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기 쉬운 조각감상의 길잡이
데이비드 핀 지음, 김숙.이지현 옮김, 김영나 감수 / 시공사 / 1993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을 구입한 것은 우연의 결과였다. <반체제 예술>이란 책을 보면서 거기에 나온 독일 농민전쟁 시대의 조각가 틸만 니멘슈나이더를 좀 더 알아보기 위해 관련된 서적을 찾으려 서점을 뒤적이다 발견했기 때문이다. IMF전에 150쪽도 안되는 책이 9천원 가까이 한다면 비싼 책에 속하였다. 이런 경우 출판사가 안팔려도 좋다는 배짱으로 출판했던가 아니면 엄청나게 좋은 책이니 독자들이 알아서 판단하라는 배심 가운데 하나였다. 물론 책을 읽어보니 후자였다.  그리고 얼마의 시간이 흐른 뒤 서점에서 앞표지만 바뀐 책을 다시 보게 되었다.


조각은 우리에게 매우 익숙한 분야라 할 것이다. 우리는 어려서부터 주변에서 화강암으로 된 수많은 조각작품을 보며 자라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럽의 조각은 우리에게 생소하게 다가온다. 우리와 유럽의 조각이 다른 점이 있다면 유럽의 작품은 유백색의 대리석이란 점이 다를 뿐이었다. 여기서는 박물관의 작품을 중심으로 조각에 문외한인 사람들도 이해할 수 있게 차근 차근 설명해 나가고 있다. 


이 책을 읽어가며 그동안 도록에서 보아왔던 유명 박물관의 조각품의 모습에 이런 부분이 있었구나하는 감탄을 금하지 못하게 하였다. 한 예로 지안 로렌초 베르니니가 1622년에 완성한 <강탈당하는 페르세포네>란 조각은 사진을 통해서도 우리에게 익숙한 작품이다. 그러나 그 작품은 언제나 우리에게 정면만을 보여주었을 뿐이다. 작자는 그 작품의 다른 면을 우리에게 보여준다. 그는 촉각적인 실체감을 우리에게 보여주기 위해 약간 벌린 입 사이로 드러나는 치아, 구부린 팔뚝 밑에 간신히 보이는 가슴, 볼을 타고 흐르는 눈물, 풀루톤의 오른손이 페르세포네의 허벅지를 누르고, 왼손은 허리를 눌러 살이 움푹 들어가게 되어 있는 표현을 우리에게 보여준다. 저자는 조각의 감상은 평면적이 아니라 360도 회전하는 입체적인 감상이 되어야 함을 우리에게 강조하고 있다.


이 책을 읽으며 틸만 리멘슈나이더의 조각작품을 볼 수는 없었지만 조각의 다른 세계를 접하는 것만으로도 무척 즐거웠다. 나는  과연 통일신라시대 미륵반가사유상의 오른손이 왼쪽 볼에 살짝 닿아있는데 과연 볼이 들어간 모습이 표현되어 있을까?  조각의 이런 섬세한 모습을 발견하는 재미를 이 책은 선사하고 있다. 당신은 박물관을 순례하며 조각에 숨겨진 모습을 얼마나 발견할 수 있을까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