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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초 ㅣ 밀리언셀러 클럽 83
조지 D. 슈먼 지음, 이강표 옮김 / 황금가지 / 2008년 5월
평점 :
절판
셰리 무어는 아름다운 맹인 여성이다.
그리고 특별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
죽은 사람을 만지면 그 사람이 죽기 전 18초 동안 떠올린 것을 볼 수 있는 능력이다.
우연찮게 자신의 능력을 알게 된 셰리는 오랫동안 그 능력을 숨기고 지내다가
길에서 교통사고로 죽은 남자와 우연히 닿는 순간 본 영상을 경찰에 알리면서 세상에 알려진다.
언론은 '미인'에 '맹인'인 여성이 가진 신기한 능력을 대서특필하고, 셰리는 유명인이 된다.
그후 셰리는 간간히 경찰의 일을 비공식적으로 돕는 한편
자신의 도움을 요청하는 사람을 도우면서 지내게 된다.
한편, 70년대에 파트너인 사이코 수와 함께 여자들을 강간하고 살인했던 사이크스는
약물에 취한 상태에서 스쿨버스를 들이받아 대형사고를 일으키는 바람에 무기징역으로 갇혔다가
30여 년만에 말기암 판정을 받고 풀려난다.
사이크스는 자신의 살인이 발견되지 않았다는 데 자부심을 가지고 있으며
자신이 무기징역을 받도록 유도한 사람들에게 복수를 하기 위해 고향으로 돌아온다.
경사로 승진한 켈리는 자신을 못마땅하게 여기는 부하직원을 다루어야 하고,
바람을 피운 남편과 별거를 하면서도 그에게 끌리는 마음을 다스려야 한다.
자신에게 추파를 던지는 지방검사와의 줄다리기는 덤.
이런 마당에 10대 여자애가 사라지는 사건이 발생한다.
가지고 나간 차는 타이어가 구멍 난 채 발견되고 아이의 흔적만 배구관 아래 남아 있다.
켈리는 사건 해결을 위해 의욕적으로 달려들지만 사건 해결의 열쇠는 보이지 않고
사라진 아이의 아버지는 자신의 자금력을 총동원에 언론을 선동하고 경찰에 압박을 준다.
여기에 또 몇 명의 중요한 인물들이 등장한다.
셰리가 처음으로 자신의 능력으로 본 것을 말한 이후 쭉 친구처럼 지내고 있는 경찰 존,
3년 연속 고등학교 미식축구에서 MVP로 뽑힌 촉망받는 운동선수였으나
사이크스가 일으킨 교통사고로 크게 다쳐 백치가 되고 신체마저 불편해진 제이미,
자신을 상습적으로 구타하는 남편과 함께 사는 무기력한 여자.
이 모든 사람들이 조금씩 조금씩 얽혀서 나중에 대단원을 장식하게 된다.
죽은 사람의 기억을 볼 수 있다는 독특한 설정에 끌려서 읽게되었지만
<18초>는 신기한 능력을 가진 주인공 외에는 지극히 현실적인 소설이다.
켈리가 여자라는 것 때문에 반발하는 남자 부하라던가,
셰리의 도움을 받으면서도 절대 도움을 받았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는 경찰,
70년대 히피 문화와 경찰의 열악한 현실과 환경 문제까지.
독자들에게야 처음부터 뻔한 범인이지만 소설 속 경찰들이 그 결과에 이르기까지의 과정과
주인공들을 둘러싼 힘겨운 환경과 사건들 때문에 지루할 틈 없이 읽어내릴 수 있었다.
다만 한가지 흠이라면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셰리와 켈리, 사이크스 외의
주변인물들에게 너무 많은 지면을 할애하고 있다는 것이다.
각각의 시선에서 사건이 진행되고 그들의 이야기를 풀어가다보니 글의 흐름이 끊길 때가 있다.
특히 제이미와 매 맞는 아내(이름이 기억이 안 난다)의 이야기는
굳이 그렇게 페이지를 할애할 필요가 없었는데 왜 그렇게 이야기를 길게 늘여썼는지 모르겠다.
물론 두 사람의 이야기 자체는 흥미 있었고 나름대로 주어진 역할은 있었지만 말이다.
개인적으로 안타까운 것은 셰리의 로맨스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사건과는 별개로 셰리와 존 사이의 애매한 긴장감이 흥미있었는데
막판에 너무 어이없이 존이 죽어버리는 바람에 아쉬웠다.
히어로는 고독해야 한다는 건가?
독특한 소제를 선택했으면서도 지극히 현실적으로 사건을 풀어가는, 특이한 소설이다.
스릴러나 경찰소설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무난하게 읽을 수 있을 듯.
단, 슈퍼히어로에 열광하거나 산만한 구성을 싫어하는 사람은 피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