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만나는 요시다 슈이치.작품성과 대중성을 겸비한 소설가라고 한다.이 작품은 아사히 신문에 연재되어 폭발적인 반응을 불러 일으킨 소설이라고 한다.이 두가지 사전지식으로 책을 선택했는데 첫장에서 다소 지루한 공간묘사로 인해 (나의 취향이 아닌가 싶어)한쪽으로 밀쳐놓았다가  단숨에 읽게 되었다.유연하고 치밀한 묘사,흡입력있는 문체,특히 인물의 감정묘사가 탁월하다.역자는 작가의 세밀한 통찰과 객관성을 '논픽션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느껴지는 공간묘사와 도마위의 생선의 비린내부터 인간의 체온,감정의 냄새에 이르는 오감을 자극하는 묘사와 리얼리티'라고 얘기하고 있다.바로 이점이 책에 끌리게 되는 중요한 이유라고 생각한다. 

이야기는 미쓰세고개에서 일어난 살인사건으로 시작된다.(추리소설이라면 김이 빠질) 범인을 미리 얘기하기때문에 범인보다는 그는 왜 살인을 하게 되었고 무엇때문에 살인을 당하였는지에 촛점이 맞춰져 있다.그리고 범인을 떠나 진정한 악인은 누구인지 끊임없이 질문하게 된다.살인자로 범인을 판단하면  요이치는 악인임에 틀림없다.그러나 글을 읽다보면 살인행위에 공감하고 피살자에게 동정심조차 들지 않고 모든일에는 그일이 발생할 만한 이유가 있는 법이다.라는 생각을 하게 한다.살인사건을 한 축으로 관련된 여러인물을 통해 피의자를 떠나 진정한 악인은 누구인지 집요하게 파헤치는 작가의 집중력과 미리 치밀하게 계산된 설정과 구도,그리고 이야기를 끌어가는 힘이 뛰어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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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쿠니 가오리여사의 소설로 1,2월을 보내고 있다.언제나 느끼는 정갈하고 깨끗함이란.. 독하지 않아서 좋다.소설의 기본구도인 기승전결없이 잔잔히 진행되고 자극없이도 흡입력이 있다는 것에 놀라고 있다.청아한 문체로 사로잡는 가오리 여사의 글은 나같이 투박한 감성을 가진 사람에게는 영원한 로망이다. 단한번 만이라도 그녀와 같이 글을 쓸수만 있다면!!    절망을 얘기한 웨하스 의자가 두번째로 좋았다. 가장 좋았던 것은 '반짝반짝 빛나는" 이었다.오래오래 가슴에 남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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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는 끝내 그리던 고국땅을 딛지 못하고 독일에서 운명을 달리했다.51세의 나이.가족도 없이 병마와 싸우며 외로이 저세상으로 간 그의 심정이 어땠을까. 담담하고 정갈한 문체로 써내려간 그의 살아온 이야기는 조용히 가슴을 두드린다.향이 깊고 그윽한 차를 마시듯 문장에서 아니 행간에서 조차 이미 그가 놓쳤거나 건너뛰었거나 미처 헤아리지 못한 얘기까지 음미할수 있게 한다. 소설이 시적일수 있다는 것을 그의 문체에서 발견하게 되었다.간결하고 군더더기 없는 서술,평온한 분위기,감정의 고조없는 담백함,그리고 순수하고 따뜻한 인간애는 주인공에 빠져들게 한다.거친 세월의 풍랑속에 도피하듯 떠난 유학길은  그의 동행인된것처럼 절로 감정이입이 되었다. 조용한 속삭임이지만 그것을 들여다 보는 독자는 파도타기를 하듯 감정은 넘실된다. 글쓴이의 향기에 취해 그의 글이 계속되지 않음을 아쉬워한것은 실로 오랜만의 일인거 같다. 

