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체제 예술 - 사상신서 21
사카자키 오쯔로오 / 과학과사상 / 199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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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라드제프, 틸만 리멘슈나이더, 고야, 발라하, 그로츠, 콜비츠, 슐레머, 피카소...이 끝없이 이어지는 명단의 행렬은 자유의 이어짐이다. 80년대 민중예술이란 장르가 우리의 눈 앞에 아주 가깝게 다가온 적이 있었다. 이들의 작품은 선이 거칠고 투박하면서도 아주 묵직한 느낌으로 우리에게 다가왔다. 하지만 걸개 그림 이상의 의미는 아니었다. 즉 그동안 보아오던 익숙한 것에서의 일탈이 주는 호기심을 자극하는 수준이었던 것이다. 그만큼 민중예술이란 장르는 생소한 것이었다.


그러던 차에 이 책을 구해서 읽게 되었다. 호기심으로 시작된 독서는 읽으면 읽을수록 깊은 느낌으로 다가왔다. 고야의 <카프리치오>시리즈가 이렇게 깊은 의미를 담고 있는줄은 미처 깨닫지 못하였고, 틸만 리멘슈나이더란 조각가를 알게 된 것 또한 큰 수확이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느낀 것은 예술과 저항 그리고 배고품의 관계였다. 배가 부르면 저항이 사라지고 이렇게 되면 격렬한 예술은 결코 탄생할 수 없다는 단순한 도식이 그려지면서 권력의 속성이 무엇인지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하였다. 우리는 높이 날아 멀리 볼 생각만 하지만 넘어져서 밑X멍도 봐야하지 않을까. 하지만 그 넘어짐이란 자체가 어렵다는 사실이다. 누가 자신의 현재 위치를 부정하면서 넘어지려 하겠는가. 이 책은 예술이라는 장르를 다루고 있지만 사실은 민중의 혁명사이며 좌절의 역사를 기록한 것이라 해도 무방할 것이다. 민중은 언제나 순진한 마음으로 자신들의 삶을 위해 봉기하지만 그 순수한 원칙은 항상 굴절되었음을 역사는 증명하고 있다. 하지만 불굴의 예술가들은 그 민중의 원칙을 자신들의 손끝을 통해 우리에게 남겨주고 있다. 이 책은 이들 작가들의 작품을 보여주면서 그 작품이 생성되게 된 역사적 배경과 예술가 개인의 고통을 우리에게 전해주고 있다. 그래서 이들 예술가들의 작품이 더욱더 강렬한 현실로 다가오는지도 모른다.


*카프리치오스는 <마음 내키는대로>라는 스페인어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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