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혜의 일곱 기둥 2
T.E. 로렌스 지음, 최인자 옮김 / 뿔(웅진) / 200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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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라비아의 로렌스로 알려진 토마스 에드워드 로렌스는 아주 심리적으로 복합적인 인물이었다. 그에게는 행동과 지성, 정열과 냉소, 명예욕과 인간혐오의 모순이 함께 존재하였다. 그의 이런 성격은 가계내력에 기인한 것이었다. 그는 아일랜드의 준남작이었던 토머스 로버트 채프먼 경이 같은 집에 살던 가정부 사라 메이든과 사랑의 도피를 통해 태어났기 때문이었다. 그 당시 중혼은 엄청난 죄악이었고, 그 사이에서 태어난 자식들은 모두 사생아 취급을 받았던 것이다. 이런 사생아라는 열등의식은 로렌스의 자의식에 깊숙이 자리잡은 것이 아니었을까, 그리고 로렌스가 학교에 입학할 연령에 도달할 때까지 가족들은 한 곳에 정착하지 못하고 스코틀랜드와 프랑스 등지를 전전하는 생활을 했던 것으로 보아 매우 불안정했던 것으로 보인다.

로렌스의 이런 하부구조는 평생동안 조직에 적응하지 못하는 사람으로 남게하는 요인이되기도 하였다. 로렌스는 강압적인 조직생활보다는 자유로운 사고의 세계를 원하였던 것이다. 그럼에도 그는 자신의 이런 자유로움을 성취하기 까지 억압적인 삶을 인내할 줄 아는 냉정함도 가지고 있었다. 로렌스의 이런 사고와 행동은 이후 아라비아의 독립운동에 커다란 영향력을 발휘하게 된다. 아랍의 서구에 대한 믿음은  불행하게도 아랍인들의 정치적인 면이 아니라 로렌스라는 개인에 대한 신뢰에서 나온 것이기 때문이었다. 이런 신뢰는 아랍의 입장에서는 커다란 불행이면서 재앙이었다.

로렌스에게 아랍의 이런 불행은 고통이었다. 그는 전후 훈장이 수여되었지만 이를 거부하였다. 그 이유는 본국의 명령에 따라 아랍인들에게 거짓된 희망-독립된 국가-을 불어 넣었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이것은 자신뿐 아니라 조국에도 불명예스런 것이라고 보았던 것이다. 이렇게 이상주의적인 로렌스는 이런 정치적 현실을 감내할 수 없었다. 그는 이런 현실에 환멸을 느끼고 결국은 자신이 몸담았던 식민성에 사표를 제출하고 은둔생활로 들어간다.

로렌스는 매우 복합적이었다. 자신이 제국주의의 앞잡이라고 느끼면서도 또 다른 한편으로는 아랍인들과 대의를 함께 나누는 동료라고 생각하였다. 결코 양립할 수 없는 이런 감정을 평생 유지하며 살았던 로렌스는 단순히 영웅으로 평가될 수만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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