시각예술선서 10
지젤 프로인트 지음, 성완경 옮김 / 눈빛 / 200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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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역시 미래를 잘못 예측한 문명의 利器였다. 사람들은 사진이 처음 나왔을 때 누가 그림 대신 사진을 선택하겠는가하고 의아해 하였다. 사진을 옹호한 사람들 역시 <그림은 끝났다>라는 극언을 서슴치않았다. 하지만 한편의 사람들은 그림의 예술성만 인식했지 사진의 기록성이란 점을 전혀 생각하지 못하였던 것이다. 이런 반증은 처음 사진이 나왔을 때 미술가들은 모델 대신으로 사용할 수 있는 대체물로 생각하였다는 점이다. 하지만 사진의 기록성과 복제성의 뛰어난 효과를 알게된 이후 사진은 그림과는 전혀 다른 길을 걸어가게 된다. 반대로 사진의 유효성을 주장한 사람들은 그림의 고유성을 알지 못하였던 것이다. 드라크르와의 <민중을 이끄는 자유의 여신>이란 그림과 로버트 파카의 <스페인 내란>이란 사진을 비교해보면 사진과 그림의 차이점을 확실히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드라크루아의 작품에서는 느끼지 못하는 전율이 파카의 작품에서는 느껴지기 때문이다. 반면 파카의 사진에서 볼 수 없는 숭고한 이념이 드라크루아의 그림에서는 드러나는 것이다.  


사진이 처음 등장한 시기는 경제적. 사회적 변화로 인하여 유럽의 하층 근로자들이 새로운 중산계급으로 대두하던 시기와 일치하고 있다는 점이다. 즉 이들은 이전의 부르조아지들과는 다른 감각을 가지고 제도권에 편입된 계층이었던 것이다. 당연히 이들은 기존의 예술관과는 다른 관점을 갖고 있었고 취미도 달랐다. 사진은 이런 이들의 감각과 아주 잘 들어맞는 도구였다. 대량으로 복사할 수 있으며 그림이 갖지 못한 사실성과 신속성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들은 자신들의 모습을 남기기 위해 여러날 동안 아틀리에에서 불편한 자세로 포즈를 취하지 않아도 되었다. 불과 몇 십분의 시간만 투자하면 자신이 원하던 모습을 얻을 수 있을 뿐 아니라 원한다면 백장 천장이라도 복사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사진의 이런 특성 때문에 예술가들은 한동안 사진을 경원시하였다. 예술가들이 사진을 경원시하는 동안 다른 편에서는 사진을 상업적으로 이용하기 시작하였다. 사진의 특성상 이를 상업적으로 이용하는 것은 아주 용이하였다. 이런 특성 때문에 사진이 <性산업>에 처음 이용되었다는 것은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사진이 섹스산업에 이용되는 것을 계기로 사진의 기록성이란 측면이 부각되었다는 점은 주목할만하다. 사진은 이제 단순한 복제에서 한 시대의 단면을 기록하는 도구로도 이용되었는데 이는 사진의 기록성과 예술성 그리고 역사적 인식이 결합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사진은 여기에 멈추지 않고 자신의 영역을 계속 확대해 나가고 있다. 기술적 측면에서도 불편한 건판식 사진에서 일반적인 음화식 사진으로 그리고 즉석 사진인 폴라로이드로 지금은 디지털 카메라로 자신을 계속 변신해나가고 있다. 그러나 사진의 사회적 측면은 프로인트 여사가 이 책을 쓴 시점에서 예측한 것보다 더 멀리 나아간듯이 보이지 않는다. 대신 사진의 무차별 폭로성이 더욱 강화되어 가고 있는듯한 느낌이다. 빠빠라찌라든가 저속한 부아리즘voyeurism의 등장은 인터넷 시대와 맞물려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다. 그럼에도 사진은 1822년 니세포르 니엡스가 사진술을 처음 발명한 이래 우리 사회의 발전과 함께 나아가는 우리 문명의 가장 보편적인 요소가 되었다는 프로인트 여사의 마지막 결론이 타당하게 느껴진다. 이는 그만큼 사진이 우리와 아주 가까운 곳에 하나의 요소로 자리를 잡았다는 증거가 될 것이다. 오늘도 자신의 주위에서 열심히 디카를 눌러대는 것이 그 증거가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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