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우 유튜브에서 아들을 구출해 왔다 교양 100그램 8
권정민 지음 / 창비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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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우유튜브에서아들을구출해왔다

#도서협찬 #권정민

2025년 1월 19일, 서울 서부지방법원에서 폭동이 발생했다. 폭도들은 법원을 습격한 뒤 점거해 청사 건물과 시설을 파괴했고 경찰과 민간인, 기자를 상대로 폭력을 휘둘렀다. 이번 폭동과 같은 일들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아야 한다. 나는 그런 세상을 내 아이들에게 물려주고 싶지 않다. 이미 늦은 감이 있다. 하지만 지금이라도 우리는 무엇인가를 해야 한다. 우리 아이들을 극단주의와 파시즘으로부터 보호해야 한다. 그러한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이 되지 않게 지금 당장 우리의 아이들을 점검해 보고, 아이들이 유튜브에서 무엇을 보는지 이야기하자. 아이들을 건전하고 상식적이고 민주적인 시민이 되도록 이끌어주어야 한다.

이것이 지금 우리의 책임이다. _책머리에

휴대폰을 사용하며 다양한 매체를 통해 다양한 이슈를 접하며 자신만의 세상을 만들어가는 아이들, 어른인 나도 영상을 통해 정보를 접하게 되면 '이게 맞는 건가?' 싶은 의문을 갖게 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는 '이거!!!' 하며 새로운 발견을 한 듯 바로 믿고 정보라고 공유한다거나 확신을 갖고 말로 옮기게 된다. 하지만 '극단주의'와 '혐오'를 말랑한 아이들의 뇌가 먼저 알아버린다니... 그렇게 성장한 어른을 상상하면 막막한 마음이 먼저 앞서게 된다. 저자는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혐오와 폭력이 '힙하고 쿨한 문화'로 소비되는 지금의 시대를 걷어내는 다양한 솔루션을 이야기한다. 제일 중요한 건 '건강한 대화법' 점점 아이들과 대화가 더 어려워지는 요즘, 어른이 먼저 읽고 아이들과 함께 읽고 토론하며 대화의 폭을 넓혀가도 좋을 책이다. 지금 우리 사회 모두가 읽어보기를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우리는 왜 이런 고민을 해야 할까요? 흑과 백, 회색 지대, 교육의 목표, 나의 가치관, 아이들과의 소통, 극단주의에 빠지지 않는 아이로 기르기. 그 목적은 오직 하나, 부모로서 아이들이 행복하게 살기를 바라는 것입니다. (중략) 타인을 향한 폭력과 혐오에 빠져 불행한 삶을 살지 않도록, 세상에 대한 어긋난 불만과 그로 인한 고통을 굳이 직접 겪어보지 않아도 깨달을 수 있도록, 행복한 결과를 가져오는 현명한 선택과 판단을 스스로 내릴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부모가 진정 바라는 모습입니다. _24~25p.

편견과 혐오를 체득한 아이들이 졸업할 때까지 이러한 가치관을 유지한 채로 성인기에 접어들면 어떻게 될까요? 일단 성인이 되고 나면, 그 사람의 생각을 바꾸는 일은 차원이 다르게 어려워집니다. 성인이 되기 전에 아이들과 많은 대화를 해두는 것이 중요한 이유입니다. _33p.

여자는 왜 군대 안 가? 여가부가 왜 필요해? (중략) 우리는 아이들에게 계속 물어야 합니다. "너의 생각은 무엇이니?"라고요.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길러주어야 합니다. AI와 로봇이 확산에 따라 세상은 더 혼란스럽고 더 빠르게 변할 것입니다. 그와 함께 윤리의 기준 또한 계속해서 바뀔 것입니다. 극단주의 리더를 숭배하는 이들이 다시 등장할 수도 있고, AI를 절대적 진리이자 빚으로 여기는 이들도 나타날 것입니다. 이런 시대에 아이들에게 필요한 건 '이 콘텐츠가 맞다'라고 정해주는 정답도, '이 답은 틀렸다'라고 평가하는 단죄도 아닙니다. 자신이 보고 듣고 경험하는 것에 대해 스스로 비판적으로 생각해서 옳고 그름을 판단할 줄 아는 '생각하는 힘'입니다. 무언가를 무분별하게 수용하기에 앞서 옳은지 그른지, 좋은지 나쁜지 직접 고민하고 분별해 보며 그에 관해 대화하는 시간을 제공해 주어야 하는 것이지요._34~40p.