'당신도 읽으면 알게 되겠지만 나의 소설은 내가 소년 시절에 체험한 일들을  소박하게 그려 보인것에 지나지 않습니다.나는 이러한 체험들을 서술하는 데 장애가 되는 모든 기술적이고 설명투의 묘사는 피했습니다.동시에 동양인의 내면 세계에 적합하지 아니한 세계적인 사건들은 비교적 조심성있게 다루었습니다.있는 그대로를 순수하게 그려 냄으로써 한 동양인의 정신세계를 제시하려고 시도한 것입니다.이것은 나에게 아주 친근한 것으로 바로 나 자신의 것입니다.' --이 작품을 출간한 피퍼 출판사 사장에게 보낸 글중에서 

 

'애들이나 어른들 모두가 똑같이 매료되어 그토록 즐거운 마음으로 이책을 읽었다는 것은 당신의 작품에 대한 수용폭이 얼마나 넓은가를  잘 입증해 주는 것입니다.당신의 문체의 간결성과 평온한 분위기,작가적인 재능을 자극시키는 묘사와 인간미을 풍기게 하는 면면들은 마치 비단 두루마기를  차근차근 풀어 나가는 것 같은 기분이 들게 합니다.'--1947 슈테판 안드레스(이탈리아로 망명한 독일작가) 

'그의 언어는 아주 소박하고 포근한 분위기로 가득 채워져 있기 때문에 독자들은 이 작품을 읽으면서 가까운 이웃으로부터 이야기를 듣는 것 같은 감정을 갖게 된다.'--바이어리쉐 슐레지에 실린 서평중에서

 

 

 

 부엌이란 공간에서 편안해지는 여주인공. 제목은 중요하지 않다.

상처로 얼룩진 인생들.그리고 그상처와 아픔을 보듬어 주는 이야기.

 

첫사랑의 기억이 완전해 보이는 현재의 사랑을 밀어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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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진닷컴] (글=이동진) 실연한 혁진(송삼동)을 위로하기 위한 술자리에서 친구들은 다음날 강원도 정선으로 여행을 떠나자고 술김에 제안한다. 그러나 이튿날 혁진이 정선에 도착하고 보니 친구들은 자느라고 모두 서울에 남아 있는 상황. 홀로 펜션에 가서 무료하게 시간을 보내던 혁진은 옆방에 혼자 여행 온 여자를 발견하고서 와인 한 병을 들고 찾아간다.






기술적인 면으로만 보면 ‘낮술’(2월5일 개봉)은 독립영화 치고도 열악하고 보잘 것 없는 편이다. 조명을 하지 않아 실내 장면이 조악하고, 장면마다 사운드도 고르지 않다. 초점이 맞지 않는 쇼트가 자주 발견되는 촬영은 이 영화의 가장 큰 흠이다. 특별한 효과를 내는 것도 아닌데도 대화 장면에서 이미지 라인(카메라가 배우들을 찍을 때 전체 360도 중 절반인 180도 어느 한 쪽에서만 찍어야 한다는 규칙)을 지키지 않아서 관객에게 시각적 혼란을 일으키기도 한다. 편집은 기본적으로 감이 좋지만 마름질이 제대로 되어 있지 않고 종종 의도를 조급하게 드러내기도 한다. 연기자들도 대부분의 경우 아마추어에 가깝다.

하지만 이 영화를 다 보고 나면 이 모든 단점들에는 자연스레 눈을 감게 된다. 그건 관객들을 자기 편으로 끌어들이는 대단한 매력이 ‘낮술’에 담겨 있기 때문이다. 노영석 감독은 러닝 타임 내내 발군의 유머 감각과 뛰어난 캐릭터 조형술, 그리고 다음 이야기를 계속 궁금하게 만들 줄 아는 화술로 내내 객석을 즐겁게 해준다.

이 기발한 코미디의 웃음은 머리 속에서 비틀어 짜낸 꽉 찬 재담이 아니라, 생활의 주변에서 빈 곳을 찾아 여유롭게 찔러대는 유머라는 점에서 리듬이 뛰어나고 또 질리지 않는다. 불협화음을 일으키며 만나서 파열음을 내며 헤어지는 이 영화의 비루한 남자들과 수상한 여자들을 포함, 아마추어 배우가 연기한 단역 하나하나까지 잘 살려낸 인물 작법도 감탄스럽다. (이 작품에 등장하는 ‘란희’란 이름의 캐릭터는 당장 꿈에 나타날 정도로 강렬하고 기괴하며 흥미롭다.) 우연에 많이 기대긴 하지만, 오인과 오해와 억측 속에서 점점 황당해지는 이야기는 기본 동력이 워낙 강력하다.

