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엔 숲으로 마스다 미리 만화 시리즈
마스다 미리 지음, 박정임 옮김 / 이봄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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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2018.06.08

마스다 미리가 출판계에서 한참 열풍일 때 그녀의 책을 여럿 샀더랬지. 그러다 열풍이 광풍이 되었을 때 그녀의 이름이 지겨워져 샀던 책들을 거의 정리하고 지금 남아있는 건 [치에코씨의 소소한 행복]과 [주말엔 숲으로]뿐이다. [치에코씨의 소소한 행복]을 남겨둔 이유는 치에코씨 혼자, 또는 남편인 사쿠짱과 둘이서 뭔가 먹는 모습을 보는 게 좋아서였다. [주말엔 숲으로]는 처음 읽었을 때 별 감흥이 없었기에 같이 정리하려다가 숲의 호수에서 카약을 타는 풍경이 좋아서 남겨두었다.

책장에 나란히 꽂아둔 [치에코...]는 때때로 꺼내 읽었지만 [주말엔 숲으로]는 좀체 제 자리를 벗어나지 못했다. 그러다 며칠 전 아침, 출근까지 시간이 좀 남아 무심히 책장에 손을 뻗어 꺼내든 책이 [주말엔 숲으로]였다. 여전히 별 감흥 없겠거니 심드렁히 책장을 펼쳤다. 그런데 이번엔 달랐다. 엉뚱한 이유로 시골로 이사한 친구 집에 불쑥 찾아가서 함께 숲에서 보낸 시간을 떠올리며 도시에서 받는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는 여자들의 이야기에 공감이 갔다. 왜지?

아, 그러고 보니 이제 나에게도 훌쩍 놀러 갈 시골집이 생겼지. 근처에 숲은 없지만, 카약을 띄울만한 작은 저수지라면 있다. 물론 거기서 카약을 탈 일은 없겠지만.

그나저나 나는 숲을 오래 걸어본 적이 없는 것 같다. 언젠가 이 책의 주인공들처럼 작은 호수를 어딘가 숨겨둔 숲을 산책해보고 싶다.

덧1) 이제껏 그녀의 이름을 미스다 마리라고 잘못 알고 있었다. 나는 단어나 이름에서 ㅏ와 ㅣ를 바꿔서 기억하는 실수를 자주 저지르는데, 이유가 뭘까?
덧2) 이 책의 후속작인 [너의 곁에서]가 출간된 걸 오늘에서야 알았다. 며칠 전이라면 알아도 사지 않았겠지만, 이미 공감해버린 나는 지갑을 열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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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나란히 앉아서 각자의 책을 읽는다 읽어본다
장으뜸.강윤정 지음 / 난다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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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나란히 앉아서 각자의 책을 읽는다.
2018.06.06

이 책은 난다의 읽어본다 시리즈 중 하나로 ‘매일 한 권의 책을 만지는 사람들이 매일 한 권의 책을 기록하는 이야기’이다. 여기서 방점은 ‘매일 한 권의 책을 기록한다’는 것, 꼭 그날 읽은 책일 필요는 없다. 실제 저자들도 #오늘 팔린 책 #내가 좋아하는 책 #요즘 읽는 책 #다시 읽는 책 등으로 페이지를 채우고 있다. 그저 하루에 한 권, 기록하기. 나도 할 수 있지 않을까? 기록이라는 표현은 참 마음이 놓인다. 어려운 서평을 쓸 필요는 없다고 등을 떠밀어주는 듯 하다.

저자 두 명은 부부사이로 남편인 장으뜸은 전 문학동네 마케팅 팀장, 현 북카페겸 서점인 ‘카페꼼마’의 대표이고 부인인 강윤정은 문학동네 문학 편집자로 일하고 있다. 둘 다 밥벌이로 책을 다루는 사람들인 셈이다. 보통 좋아하는 일이 직업이 되면 그 일 자체가 싫어진다고들 하던데 저자들은 딱히 그렇지도 않은지 열과 성을 다해 자신이 사랑하고 아끼는 책들에 대해 글을 썼다. 덕분에 읽고 싶은 책들이 제법 생겼다. 전부터 읽고 싶었던 [문단 아이돌론], 새로운 발견인 [카산드라] (재미있게도 이 두 권은 같은 날짜에 두 저자가 따로 소개한 책이다. 2017년 3월 10일은 책 읽기에 좋은 날이었음이 분명하다), 이북으로 가지고 있지만 잊고 있던‘문학을 사랑하는 이들이라면 마땅히 가져야 할 피규어 세트’인 [작가란 무엇인가] 등등.