극단주의적 생각을 갖게 되면 특정 집단에 대한 혐오를 자주 드러냅니다. 그런데 정작 부모님들은 여성, 성소수자,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혐오 문제로 아이들과 이야기하는 것을 불편해하거나 기피합니다. 부모님들이 망설이는 것과는 달리, 실제로는 아이들과 혐오에 관해 허심탄회하게 이야기 나누는 경험이 필요합니다. 혐오는 옳지 않은 것이라는 확실한 가치관을 심어주어야 합니다. 앞서도 이야기했지만, 우리 삶에서 회색 지대는 굉장히 넓다고 생각합니다. 사안에 따라 때로는 선이 악이 될 수도, 악이 선이 될 수도 있는 것 같아요. 상황마다 다르게 판단해야 할 때도 많습니다. 하지만 넘어서는 안 되는 선이 있습니다. 바로 ‘혐오’와 ‘배제’입니다._58p.

민주주의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민주주의를 우리 삶 속에 내재화하려면 지속적인 연습이 필요합니다. 가장 좋은 연습 방법이 바로 대화와 토론입니다. 토론이라는 행위 자체가 민주주의적 태도를 훈련하는 과정이지요. 남의 의견을 경청하고 존중하며, 의견이 달라도 배척하지 않고 차이를 인정하면서 공동의 이해를 찾는 것. 나아가 정답이 없는 문제에 대해 서로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들과 끊임없이 대화하며 공존과 합의를 이루어나가는 과정. 이것이 바로 민주주의 라이프스타일입니다._66p.

변화는 거대한 사건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니라 매일 나누는 아주 작은 대화와 질문에서 출발합니다. 사회의 문제를 비판하고 질문하고 고민하는 방법을 아이들에게 가르쳐 주어야 합니다. 집에서 아이와 나누는 작은 대화들이 멀리 보면 아이를 더 크게 성장시키고, 마침내 우리 사회 전체를 건강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너의 생각은 무엇이니?” “세상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면 좋겠니?”와 같이 열린 질문을 자꾸자꾸 던져보세요. 아이의 대답을 일방적으로 ‘맞았다/틀렸다’ 혹은 ‘잘했다/못했다’로 평가하지 말고, 서로 문답을 주고받으며 대화를 이어가세요. 우리의 작은 토론들이 모일 때, 이 사회도 변할 것입니다._68~69p.

아이가 극단주의에 빠졌다고 해서 그것이 부모님 탓은 아닙니다. 자책하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다만 우리 아이의 미래를 위해서 처음 몇 번의 대화 시도가 잘되지 않더라도 포기하거나 절망하지 말고 한결같은 따뜻함으로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주시기 바랍니다. (중략) 아이들은 지금 이 순간에도 부모님에게 영향을 받고 있고, 어른들의 이야기를 안 듣는 척 다 듣고 있거든요. 아이들과 싸우지 마시고, 하지만 포기하지도 마시고 끝까지 훌륭한 시민으로 길러내었으면 좋겠습니다. _88p.

#창비 #교양100그램 #까망머리앤의작은서재 #책추천 #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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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 빛이 우리를 비추면
사라 피어스 지음, 이경아 옮김 / 밝은세상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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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빛이우리를비추면 #도서협찬

#사라피어스

유리.

