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으로 보는 유럽사 - 한눈에 알 수 있는 재미있는 유럽 문장의 비밀
하마모토 타카시 지음, 박재현 옮김 / 달과소 / 200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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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왕실의 문장이 보여주는 규칙성과 엄격성은 그 체제 자체를  상징하는 표식으로서  부족함이 없다. 우리들은 잘 느끼지 못하지만 유럽의 국기와 지방의 깃발 대부분은 그 지역을 다스렸던 왕가와 유럭한 지배자의 문장에서 유래되었다는 사실이다.   이처럼 유럽의 문장은 그 지역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가볍지 않음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사실을 알면 문장을 통해서도 충분히 유럽을 알 수 있다는 말 역시 빈 말은 아닐 것이다.


문장은 순전히 중세시대의 산물이란 사실이 중요하다. 중세시대 기사들은 온 몸을 갑옷으로 둘러싸고 전쟁터로 나갔다. 이들 기사들이 뒤섞여 전투를 벌일 때 아무런 표식이 없다면 동료와 싸우는 상황도 발생하였을 것이다. 그리고 전투를 지휘하는 지도자의 입장에서는 전투가 어느쪽에게 유리하게 전개되는지 알 수 없기에 작전을 세우기도 난감하였을 것이다. 그래서 귀족들은 각자의 표식으로 문장을 만들어 방패에 그려 넣고 전투에 참여하였던 것이다. 이 방패의 그림이 문장으로 전용된 것이다.  그리고 이 문장을 구분하는 사람은 우습게도 왕의 옆에서 시중을 들던 광대계급이었다는 사실이다. 이들은 문장의 체계가 점점 복잡해지면서 문장에 대한 자신들만의 구분법을 이용해 문장관이란 세습계급으로 진화해 나가는 사실 또한 흥미롭다. 이런 문장의 역사는 화포의 발달로 더 이상 기사의 대결과  대포에 의해  공성전이 무력화되는 중세의 끝 무렵부터는 전투원의 신분 표시에서 가문의 표시로 바뀐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이 시기를 기점으로 유럽에서 현대적 기준으로 귀족이라 불리우는 집단들이 출현하게 되는 것이다. 대신 기사들의 방패에 장식되었던 표시는 군대의 중대기, 대대기, 연대기, 사단기와 같은 상징물로 변모하게 된다. 이렇게 문장이 개인 가문의 표식으로 혹은 군대의 상징으로 변하면서 전쟁은 더 이상 얼굴과 얼굴을 맞대고 싸우는 개인의 무용담이 불필요한 기계적인 참살로 진화하게 되었다.  참호와 참호를 사이에 두고 지리한 공격과 방어가 되풀이되고 하늘에서는 비행기가 날아다니면서 화련한 군복과 깃발은 오히려 방해물이 되었다. 이제 전쟁은  팀웍-전술-이 더 중요한 변수로 등장하게 된 것이다. 이제 개인은 문장 대신 계급장을 달고 단체는 군기 밑에 모여 거대한 집합체가 되어 하나처럼 행동하는 거대한 표식의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이 책은 문장을 통해서 우리에게 알려주는 세계사라고 할 수  있다. 그렇지만 더 이상 깊은 내용은 없다.  다만 이런 문장이 있었다는 해설서 정도라고나 할까. 그리고 이 책에는 컬러로 된 문장에 대한 화보하나 없다는 사실이 약간 의아하게 느껴진다. 문장이란 화려한 색조 속에서 자신의 모습을 더 극명하게 드러내게 되는 것인데... 그렇지만 우리에게 생소한 문장이란 세계를 알려준 것만으로 이 책은 하나의 가치를 가지고 있다 하겠다. 혹시 이 책을 보고 문장학을 전공하는 사람이 나올지도 모르는 것이 아닌가. 그런 의미에서 출판사의 배려는 좀더 세심했어야 하지 않았나하는 생각이 든다.


**이 책과 함께 스다 부로의 "중세 기사 이야기"와 미셀 파스투로의 "스트라이프 : 악마의 무늬"를 함께 읽으면 더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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