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많은 리뷰가 예방주사같은 효험이 있었을까. "저 이영화에 완전 매혹되었어요." 온세상을 향해 이렇게 떠들고 싶은 심정이다.비위가 약한 사람은 시도하지 말라고 했다.중간에 견디지 못하고 나가는 사람들도 있다고 했다.소심하고 편협한 성정탓에 불편한 장면(금자씨와 올드보이 는 너무 힘들었다)은 참지 못하고 더러운 장면(그래서 슬럼덕을 못봤다)은 더 더욱 견디지 못한다.게다가 심장또한 약해서 올라오는 리뷰에 애저녁에 포기한 영화였다. 그런데 무슨 오기심이 발동했는지 혼자서 그것도 야심한 시간에 기어이 보고야 말았다. 

보고 난 후의 심정은 자신이 대견스러워 보일지경이다. 지나쳤다면 크게 후회할뻔한 영화였다.예리하고 선명하고 아름다웠다.영화본지 일주일이 넘었지만 여전히 머리속에는 장면장면들로 가득하다.그것은 잔혹해서라기보다는 너무나 강렬하고 독특해서다. 장면하나 하나 간과할수 없는 매력이 있다.송강호와 김옥빈이 한몸이 되어 게걸스럽게 서로의 피를 흡입하는 장면에서 (너무 좋아서) 웃음이 다 나오고  뾰족한 가위끝이 정확히 목의 동맥을 가르고 혈액이 분수처럼 쏟구치는 것을 보면서 짜릿함을 느끼는 자신이 타인처럼 여겨지는 신비스러운 체험도 했다.  

그리고 자기몫을 다하는 배우들의 연기에 크게 감동했다.김옥빈보다는 송강호의 연기가 좋았고 김해숙의 연기는 신의 경지에 올랐다고 생각한다.배우들의 연기를 뽑아올린 감독의 재능에도 경의를 표하고 싶고 연출의 출중함은 얘기하는것은 입만 아픈일인거 같다.너무 당연한 얘기를 반복하는 일이기에..개인적으로 박찬욱의 재발견이라고 말하고 싶다. 부끄럽지만 이제야 비로소 그의 진가를 확인하게 되었고 지나간 그의 작품들을 복습하고 싶은 의지를 불사르고 있다면 심한 뒷북일까.복수는 나의 것부터 시작할 것이다.그의 천재적인 면모를 천천히 다시 음미하고 싶은 것이다.  

그리고  박쥐를 다시 한번 볼것이다.아직도 망설이는 분들께 한마디하고 싶어진다.리뷰는 리뷰일뿐이예요. 두려워마시고 화면에  자신을 맡겨 보세요.신세계를 체험하실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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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09-05-20 00: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그렇지만 복수는 나의 것은 올드보이와 친절한 금자씨와 박쥐를 다 합한 것보다 더 비위가 상할 수 있습니다. 각오 단디 하셔요.^^
 

시네마 포인트 3600점이 이달말 소멸된다고 해서 보게 된 영화. 

그렇다고 그걸 이용하진 못했다. 

조조는 해당이 안된다나..그래서 다시 표를 사고 400점 포인트가 추가된 것을 확인하니 혹 떼려다 혹붙인 심정..극장안에 들어서니 나를 포함하여 합이 다섯명의 관객들..걸어가서 보고 올수 있다는 장점 외에 또 하나 좋은 점은 좌석의 안락함때문에 롯데시네마 월드점을 찾게 되는데 이렇게 아무런 신경안쓰고 넓은 좌석을 오로지 나홀로 인양 점유하는 기분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다가 보는 내내 후회한 영화..재미없어서라기보다는 넘 무서웠기 때문이다.아무런 정보없이 영화관에 들어섰다가 이게 SF인가 했다가 재난영화인가보다 했다가 갑작스레 공포영화로 가다 가족의 휴머니티를 그리다가 돌연 휴거가 일어나고 지구의 멸망(그장면은 너무도 순식간이라 처참하다거나 불안감은 전혀 들지 않는다.오히려 파괴본능을 충족시켜준다면 내가 잔인한 사람일까)그리고 또다른 별에서의 인류의 시작..아담과 이브를 연상시키는 인류마지막 생존자 두명이 보리밭을 달리는 장면이 이 영화에서 가장 이물스럽다.모든 것을 파괴해버린후 한점 희망을 남겨두려는 의도였을까. 

그리고 음악..효과음악이 귀에 거슬렸다. 과유불급이라고 ..그것때문에 영화보기가 몹시 피로했다.그리고 지하철사고,비행기 추락 폭파사고는 너무 사실적이고 완벽해서 눈을 의심하지 않을수 없었고..공포에 떨면서도 내심은 대체 얼마나 돈을 쏟아 부었을까 헐리우드는 돈만 있으면 못하는게 없구나라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다양한 메세지가 시각적효과에 함몰된 영화..그리나 다시 한번 영화의 의미를 되새겨보게 하는 영화.. 그러니 가뭄에 콩나듯.. 이것도 영화감상이라고 끄적이고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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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소년과 30대 여인의 우연한 만남은 남자의 일생을 송두리째 바꾸어 놓는다. 만약 마이클이 성홍열에 걸리지 않았더라면 그들의 만남은 없었다.만약 마이클이 열려진 문틈으로 옷갈아 입는 한나를 보지 않았더라면..그리고 그것을 한나가 눈치채지 못했더라면..그리고 먼훗날 나치전범재판에서 한나를 만나지 못했더라면..한나가 용기를 내어 자신의 비밀을 털어 놓았더라면..아니 마이클이 한나를 위해 변론을 해주었더라면..한나와 마이클은 그렇게 평생을 힘들게 살지 않았을지도 모른다.그러나 무엇보다 강력한 가정은 그녀가 글을 읽을 줄 알았더라면 이모든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영화를 보며 가장 아쉬웠던 장면은 마이클이 위기에 처한 한나를 (두번씩이나) 외면한 일이고  더 안타까웠던 것은 그 죄책감에 가족과 친구에게 마음을 열지 않고 산 것이다. 