엘린은 다시 커다란 유리 벽에 압도된다. 아이작의 방에서는 숲을 내다볼 수 있다. 눈 덮인 바깥 풍경은 야생의 자연 그 자체다. 눈밭 위로 키 큰 전나무들이 삐죽삐죽 솟아 있다. 늘어진 나뭇가지들 때문에 숲 안쪽을 들여다보는 건 불가능하다. (중략) "로라는 이 방에서 내다보이는 숲을 싫어했어. 숲이 멀리까지 볼 수 있는 시각을 차단하니까. 누군가 숲에 숨어 있으면 우리는 볼 수 없지만 상대는 우리의 일거수일투족을 살필 수도 있어. 넓은 유리 벽과 환한 조명 덕분에 숲에서 보면 이 방이 훤히 드러나 보이거든." 숲을 보면 볼수록 망막에 맺히는 이미지가 왜곡된다. 마치 나무들이 눈앞에서 자기복제를 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_105p.

알프스의 해발 2,200미터 고지에 위치한 5성급 호텔 <르 소메>, 과거 결핵 환자들을 수용하는 요양원이었던 곳으로 알프스의 아름다운 풍광을 조망할 수 있는 통유리, 기하학적인 선과 면으로 어우러져 혁신적인 건물로 평가받은 곳이기도 하다. 스키, 최고급 스파, 다양한 편의 시설을 갖추고 있지만 미니버스 한 대가 겨우 지나갈 정도의 길을 깎아지른듯한 절벽을 옆에 두고 달려서 도착해야 한다면.. 글쎄... 아무리 아름답다 한들 한 번 더 생각해 보게 되지 않을까?

엘린은 동생 아이작의 약혼파티에 초대받아 애인 윌과 함께 <르 소메>에 도착한다. 화려한 외관과 달리 내부엔 요양원의 흔적이 곳곳에 남아 꺼림직하고, 엘린은 동생 아이작과 풀리지 않은 과거의 흔적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 엘린과 윌이 도착한 다음날 사라진 로라. 어디에도 그녀의 흔적은 없고 혹시 아이작이...? 이 와중에 눈사태 예보로 대부분의 투숙객이 마을로 피신했지만 눈사태가 발생하며 호텔에 고립된 사람들. 로라가 사라지기 전 호텔 직원 아델이 실종되었다가 살해된 채 발견된다. 외부에서 경찰이 투입될 수 없는 상황, 휴직 중인 엘린이지만 현지 경찰과 공조하며 수사를 진행해 가고... 고립된 상태에서 희생자는 계속 발생되고, 우발적인 범죄가 아닌 오래전부터 계획된 것만 같다.

초반 엘린의 동생 아이작과의 풀지 못한 과거, 직업에 대한 딜레마가 폐쇄 공간이 되어버린 호텔에서 연쇄살인이 발생되고 다음 희생자가 누가 될지 예측도 할 수 없는 터라 긴장을 늦출 수 없게 하다. 과거 요양병원이었다는 설정, 그리고 그 병원에서 이뤄지고 있었던 아프고 슬픈 진실... 모두가 외면한 아픔, 이제는 다들 잊은 그날의 눈물이 피의 복수로 돌아오는데... 사건이 다 해결되고 해피엔딩....? 인가했는데 마지막 대박 소름 끼치는 반전까지.. (후속편 있는 건가요?) 시작부터 마지막 장에 이르기까지 긴장을 놓을 수 없는 소설, 무더운 여름 더위를 잊게 해줄 책으로 추천하고 또 추천한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척하라. 힘든 티를 내면 그것이 사실이 된다. _263p.

"무엇이 진실이든 그 자식은 나를 한없이 비참하게 만들었어. 이 요양원의 의사들처럼 내 자존감을 짓밟아버렸지. 환자들을 낫게 해주어야 할 의사들이 절대적인 신뢰를 역이용해 몹쓸 짓을 벌였듯이." _498p.

"고개를 돌려 외면한다고 진실이 가려질 거라 생각했어? 진실을 숨기려 한 사람들은 죄다 공범이야." _501p.