‘낮술’만큼 술자리 장면이 많이 나오는 한국영화도 없을 것이다. (115분의 상영시간 동안 술 마시는 신은 모두 11차례나 나온다.) 이 작품 속 음주는 대화를 하기 위한 배경을 제공하는 게 아니라 그 자체로 핵심적인 분위기를 형성하고 사건을 배태한다. (보고만 있어도 콩나물국 생각이 절로 날 정도다.) 술자리의 그 모든 실수와 과장, 약속하지 않는 유혹과 충족되지 않는 욕망이 부유하고 충돌하며 빚어내는 이 영화의 에피소드들은 한 걸음 떨어져서 지켜볼 수 밖에 없는 맨정신의 관객들에게 우스꽝스럽다 못해 기이하기까지 하다. (그러니 일부의 표현과 달리, 이 작품은 ‘술이 땡기는’ 영화가 아니다. 오히려 다음날 술자리를 취소하고 금주 선언을 하고 싶게 만드는 영화다.)

아울러 ‘낮술’은 남자라는 동물이 무엇을 기대하고 어떤 것을 못 참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작품이기도 하다. 이제 그만 찌질해지고 집으로 돌아가고픈 ‘인간’과, 더한층 찌질해질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기어이 ‘소득’을 얻고 싶은 ‘수컷’ 사이에 선 ‘남자’의 딜레마가 여기에 있다. 인물의 행태나 이야기 전개 방식, 혹은 술과 연애가 엮인다는 점에서 홍상수 감독의 ‘생활의 발견’이나 ‘강원도의 힘’을 떠올리는 사람이 많겠지만, 작품의 온도나 지향점은 완전히 다르다. 이 영화 속 인물의 비루함이나 인물들 사이의 성적 긴장감은 귀여운 쪽에 훨씬 더 가깝다.

노영석 감독은 연출 외에도 각본 촬영 편집 미술 음악(삽입곡을 만들고 직접 노래도 불렀다)까지 혼자 도맡아 하며 데뷔전을 훌륭히 치러냈다. 제작비가 겨우 1000만원에 불과한 이 영화가 이토록 명확한 성과를 낸 것은 포기해도 될 것과 절대로 포기해선 안 되는 것을 그가 정확히 알고 있었기에 가능했다. 독립영화에 눌어붙은 갖가지 강박에서 자유로운 ‘낮술’이 만약 개봉 후 흥행에서까지 성공하면, 향후 제작될 장편 독립영화들의 밑그림에 커다란 영향을 미칠 것이다. 그리고 나는 성공한다는 쪽에 걸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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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종 비에 젖은 도쿄타워가 은은한 빛을 발하고 뿌연 창으로 그것을 내다보는 심정으로 읽어내려간 소설이다.타워는 같은 자리에서 우뚝 서서 교교한 빛을 발하지만 그것을 들여다 보는 주인공들의 가슴은 슬프고 먹먹하다.토오루와 시후미의 사랑은 한 문장으로 축약되고 있다. '함께 살고 있기 때문이 아니라,함께 살아가고 있기 때문에 행복해.'한공간에 있지 않아도 그 존재가 있다는것만으로도 행복할수 있다는 것 그것이 사랑하는  존재가 주는 힘일 것이다.에쿠니 가오리의 '반짝 반짝 빛나는'소설을 읽은 후 전작주의로 가고 있다.도쿄타워는  우연히 돌린 케이블 채널에서 처음 접했었다.물론 처음부터 지켜보지는 못했지만 거의 후반부 즈음에서 한 남자배우의 말이 지금까지도 깊이 각인되어 영화전체가 좋았던 기억이 있다.그것은  상처에 관한 얘기였는데 똑같지는 않지만 이런 내용이었다.'인간은 갓 태어날때 완전 무결한 흠없는 존재이다.그러나 나이가 들어 갈수록 상처가 생긴다.누구나 그 상처로부터 자유로울수 없다.그것이 성장하고 있다는 증거가 될테니..'이런 내용이었는데 책을 읽다보니 같은 구절이 나온다.물론 영화에서는 배우의 연기가 덧입혀져서 훨씬 멋지게 들렸는데 원래 에쿠니여사의 글은 이렇다. 토오루의 절친 코우지의 대사인데 '누구든  태어난 순간에는 상처입는 일이 없어.그점에 대해 생각해 봤는데 예를 들어 어딘가 불편한 몸으로 태어나거나,병약하거나,몹쓸 부모를  만난다해도,녀석이 태어난 순간에는 아무상처도 입지 않아.인간이란 모두 완벽하게 상처 없이 태어나지.굉장하지 않아?그런데 그 다음엔 말야,상처뿐이라고 할까,죽을 때까지,상처는 늘어날 뿐이잖아,누구라도' p 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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