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개의 미국사
제임스 M. 바더맨 지음, 이규성 옮김 / 심산 / 2004년 5월
평점 :
품절


미국이란 나라를 이야기할 때 사람들은 그 광대한 땅을 이야기한다. 이것은 중국을 이야기할 때 사람을 이야기하는 것과는 아주 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땅이라는 것은 분리될 수 없는 하나의 어떤 덩어리를 의미하기에 미국이란 나라와 땅이 결합되었을 때는 아주 강력한 하나의 어떤 힘을 연상하게 한다. 즉 미국이란 나라와 거대한 땅이란 이미지를 바라보는 우리의 속 깊은 곳에는 불신과 두려움이 뒤섞여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미국이란 나라는 정말로 하나의 땅과 같은 굳건한 결속력과 동질성을 가지고 있는가하는 질문에는 <인종의 용광로> 혹은 <성조기에 대한 맹세>와 같은 추상적인 이야기를 하면서 그 거대한 흡인력에 찬사를 보낸다. 그렇다면 미국의 단점은 무엇일까?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을 하려면 많은 생각을 해야만 한다. 미국이란 나라가 세계 초강대국으로 존재하는한 그 구성원들은 성조기 밑에서 결코 이탈하려 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80년대 일본은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미국을 지배했다고 생각했다. 그때 일본인들은 미국적인 가치와 일본적인 가치를 비교하면서 자신들의 가치가 우월함을 은근히 즐겼다. 하지만 이런 우월감도 90년대에 들어오면서 역전되기 시작했다. 오히려 일본이 자신들의 방식을 포기하고 미국적인 방식을 채택하기에 이르렀던 것이다. 이렇게 본다면 미국적인 약점은 외부적인 것보다는 내부적인 것에서 찾아야 할지도 모른다. 그런데 내부적인 것을 알기 위해서는 미국이란 나라가 어떤 나라인가를 알는 것이 급선무이다.

미국은 크게 남부와 북부로 나눈다. 우리의 일반적인 상식으로 볼 때 남부는 노예제와 흑인차별, 북부는 그 반대의 가치를 지향하는 곳으로 생각한다. 그래서 남북전쟁을 보는 시각도 북부연합은 선, 남부연맹은 악으로 본다. 그러나 이 책의 저자는 이런 단순한 구분은 미국의 정확한 실체를 아는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이 책의 저자 바더맨은 미국은 서로 상이한 집단-뉴잉글랜드지역의 청교도, 퀘이커 교도가 이주한 델라웨어 계곡, 영국의 귀족계급들이 이주한 버지니아, 잉글랜드북부와 스코틀랜드.아일랜드에서 온 그룹-들이 모여 이룩한 국가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들은 아메리카란 신천지에 도착하며 자신들이 생각하는 바를 이루기 위해 노력하였고 이런 이상을 무너뜨리지 않기 위해 주 단위의 개별적인 정치체제를 고수해 나간 것이다. 즉 아메리카 합중국은 하나의 이름에 다양한 국가의 연합체였던 것이다. 이런 시각은 지금까지 우리가 알고 있었던 하나의 국가라는 미국의 이미지와는 아주 다른 모습인 것이다. 이런 상황속에서 개별적으로 발전하기 시작한 남부와 북부의 문제가 터지게 된 것은 노예제도 때문이었다. 산업사회였던 북부와 농업사회였던 남부는 그 각자의 특성으로 인해 노예에 대한 생각도 달랐다. 북부는 일방적으로 노예제를 반대한 것은 아니었다. 각 집단의 이해에 따라 노예제에 대한 생각이 달랐던 것이다. 특히 하층 노동계급은 흑인들이 자신들의 경쟁자가 될 수도 있다는 점을 특히 경계하였다. 이런 사정은 남부에서도 그대로 적용되었다. 집도 절도 없는 남부의 하층 백인들은 노예제를 가장 열렬하게 옹호한 집단이었다. 이들에게 노예제는 자신들 밑에 다른 계급이 존재하는 것을 나타내는 외형적인 표시였기 때문이었다. 실제로 남부에서 발생한 노예에 대한 가혹행위의 대부분은 이 계급에 의해 저질러졌던 것이다. 

이 책은 남부를 직접적으로 옹호하지는 않는다. 다만 남부가 형성되어 변모해가는 모습을 정체성. 일상의 삶의 모습. 경제적인 면을 따라 서술해가고 있다. 그러면서 남부가 북부에 의해 전쟁이란 수단을 통해 아메리카란 국가에 포함되었지만 남부를 결코 변화시키지는 못했음을 알려주고 있다. 즉 자신이 스스로 변하고자 하는 의지가 없이는 하나도 변하지 않음을 남부의 역사는 증명하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미국사에 대한 새로운 이해를 우리에게 제공하면서 미국이란 나라를 새롭게 이해할 수 있는 단초를 제공해준다는 점에서 미국사에 대한 아주 훌륭한 개괄서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의 저자는 후기에서 일본에서 자신에게 양키라고 부른 사람들의 일화를 우리에게 전해준다. 저자는 자신이 양키가 아니었기 때문에 그 말이 무척 생소하게 들렸다고 말한다. 저자는 양키와 미국이 동일한 것이라는 사실에 동의하지 않는다.  왜 그런가는 이 책의 마지막 장을 덮으면서 느끼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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