엘린은 그의 존재를 모른다. 호텔에서도 몰랐고, 플런지 풀에서도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몰랐듯이. 정확하게 누가 손을 그녀의 등에 얹어놓은 상태로 꾹 눌렀는지 모른다. 그에게는 익명이 어울린다. 서두를 필요는 없다. 그는 긴장을 풀고, 경계를 완전히 늦출 때까지 진득하게 기다리는 편이 최선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 시간이 가장 달콤하니까.

행복과 공포 사이의 그 자그마한 틈새가._526p.

#밝은세상 #이경아 옮김 #까망머리앤의작은서재 #소설추천 #스릴러 #책추천 #book #미스터리 #심리스릴러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해당 도서만 제공받아 주관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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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손님들 마티니클럽 2
테스 게리첸 지음, 박지민 옮김 / 미래지향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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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손님들 #도서협찬

#테스게리첸 #마티니클럽시리즈

'그들이 한 일을 잊지 않았다고 전해주세요.'

커피 테이블에 놓인 에단의 손글씨 원고를 바라보았고, 이젠 그 페이지들이 그녀에게 새로운 의미로 다가왔다. '그들이 한 일.' 그녀는 지금 이 순간 코노버 가족들이 카메론산에 서서 조지를 찬양하는 모습을 상상해 보았다. 추모식은 한 사람의 결점이나 잘못에 대해 이야기하는 자리가 이니다. 오히려 그들은 찬양의 말들과 함께 그의 유골을 뿌리고 있을 것이다. _154p.

_

엘리자베스는 자신의 신념에 따라 금욕적으로 살아왔고 그 때문에 고통을 겪었다. '그 무엇보다도 가족에 대한 충성심.' 결국엔 코노버 부부는 견뎌 내었다. (중략) "가족의 어떤 비밀은 묻어두는 게 가장 좋을 때가 있어요. 이것도 그중 하나죠." _318p.

해변 마을 퓨리티에서 익명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 은퇴한 스파이들, 이들이 결성한 독서 모임 '마티니 클럽'의 활약이 돋보였던 <스파이 코스트>에 이은 두 번째 시리즈가 돌아왔다. 퓨리티 마을에 여름 손님들이 도착하기 시작하면서 코노버 가족의십 대 소녀가 실종된다. 문제는 그녀를 마지막으로 목격한 사람이 매기의 이웃인 루터 윤트라는 것. 마티니 클럽은 그의 무죄를 입증하고 실종된 소녀를 찾기 위해 나서게 된다. 서장 대행 조와 마티니 클럽의 대립, 그리고 코노버 가족을 못마땅하게 생각하는 강 건너 이웃 루벤 타킨. 실종된 소녀를 찾는 과정에서 드러나는 오래된 비밀, 호수의 시체, 수십 년 전 아버지가 저지른 살인으로 그저 지켜보며 침묵해야 했던 루벤, 딸을 찾으려는 수잔의 절박함과 이 상황에서도 가족의 울타리를 굳건하게 지키려는 엘리자베스 등 여러 관점에서 진행되는 이야기에 빠져들게 된다. 전작이 흥미진진했다면, 이번 시리즈는 추리물? 같은 느낌이었달까? 역시나 생각지 못한 인물의 등장과 의외의 연관성, 그리고 안타까운 사연까지 더해졌던 <여름 손님들> 이번에도 마티니 클럽의 활약으로 무사히? 여름 사건 종결지을 수 있을까?

은퇴한 전직 CIA 요원들이기에 박진감 넘치는 액션이나 스릴은 없지만, 세월이 주는 노련함? 우아함?이 돋보였던 이야기는 이들이 다음 사건, 또는 그다음 사건 이야기를 이어가며 무더운 여름 단 한 권의 스릴러, 추리소설을 읽게 된다면 추천하고 싶은 소설이다.

