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문화의 교류
長澤和俊 지음, 민병훈 옮김 / 민족문화사 / 1993년 4월
평점 :
절판


일본학자 長澤和俊-나가사와 가즈토시-이 쓴 동서문화의 교류는 우리의 입장에서 본다면 대단히 흥미로운 책이다. 동북아 3국-한.중.일-은 실크로드의 종착지가 어디인가에 대해서 저마다 다른 해석을 내리고 있다. 중국은 長安-지금의 西安-을 종착지로 생각하는 반면에 한국은 통일신라의 수도인 서라벌을 최종 종착지로 생각하고 있다. 그러면 일본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그들은 나라의 수도인 平城京-헤이죠코-를 최종 기착지로 설정하고 있다.


일본 학자의 이러한 주장은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학자적 양심을 거부하는 역사의 왜곡일까 아니면 국수주의적인 확대해석일까?


이 책에서는 실크로드를 천산북로와 남로, 그리고 광저우에서 말라카해협을 지나 스리랑카-홍해-알렉산드리아를 거치는 남해로 3곳으로 설정하고 있다. 그리고 이 세 길은 로마와 장안을 연결하며 장안에서 일본으로 실크로드의 문물이 유입되었다고 주장한다. 그의 근거는 정창원콜랙션-일본말로는 쇼쇼인이라고 불리우는 유물을 보관하는 창고의 이름. 여기에 보관된 유물의 대부분은 백제와 통일신라에서 일본으로 보낸 물품이며 중국에서 일본으로 직접 보낸 물품은 소수이다-을 근거로 하여 자국이 동북아 실크로드의 최종 기착지라고 주장하고 있다.


여기서 언급해야할 것은 정창원의 물품은 일본이 만든 것이 아니며, 일본이 실크로드를 통해 직접 교역한 것이 아니고 백제나 통일신라-특히 장보고 선단-와의 교류를 통해 간접 수입하였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을 경유하였다는 것을 의식적으로 회피하고 있다. 이렇게 때문에 이 책을 읽으면서 스타트랙의 공간이동과 같은 황당함을 경험할 수 있다. 그러면서도 이 책이 재미있는 것은 고대사를 공유하지 못하고 일방적으로 중국과 특히 한국으로부터 시혜를 받은 일본이 고대에 대해서 <만약에?>라는 사실에 집착하고 있다는 것을 발견하는 것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이러한 가정이 사실로 둔갑하고, 그것이 공공연하게 세계에 공인될 때 한국의 역사적 입지는 점점 좁아지게 될 것이다. 이 말이 허황되다면 왜 일본은 구석기와 신석기시대의 상한 연대를 올려잡으려 집착하는지를 눈여겨 보아야 한다. 일본의 이러한 노력은 도카이무라-동해촌-유적 조작으로 일거에 일본의 선사시대 고고학이 몰락함으로서 허공에 뜨고 말았지만 그것은 선사. 고대사에서 한국의 흔적과 심지어는 중국의 흔적을 지워 없애려는 일본 학계의 끈질긴 작업의 결과인 것이다. 이들은 이러한 작업을 결코 포기하지 않을 것이란 사실은 자명하다. 이런 의미에서 일본인의 本音-혼네-을 책을 통해서 알게되는 것도 상당히 즐거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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