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단 - 카푸시친스키의 아프리카 르포 에세이
리샤르드 카푸시친스키 지음, 최성은 옮김 / 크림슨 / 2010년 2월
평점 :
절판


아프리카의 비극은 그 다양함과 복잡함을 서구의 제국주의자들이 50여개의 단순한 국경선을 통해 획일화 시킨 데서 비롯된다. 그렇다고 아프리카 대륙이 강력한 정치력이 있어 유럽이나 미국처럼 하나의 가치를 공유하는 체제-이를테면 아프리카합중국USA-를 지향하기를 기대하는 것도 무리이다. 솔직히 아프리카의 역사는 사하라 이북의 북아프리카를 제외하고는 문자를 가져본 적이 없djT다. 그러기에 그들의 역사는 구전의 역사이며 기억의 역사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서구인들의 관점이 개입되었을 때 아프리카는 무지한 세계이며 검은 땅이고 교화의 대상이 된다. 이는 문자가 정신을 압도한 유일한 예외라할 수 있다.  

흑단의 시작은 가나에서부터 시작된다. 가나는 아프리카에서 가장 먼저 독립한 국가이다.(그 이전 거대한 대륙의 독립국은 에티오피아, 리베리아, 남아프리카공화국뿐이었다. 나머지 땅은 영국, 프랑스, 포르투갈, 독일, 벨기에, 이탈리아의 소유였다.) 가나의 국기에는 아프리카를 상징하는 검은 별이 그려져 있다. 그 검은 별은 독립의 영웅 응크루마의 원대한 꿈이면서 아프리카의 희망이었다. 하지만 그 꿈은 사그러졌고, 별은 희망이 아니라 절망으로 전락하였다. 그리고 마지막은 아프리카의 가장 마지막 독립국인 에리트리아에서 끝난다. 저자는 여명의 새벽에 바오밥나무에 기대어 아프리카의 히미함을 바라본다. 바오밥 나무의 전설을 아는지... 하늘의 신이 그 나무를 거꾸로 심었다는 전설이 그것이다. 그래서 바오밥 나무의 윗부분은 뿌리처럼 보인다. 그래서일까, 이 책은 가나에서 시작해 에리트리아서 끝나는데 마치도 바오밥 나무처럼 구성된 것처럼 보인다. 마지막 장면 에리트리아의 그 히미한 여명은 아프리카의 시작을 알리는 가나의 그 강렬함과 희망 그리고 열정과 비교가 된다. 저자는 아프리카의 시작과 희망, 좌절을 그리고 변질되는 문명을 서구인의 입장이 아니라 그들의 친구의 눈으로 세심하게 그려간다. 비아프라, 콩고에서 드러나는 서구제국주의의 원죄와 리베리아에서  흑인 아프리카의 좌절이 생생하게 전달된다.  

아프리카는 원래 무지한 것이 아니라 서구의 논리에 의해 왜곡되었을 뿐이다. 저자는 이 왜곡의 모습을 정확하게 알리고자 노력한다. 하지만 그 왜곡을 벗어나기 위해 아프리카 자신도 알고, 배우고, 전진해야함은 분명한 사실이다. 모든 아프리카의 좌절이 서구 제국주의라고 규정한다면 아프리카는 원래 고유의 모습이 없다는 것을 자인하는 골이 되고 말테니까, 즉 서구의 고정관념인 암흑의 대륙이라는 그 낙인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점이다. 원래 아프리카는 그곳에 태초부터 있었다. 다만 우리가 생각하는 방식과 다르게 존재하고 있었을 뿐이다. 그 존재방식을 우리들이 이해하려 하지 않았기 때문에 아프리카는 무지하게 생각될 뿐이다. 하지만 그곳은 결코 그렇지 않다는 점이다. 아프리카는 서구제국주의에 의해 뼈와 살과 피를 절도당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본질은 결코 포기되어진 적이 없다. 그 본질은 지금도 그 대륙에 흑단처럼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