장애를 가진 누나와 어두운 구석의 분노에 찬 남동생. 둘은 모두 은둔형 외톨이였다. 반세기 전 아버지가 저지를 잔혹한 행위로 인해 자의 반 타의 반으로 평생을 유배지에서 살아야 했다.

조는 메인스트리트 학살로 사망한 네 명만이 샘 타킨의 희생자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바로 이 집에 두 명이 더 있었다. _231p.

관절이 더 이상 유연하지 않고, 젊은 시절보다 더 멀리, 더 빨리 달릴 수 없다는 사실은 받아들였지만, 그런 신체적 변화는 적응을 하거나 보완할 수 있는 방법을 찾으면 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예리한 정신은 그들이 하는 일과 그들이 누구인지에 대한 정체성의 핵심이었으며, 잘 연마된 기술이 퇴보하기 시작하는 걸 느끼는 것은 그 자체로 죽음과도 같았다._414p.

가족은 스스로 선택할 수 없다는 것이다. 선택할 수 있는 것은 내가 사랑할 사람뿐이다. _422p.

오탈자 ; 405p. "여동생을 -> "누나를

#미래지향 #은퇴한스파이 #마티니클럽 #마티니클럽시리즈2 #책추천 #소설추천 #스릴러 #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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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 사전 - 인생의 작은 숙련가를 위한
단춤 지음 / 유유히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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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사전 #도서협찬

#단춤 #유유히

내가 가진 단정함이 누군가를 슬프게 할 때마다 나는 길을 잃은 사람이 된다. 나에게 사랑을 알려준 당신에게 상처 입히고 싶지 않은데 생각과는 다른 말들을 전하게 될 때면, 나는 자주 입만 껌뻑이는 사람이 된다. 그럼에도 그런 나를 한 번만 더 바라봐달라고 용기 내어 말해본다. 우리는 모두 더 나은 사람이 되려 노력하는 사람들이니까. 상처 입힌 마음을 미안해하고 받은 친절에 배의 친절을 돌려주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니까. _137p. <계속하다>

_

단단한 마음은 어른이 되어가는 마음이다. 실수를 저지르고 사과하고 용서하고 용기 내어 시도하는 일련의 가정을 지나 평안한 나를 마주하는 것. 애쓰고 버텨냈다가도 흔들리고 무너졌다가 다시 해보는 날들이 모여 차근차근 내가 되어간다. 바람에 흩날리지 않을 단단한 고집을 안은 채 어른이 되어간다. _155p. <단단하다>

나의 하루는 안녕했을까? 잠깐의 순간만 뒤돌아보더라도 안달복달, 버럭, 울렁일 정도로 일렁이는 감정의 파도에 하루도 편안할 날 없는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단춤 작가는 인생에서 매일 같이 찾아오는 감정을 세심히 들여다보고 차근차근 매일의 경험이 쌓여 '인생의 작은 숙련가'가 되어가는 중이라고 이야기한다. 인생의 작은 숙련가라니! 나 한 사람은 별것 아닌 것처럼 느껴졌는데 이렇게 이야기하니 나의 감정들도 조금 더 세심하게 들여다보고 싶어졌다.

잠시 멈춰 엉켜있는 감정들을 차근히 풀어가며 마음을 표현하는 50개의 감정 단어를 이야기하는 <감정 사전>은 단어의 사전적 의미와 작가가 새롭게 부여한 정의가 쓰여있어 거기에 읽는 이들이 부여하는 정의를 더한다면 나만의 감정 사전을 만들어 볼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단어마다 귀여운 짧은 만화와 에세이가 짝을 이루어 진행되고 있어 순서대로 읽어도 좋지만 그날 그날의 감정을 알고 싶은 단어부터 골라 읽어도 전혀 손색없는 책이다.

오늘도 열심히 애쓰며 살아온 나에게 다정을 주는 연습, 나를 다독이기 어렵다면 이 책을 읽으며 시작해 보는 건 어떨까?