영화관에 들어가기전에 나누어준 전단지에서는 그여자,마이클의 첫사랑/그 남자,한나의 마지막사랑이라고 적혀 있었다.그러나 영화를 보는 내내 그들은 정말 사랑이었을까? 남자는 사춘기시절의 성적호기심이었고 여자는 책읽어주는 사람이 절실했던 것은 아니었을까? 왜 그녀는 좀더 일찍 글자를 익히려고 하지 않았을까?  그것이 부끄러워 평생을 감옥에서 살게 되었기 때문에? 그녀가 난독증이나 글자에 대한 혐오증이라도 있는줄 알았다. 그러나 마이클이 보내준 녹음테입을 들으며 읽고 쓰는 법을 터득하고 서투르게 편지를 쓰고 마이클의 답장을 간절히 기다리고 책읽는 즐거움에 빠지는 모습을 보면서  좀더 일찍 시도하지 않았을까라는 안타까움이 컸다.그녀의 죽음또한 의문스럽고..영화의 여운이 오래가는 법이 드문데 이 영화는 잠을 설칠만큼 잔영이 오래 갔다. 어젯밤 9시 종로의 서울극장에서 시사회가 있었고 영화는 11시가 넘어 끝이 났고 집에 오니 12시가 넘었다.몹시 피곤했지만 잠이 오지 않았고 1시를 훌쩍 넘기고 잠자리에 들었지만 잠이 다시 깬건 새벽 5시경.영화장면이 다시 떠오르면서 도무지 잠이 오지 않았다.두주인공의 심리가 영화만으로는 이해가 되지 않고 그럴수록 의문은 증폭되기만 한다. 왜 한나는 죽음을 택했을까? 영화보는 내내,돌아오는 내내,밤새도록 지금까지 책내용이 궁금해서 견딜수 없다.아마 내손에 책을 쥐고 읽기 시작하기 전까지 이 증상은 계속 되겠지. 이래서 소설을 영화화하면 반드시 책을 읽어보게 되는 구나.<연을 쫓는 아이>가 그랬고 <도쿄타워>,<냉정과 열정사이>도 그랬다. 

PS: 내가 좋아하는 안톤체홉의 단편집 <개를 데리고 다니는 여인>이 나와서 잊을 수 없는 영화가 되었다.한나는 이 책으로 글을 익힌다.

2009년 아카데미 여우 주연상  

감독: 스티븐 달드리 주요작품<빌리 엘리어트> <디 아워스>

한나 슈미츠역: 케이트 윈슬렛  

마이클 버그역: 데이빗 크로스,랄프 파인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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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를 겨냥한 영화가 줄줄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2009년 골든 글로브 주요 4개부문 노미네이션/작품상,감독상,남우,여우 주연상--케이트 윈슬렛이 최우수 여우주연상 수상이라니 영화를 보고 나니 좀 의외다!! 성공적인 다이어트에 대한 상이라면 모를까..

1950년대 미국 중산층 부부 프랭크와 에이프릴.겉으로보면 평온하고 안락한 삶을 살고 있는 부부지만 전직 연극배우 출신이었던 에이프릴은 권태감에 사로잡혀 있다.더구나 조용하기만한 교외 생활도 그녀에겐 맞지 않았고..그래서 그녀가 제안한 파리생활!그러나  누구봐도 비현실적이고 황당하기만 한데.. 

풍만했던 케이트 윈슬렛의 슬림한 몸매가 볼거리라면 볼거다.언제나 날카롭고 비수같이 쏘는 디카프리오의 눈빛과 대사도 일품이고..부부가 으르렁거리고 싸우는 모습도 재미있다. 

임산부역의 윈슬렛이 끊임없이 피워대는 담배와 물처럼 마시는 술은 얼마나 신경을 거슬리는지(사실은 이유있는 행위였지만) 아이엄마로서 견디기 힘들었다. 그리고 그녀의 일탈과 허황된..감상적인 파리에 대한 환상도 전혀 공감하지 못하겠고 죽음에 이르게한 무모한 행동은 더더구나 ..그러나 멋진 집에서 아이를 잘 키우며 남편의 승진이 자신의 사회적 성공인양 행복해 하는 아내가 있는가 하면 평범한 삶보다는  자신의 꿈을 펼치며 이상적인 삶을 사는 것을 더 큰 인생의 가치로 두는 아내가 있을 수 있다. 영화는 인생의 양 갈래길에 처한 부부의 선택의 문제와 소통의 문제에 촛점을 맞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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