이 책을 읽으며 내내 궁금했던 것은 저자들이 매일 매일 성실하게 글을 썼을지, 아님 방학 숙제하듯 한꺼번에 몰아서 글을 썼을지였다. 이야기가 옆길로 새지만 나로 말하자면 방학 숙제는 한꺼번에 몰아서 하는 타입이었는데, 특이한 점은 다른 아이들은 보통 방학이 끝나기 직전에 부랴부랴 숙제를 해치웠다면 나는 방학이 시작되자마자 숙제를 해치웠다는 것이다. 이는 ‘싫은 일을 먼저, 즐거운 일을 나중에’라는 나의 삶의 방침 때문인데, 평소에는 좋아하는 반찬을 나중에 먹는다든지, 읽고 싶은 책을 나중에 읽는다든지하는 평범한 행동으로 나타나곤 한다. 그렇다면 나는 이 글, 나의 [1일 1책]을 어떻게 쓰게 될까? 매일매일 한 편씩 쓰게될까? 한꺼번에 몰아서 쓰게될까?

아무렴 어떠랴. 사실 정말로 끝낼 수 있을지도 자신이 없는데, 하루에 두 편도 쓰고, 일주일에 한 편도 쓰고 하다보면 어느새 나만의 [1일 1책]이 완성되어있기를 바랄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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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8-06-08 19:2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하루에 한 편이든 두 편 이상이든 글의 수를 정해서 쓰는 것보다 그날에 컨디션에 따라 글을 쓰는 것이 편하다고 생각해요. 저는 컨디션이 좋지 않으면 며칠동안 아무 것도 안 써요. 그러다가 갑자기 글을 쓰고 싶은 마음이 생겨요. 이때 열심히 글을 쓰게 됩니다. ^^

유도링 2018-06-08 20:53   좋아요 0 | URL
집에 손님이 있어 통 글 쓸 시간을 못 내다 겨우 시간이 나서 몇 편 몰아썼는데 생각외로 잘 써진 덕분에 지금 의욕 충만입니다. 당분간은 1일 1책 기록에 도전해 보려고요.
 
던바의 수 - 진화심리학이 밝히는 관계의 메커니즘
로빈 던바 지음, 김정희 옮김, 최재천 / arte(아르테)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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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바의 수
2018.06.07

책 본문을 다 먹어치우고 후식으로 색인을 음미하며 책 전체를 반추하는 사람은 정녕 이세상에 나 하나뿐이란 말인가? 나는 색인이 좋다. 색인이 없는 과학 책은 참을 수 없다. 그렇기에 원서에 멀쩡히 있는 색인을 빼버린 출판사의 결정이 아쉽기만 하다.

하긴 이 책을 과학 책으로 분류하기는 어렵다. 과학자의 회고록도 아니다. 에세이라 할 수도 없다. 그렇다면 이 책은 어떤 종류의 책인가? 출판사가 번역서에서 색인과 더불어 빼버린 ‘감사의 말’에 의하면 이 책은 대중적인 과학 기사 모음집이다. 어쩐지. 그 사실을 미리 알았더라면 이 책을 사지 않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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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 다 도서관에서 빌렸다.

1. 센 강변의 작은 책방

평가의 공정함을 위해 말해두자면 난 로맨스 소설을 즐겨 읽는 사람이 아니다. 가장 최근에 읽은 연애 소설이 ‘오시리스의 눈’이다.
......’오시리스의 눈’은 미스터리 소설 아니냐고 의아해하는 분들도 계시리라. 무슨, 절대 아니다. 등장인물 두 사람이 얼마나 알콩달콩 연애를 하는지 읽다가 죽창으로 책을 뚫을뻔 했다.
아무튼, 그렇기에 나는 로맨스 소설의 법칙에 익숙한 편은 아니다. 애초에 이 책을 왜 읽으려고 했는지, 잠깐 미쳤던게 분명하다. 출판사의 책소개에 홀랑 넘어간 것도 있고, 주인공이 로맨스 소설을 즐겨 읽는 서점 주인이라기에 예전에 꽤 재미있게 읽은 ‘헌책방 어제일리어의 사체’가 떠올랐던 것도 한 몫을 했다.
그런데 이 책은 끔찍했다. 일단 주인공이 마음에 안들고, 주인공 친구들은 더 마음에 안들고, 주인공의 완벽한 남자친구는 매력이 없다. 인물들 사이에 갈등이 일어나는 이유가 납득되지 않고, 해결되는 과정은 더욱 납득이 되지 않는다.
출판사의 책소개에 의하면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이 ‘파리를 향한 로망과 추억을 소환하는 생생한 묘사’인 듯 하나 그 묘사 부분은 읽지도 못했다. 앞부분을 좀 읽다 더는 무의미한 시간낭비를 견딜 수가 없어 띄엄띄엄 대충 읽고 책을 덮었다.