매번 다른 모험 앞에서 익숙해지지 않은 채 여러 차례 시행착오를 겪을 수도 있다. 누구나 겪는 일일뿐이다. 새로운 모험에서 저지르는 실수들을 부디 자책하지 않고 천천히 보듬어갔으면 좋겠다. 누군가 앞서 겪은 모험담을 들으며 눈을 반짝일 사람들이 부디 자신만의 지도를 들고서 계속 나아갔으면 좋겠다. 그 여정에서 당신도 몰랐던 새로운 모습을 찾아가기를. _31p <모험하다>.

언제나 늘 같은 온도로 남아 있는 이야기들, 매번 같은 글을 읽는 것이지만 지겹지 않아. 시간이 흘러도 너에겐 나의 순간이, 나에겐 너의 순간이 남겨져 있다는 사실 덕에 편지라는 기록물을 더욱 아끼게 돼. 지난날의 나는 쉽게 잊히잖아. 나조차도 내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잊어버리기 마련인데. 동시에 오래 쌓아온 추억은 자주 겹치기도 해서 나는 너를 막연하게 기억하곤 해. 그렇지만 편지로 남겨진 너의 모습은 참 생생하다. 시간이 흘러도 여전한 너의 말투와 습관들을 마주할 때면 내가 알고 있는 너라서 웃음이 나온다. 시시각각 모든 게 바뀌는 세상 속에서 변하지 않을 사실이 안도가 된다. _146p. <기록하다>

무엇과도 바꾸지 않을 것만 같은 단단한 가치를 찾아가며 살아가는 사람들, 심지가 두터운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을 때면 그들을 더욱 사랑할 수밖에 없었다. 사랑을 품은 마음은 더 많은 사랑을 찾아 끌어안는다. 이 마음을 맘껏 꺼내고 나누며 우리가 선선하게 순환하며 살아갔으면 좋겠다. _249p. <흠모하다>

#까망머리앤의작은서재 #책추천 #에세이추천 #도서추천 #book #인생의작은숙련가를위한감정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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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음의 나라
손원평 지음 / 다즐링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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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음의나라 #가제본서평단

#손원평

사람들은 죽음이 두렵다고 하지만 나는 언젠가부터 삶 자체가, 살아 있다는 사실이 점점 무서워졌어. 외롭고 좁은 길을 나 홀로 끝없이 걷는 건, 생각보다 끔찍한 일이거든. 나는 그렇게 살았어. 어제까지. 너를 다시 만나기 전까지······.

이모의 눈이 붉어졌다.

뭔가가 점점 나빠지고 쇠락해간다는 느낌은 참 슬프단다. _229p.

_

삶이란 뭘까. 죽음이란. 꿈이란······. 수많은 상념과 질문이 비눗방울처럼 보글거리다가 일시에 사라진다. 그리고 나면 한 가지 의문이 남는다.

언젠가 나는 내 삶을 어떻게 돌이키게 될까. 궁금하면서도 두려운 물음이다. _208~209p.

가슴속에 켜켜이 쌓인 단어가 너무 많을 때, 마음의 다락방에 처박힌 먼지 쌓인 실타래가 너무 단단하게 얽히고설켜 도무지 어디서부터 풀어야 할지 알 수 없을 때, 사람들은 침묵을 택한다. _28p.

나이 들어서까지 재력을 유지한 사람. 그런 사람은 존경받는다.

그게 존경받을 일인지는 몰라도, 존경받는 노인이 대부분 그 조건을 충족한다는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_61p.

