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그리고 화교 - 보이지 않는 제국, 화교 네트워크의 역사
스털링 시그레이브 지음, 원경주 옮김 / 프리미엄북스 / 200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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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여행을 떠나려면 어떤 언어를 배워서 가는것이 좋을까? 수많은 대답이 있겠지만 나는 중국어를 배워 가겠다. 대략 13억의 인구를 가진 중국은 해외에 대략 5천 5백만명의 화교들이 퍼져 있다고 한다. 이들의 숫자는 대략 인구 5천명 이상의 마을에는 중국인이 반드시 거주한다는 전설 아닌 전설을 형성하는데 기여했다. 이는 그만큼 중국 화교들의 적응력이 뛰어남을 간접적으로 표현한 것이라 하겠다.

화교들이 적응력이 뛰어나야만 했던 이유는 가난이라는 이유 때문이었다. 화교들은 정치. 종교적인 이유로 고국을 떠난 사람들이 아니었다. 이들은 순전히 경제적인 이유로 고국을 떠나야 했던 사람들이기에 외국에 정착하더라도 최하층의 생활을 영위해 나갈 수 밖에 없었다. 이런 이유로 이들은 단체적으로 뭉치고 자신들의 <조그만 중국>을 만들어 고립된 생활을 해 나갈 수밖에 없었다. 이는 유대인들이 사회에 적극적으로 동화되어 정치.경제.문화적으로 그 사회에 기여한 것과는 아주 대조적인 모습이라 하겠다. 이는 유대인들이 조국이 없어진 상황에서 자신이 위치해 있는 그곳을 자신의 조국으로 생각하고 있었다는 의미이지만, 화교들에게는 자신의 조국은 언제나 떠나온 그곳이었다. 이는 중국인이나 한국인들이 명절이되면 고향을 찾아 대이동을 하는 것과 유사한 사고방식이라 하겠다.

그러기에 화교들은 어느 나라에서든지 영원한 이방인으로 삶을 영위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그들은 자신들만의 기준을 가지고 영원히 이방인으로 살고자 한다. 바로 이런 이유로 인해 동남아시아에서는 심심치않게 화교들에 대한 박해가 일어나곤했다. 원주민들의 화교에 대한 박해는 동화되지 않은 이방인에 대한 불만의 표출이었던 것이다. 그럼에도 화교들은 쉽사리 자신들이 살고 있는 사회속으로 동화되어 녹아들려고 하지 않고 있다. 대신 화교들은 자본을 바탕으로 자신들의 정치적 보호자를 선택할 뿐이다. 이런 선택은 정치의 변화과정에서 재빠르게 살아남을 수 있는 순발력을 제공해 주지만 뿌리를 내리고 살아갈 수 있는 지속성을 제공해주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화교들이 이런 방식을 택하고 있는 것은  중화적 사고방식에 바탕을 두고 있는 귀소본능 때문이 아닐까.

그렇다면 실제로 화교들이 자신들이 살고 있는 나라에 얼마나 많은 기여를 하고 있을까. 많은 통계수치와 동남아시아의 상황을 보면 그렇게 많은 기여를 하고 있는것 같지는 않다. 그렇다면 그 많은 돈은 어디로 흘러들어가는 것일까. 바로 자신들의 선조가 태어난 땅으로 흘러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바로 이런 점 때문에 화교의 경제는 동남아시아의 원주민들에게는 때때로 증오의 대상이 되는 것이다.

90년대 이후 중국은 세계의 공장 혹은 세계의 굴뚝으로 불리우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의 약점은 의외로 간단한 곳에 있다. 바로 인구인 것이다. 중국은 세계에서 4번째로 땅이 넓은 나라이지만 인구는 가장 많은 나라이다. 이런 상황은 멜서스의 이론이 아니더라도 중국의 성장에 한계를 가져오게하는 이유가 될 것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중국의 해결책은 무엇일까. 우리들은 수많은 인간의 무리들이 국경을 넘어 오는 모습을 상상한다는 것은 악몽일수도 있다. 90년대 구미의 학자들이 중국의 미래를 예측하는 토론을 하는 가운데 가장 최악의 시나리오는 다음과 같은 것이었다. 중국의 정치.경제.사회의 개혁이 실패하면서 사회적 질서체제가 붕괴되고 굶주림에 못이긴 13억의 인구가 동.서.남.북의 국경을 넘어 세계로 세계로 확산되는 것이었다. 각국의 공항과 항구에는 밀려드는 중국의 난민으로 인해 일대 혼란에 빠진다는 이 시나리오는 다행히 실행되지 않았다. 다만 지금은 합법적인 방식을 통해 조금씩 조금씩 중국의 인구는 세계로 확산되어 가고 있는 것이다. 그 이후의 상황은 희망일지 악몽일지는 모른다. 왜냐하면 지금도 진행중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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