2. 도대체 내가 뭘 읽은 거지?

예전에 자기계발서를 탐독했으나 환멸을 느껴 돌아섰거나 지금도 탐독하지만 그 효용성에 의문이 드는 사람이라면 꽤 유용할 듯 하나 애초에 자기계발서를 읽지 않는 나에겐 별 의미가 없는 책이었다.

3. 아직도 책을 읽는 멸종 직전의 지구인을 위한 단 한권의 책

저자가 상당히 삐뚤어지고 시종일관 투덜거리는 사람인데다 성편견적인 발언도 툭툭 내뱉는다. 유머코드가 맞는다면 재미있게 읽을 수 있겠지만, 나는 별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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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성과 양육 (2003)

올해 1월 25일에 중고로 구매한 뒤 한동안 책장에 방치했다 지난주부터 읽기 시작했다. 출간된지 15년이 지난 후에 읽은 셈인데 왜 이제야 읽었는지 아쉬운, 아주 좋은 책이다. (한국어판은 2004년 9월에 출판)

우리 인간을 만드는 것은 본성인가? 양육인가? 유전자인가? 환경인가? ‘이 책은 20세기에 걸쳐 100년 동안 계속되어온 본성 대 양육 논쟁을 파헤쳐 그 뿌리와 배경과, 발전 과정을 서사시처럼 보여준다.(옮긴이의 말 391p)’

이 책에서 저자는 본성 대 양육 논쟁의 역사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 위대한 과학적 발견과 놀라운 각성의 순간들을 소개하면서 (로렌츠의 새끼거위, 할로우의 원숭이, 미네카의 장난감 뱀, 인젤의 들쥐, 지퍼스키의 파리, 랜킨의 선충, 홀트의 올챙이, 블랜차드의 형제, 모핏의 어린이 등등, 궁금하다면 이 책을 읽어보시라) 모두 어느 한편의 승리라고 못박기가 불가능 하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저자는 양육을 통한 본성(nature via nurture). 즉, 유전자는 양육의 중개인이며 본성(유전자)은 단지 양육(환경)을 통해서만 효과가 발휘됨을 주장한다.

저자의 관점이 뚜렷하고 자신의 주장을 설득력있게 풀어나가는 점이 좋았다. 오래된 책이지만 신선하게 다가오는 내용이 많았는데, 특히 미네카의 장난감 뱀과 꽃, 비디오테이프를 이용한 ‘준비된 학습’ 실험과 ‘사회생물학’을 쓴 에드워드 월슨에 관한 일화를 자세히 소개한 부분이 흥미로웠다.

두어군데 이해가 안되는 부분이 있어 원서를 확인해 보고 싶었지만 아쉽게도 구글에서 미리보기가 지원되지않는 책이라 불가능했다. 편집상의 실수가 분명한 괴상한 문장도 한군데 있었는데 읽을때 표시를 해두지 않아 지금은 찾기가 힘들다. 그렇긴해도 원서가 출간되고 1년만에 번역본이 나온 것을 감안하면 전체적인 번역은 좋은편이라 생각한다. (원서를 읽지 않았으니 강하게 주장할 수는 없지만)

이 책을 읽고 꼭 읽고싶어진 것이 이 책의 정신적 쌍둥이라 할 수 있는 ‘빈 서판’인데 (빈서판 쪽이 먼저 태어났다) 주제가 비슷한 책을 연달아 읽으면 기억에 남지 않을 가능성이 높으므로 ‘입자 동물원’을 다 읽은 후에 읽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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