저출생, 고령화로 노인의 인구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가고 있는 가까운 미래의 한국. 스물아홉의 나라가 1년간 써 내려간 일기의 형식으로 <젊음의 나라>를 이야기하고 있다. 자신보다 더 젊은 사람과 기계에게 대체되는 삶, 엄마와는 가끔 연락하는 것조차 스트레스이며, 룸메이트 엘리야는 공인된 사회적 약자라는 위치에서 나라의 속을 한 번씩 뒤집는다. 유년 시절 너무도 사랑했던 이웃집 민아 이모의 행방을 늘 궁금해하며 시카모어 섬에 정식 입도해 배우가 되어 살아가는 꿈을 키우며 살아가고 있다. 남태평양에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섬으로 세계 각국의 슈퍼리치 시니어들이 호화로운 서비스를 누리며 노후를 보내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젊은이이들도 만족스러운 삶을 즐길 수 있는 유토피아! 우연히 국내 최대의 노인복지 시설인 유카시엘에 채용된 나라는 유카시엘이 시카모어 섬과 업무협약을 맺고 있어 경력이 시카모어섬에 입도하는 데 도움이 될 거란 생각에 상담사로 일하게 된다. 하지만 나라는 예상치 못한 사건들을 마주하며 최상위인 유닛 A, B, C, D를 거쳐 F까지 모든 유닛을 경험하게 된다.

고령화사회, 저출산, AI의 일상화, 극단적 혐오와 차별, 늘어가는 외국인 이민자, 존엄사 등 미래라 이야기할 수도 없이 지금 당장 닥친 우리의 이야기를 읽는듯하다. 지금도 희망이 없다고 이야기하는 청년들, 기족이라는 테두리, 계급으로 드러낸 죽음, 누구에게나 마주하게 될 노년의 삶. 페이지를 넘기기 시작하면 머지않은, 어쩌면 당장 우리가 마주하게 될 미래를 구체적으로 생각하고 그려보게 된다. 책장을 덮자마자 다른 인물들의 이야기가 속편으로 출간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하게 되는 소설.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가 함께 읽고 이야기해봐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책이었다. 진심 추천, (이미 올해의 책!)

다 살아지고 다 죽어진단다. 그러니 더더욱 내가 원하는 대로 살고 죽어야지. 그게 내 꿈이야. 소박하게 살다가 어느 날 자연스럽게 사라지는 거.

무슨 꿈이 그래.

이 나이쯤 되면 다들 그런 꿈을 꾸게 돼._94p.

꿈을 따른다는 이유만으로 불행해진다면 어떤 목적으로 살아야 할까._132p.

내 존재는 뭘까. 노인을 상담하고, 노인을 떠받치고, 노인의 마음에 들기 위해 애쓰고 나서 내게 떨어지는 초라하기 그지없는 숫자들이 의미하는 바가 뭘까. 그 보잘것없는 숫자들이 내 존재이자 명함이자, 세상이 내게 매긴 등급 같다. _145p.

현대의 선택사는 신원이 확실하고 재력이 충분한 중산층 이상에게만 허용된다. 엄격한 신원 보증과 공증 절차, 사기나 제삼자의 압박으로 인한 죽음이 아님을 입증하려면 많은 돈이 든다.

돈이 없는 사람들은 과거처럼 죽음을 향해 꺼져가는 생을 온전히 겪으며 운명이 허용하는 만큼 살다 죽는다. 불안과 두려움, 고통을 고스란히 짊어진 채로. _180p.

네가 나에 대해 좋은 기억만 가지는 이유는, 난 네게 상처를 줄 기회가 없었기 때문이란다. _240p.

어쩌면 내가 살아갈 인생은 그림자 같은 삶이 아닐까. 내가 빛이 되지 못하고 누군가의 그늘로만 존재하는 ······. 그렇게 생각하자 가슴이 통째로 가라앉는 기분이 들었다. _280p.

한때는 모든 것을 버리고 그곳으로 떠나고 싶었다. 하지만 이제는 내 뿌리가 이곳에 단단하게 박혀 있음을 안다. 그러니까 미지의 세계에 발을 내딛고 가지를 뻗어볼 수 있지 않을까. 그곳이 아름다울지 추악할지, 내 선택이 다행스러울지 후회로 남을지 모르지만. _283p.

#도서협찬 #다즐링 #도서추천 #소설추천 #아몬드 #까망머리앤의작은서재 #book #추천도서 #책추천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해당 도서만 제공받아 주관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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