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혁명사 한길신인문총서 8
백종국 지음 / 한길사 / 2000년 10월
평점 :
품절


학생시절 재미있게 불렀던 노래가 있다. 바로 <라 쿠카라차>란 노래이다. 전석환의 노래의 메아리란 음악집에 실려있어 즐겨 부르던 노래... 한글 번역의 시작은 이러했다.  <병정들이 전진한다. 이 마을 저마을 지나 소꿉놀이 어린이도 우물가의 처녀도.....>. 아주 경쾌하고 번역된 가사도 평화롭기 그지 없었다. 그래서 번역가사 밑에 적혀있던 스페인어 도 이런 뜻인줄 알았다.  <우나 코싸 메달리싸 판쵸빌라신카미싸....>

이 노래의 번역만큼이나 우리에게 잘못 알려진 역사가 있다면 그것은 멕시코 혁명과 스페인 내란일 것이다. 특히 멕시코 혁명은 부의 분배, 농민의 항거, 혁명, 피라는 단어가 혼합되어 있어 60년대 이후 80년대까지 우리가 접근하기 쉽지 않은 역사의 한 부분이었다. 그리고 멕시코 혁명은 단기간에 끝난 사건이 아니라 1910년에 시작되어 1940년-2차세계대전으로 멕시코를 안정시킬 필요에 의해 미국의 양보의 결과-종결된 혁명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혁명이 30년이나 지속된 것은 세계 역사에 그 유래를 찾기 힘들 정도이다.

 멕시코 혁명은 1910년에 시작하여 1940년에 종결되면서 에밀리아노 자파타, 판쵸 비야, 우에르따, 카란사, 오브레곤...등 수많은 인물들이 등장했다 사라진다. 그 수많은 혁명의 주.조연들은 죽거나 통치자로 변모한다. 산 자는 권력의 달콤함을 맛보지만 죽은 자는 민중의 입과 기억을 통해 신화가 됨으로서 산 자와 죽은 자를 공평하게 만든다.  미국 영화 <프로페셔널>이나 <와일드 번치>에 묘사된 멕시코 혁명의 잔인함은 미국의 이웃국가에 대한 경멸감인지도 모른다. 헐리우드에 의한 멕시코 혁명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과 가벼움은 멕시코 혁명 자체를 가볍게 바라보는 원인이 되었는지도 모른다. 사실 멕시코 혁명은 미국의 입장에서 보면 쿠바의 공산화보다 더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수도 있었다.  그렇기에 미국은 멕시코 혁명의 본줄기를 돌려놓기 위해 끊임없이 공작하여 마침내  미완의 혁명으로 만들어 놓는데 성공하였다. 그럼에도 멕시코는 끊임없이 1910년의 정신으로 되돌아가고자 노력하고 있다. 1910년의 정신이 멕시코에서 완전하게 실현되는 날 미국은 진정한 이웃, 대등한 이웃을 가지게 될 것이다. 그러나  미국은 리오 그란데 이남에 강력한 이웃을 두는 것을  결코 바라지는 않을 것이다. 

이 책은 그 장구한 과정의 혁명을 아주 일목요연하게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다. 또한 이 책은 판쵸 비야나 에밀리아노 자파타와 같은 혁명의 주역들을 통해 바라보는 멕시코 혁명과는 또 다른 매력을 안겨준다. 전기물이 거대한 혁명이라는 바다 속의 물결과 같은 것이라면 이책은 전체 바다를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멕시코 혁명에 관심이 있는 독자들이라면 아주 중요한 지침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멕시코 민요 '라쿠카라차'는 바퀴벌레란 뜻이다.  그 노래의 의미는 다음과 같다.  

어떤 것이 나를 웃음짓게 해요. 셔츠 벗은 판쵸 비야, 비야파가 오니

카란사파가 가네요

바퀴벌레, 바퀴벌레, 이젠 걸을 수가 없어요. 왜냐고요, 불태울 휘발유가 없기 때문이죠.

반대파에 대한 시각이 바퀴벌레에 머물러 있고, 그것을 휘발유로 불 태워야만 직성이 풀리는 그 혁명의 잔인함.  혁명의 낭만성과 광폭함이 압축된 노래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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