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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의 공놀이 노래 ㅣ 시공사 장르문학 시리즈
요코미조 세이시 지음, 정명원 옮김 / 시공사 / 2007년 7월
평점 :
품절
책 속에서 가장 무서웠던 부분.
1.
"그렇다면 유라 어르신도 그걸 알고 있을 거란 얘기가 되오. 게다가 다른 공놀이 노래를 저리도 확실하게 기억하고 있는데 가장 중요한, 어쩌면 이후 살해당할지도 모를 아가씨에 대해서만 잊어버렸다는 것은 또 이상해."
"그러니 자꾸만 자신도 기억이 흐릿하다는 걸 강조했겠지요."
"제길, 저 빌어먹을 할망구!"
이소카와 경부는 무심코 큰소리로 욕설을 토해냈으나 바로 정신이 든 듯 당황해서 주위를 둘러보고는 급히 목소리를 낮추었다.
"그럼 긴다이치 선생, 그 어르신이 이번 사건에 뭔가 관계가 있을 거라고 생각지 않으시오."
"아뇨, 그건 아니겠지요."
긴다이치 코스케는 천천히 고개를 가로젓고,
"사실 어제 그분은 분명 우리에게 그 공놀이 노래 얘기를 하려고 했습니다. 그걸 이쪽에서 얼 띠게도 오조라 유카리에게 신경 쓰느라 기회를 놓치고 만 겁니다. 하지만 경부님도 말씀하셨듯이 이만큼 중요한 일이니 인편을 통해서라도 우리게에 알려 주었어야 합니다. 그걸 하지 않았다는 것은... 사람도 그 정도 살면 상당히 악해지지 않을까요. 악해졌다기보다 선하고 악한 걸 초월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만. 우리도 힘든 일을 겪었으니 똑같이 아픈 꼴을 당해봐라... 그 정도의 기분이 아니었을까요?"
2.
"선생은 언제부터 눈치 채셨는지요."
"예, 그건..."
긴다이치 코스케는 자못 겸연쩍은 듯 머리 위의 까치집을 긁으면서,
"이런 사건의 경우 막연한 의혹이란 건 누구한테나 있다고 생각합니다. 어쩌면 그 사람이 아닐까 하는 식으로요. 문제는 그게 언제 확신으로 굳어지느냐입니다만 이번 경우 막연한 의혹이라면 살인 직후부터 가지고 있었습니다."
이전에 출간되었던 <팔묘촌>도 매우 재미있게 읽었지만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긴다이치 코스케의 활약이 너무 미미해서-거의 행인2 수준이었다- 약간 아쉬웠는데 이번엔 확실한 활약을 볼 수 있다.
오락적인 부분에도 충실해서 짧지만 함축적인 공놀이 노래에 따라 벌어지는 사건들에서 눈을 뗄 수 없었다.
위에 꼽은 이 책 속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무서웠던 부분에 대해 설명을 하자면
첫째로 꼽은 것은 인간의 악의, 또는 어두은 부분을 가장 잘 드러낸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내 손녀가 죽었으니 너도 이 슬픔을 맛보아라는 식의 노파의 심술이 섬뜻했다.
마을의 가장 고령자인 유라 어르신은 공놀이 노래를 알고 있었고 따라서 충분히 다음 피해자가 예상되었음에도 굳이 그 사실을 알리지 않는다.
거기에 뭔가 고차원적인(?) 이유가 있었다면 조금은 이해가 되었을 텐데 그야말로 '심술'이라고 할 수밖에 없는 단순한 이유였던 것이 무서웠다.
둘째는 뒤의 해설에도 나와 있고 긴다이치 코스케 시리즈의 약점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그래서 반쯤 농담으로 꼽긴 했지만)
처음부터 짐작했다면 왜 미리미리 방비하지 않았냐고 이 양반아!
차라리 "늦었지만 그때서야 비로소 범인이 누구인지 알 수 있었습니다."가 낫지
첫 번째 살인 때부터 이미 '의혹'을 가지고 있었다면 왜 두 손 놓고(는 아니지만) 있었냐고.
이 책은 기다렸던 만큼 매우 재미있에 읽었고 다음 책을 즐겁게 기다릴 수 있는 힘을 주었다.
<악마의 공놀이 노래>는 긴다이치 코스케 시리즈를 기다리던 사람들에게 결코 실망을 주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